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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캡선생 Oct 26. 2022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닌 눈을 보기


정확히 어떤 책이었는지 기억나지는 않지만 좋게 읽은 경영도서에 다음과 같은 평이 달린 것을  기억이 있다.


됐고 구체적인 방법이나 알려주라고!



해당 책이 경영과 관련한 적절한 원칙과 큰 방향성을 알려주고 있다고 느꼈는데, 누군가는 그조차도 부족하다고 느낀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평을 단 사람의 말대로 구체적인 방법을 알려준다면 그것이 과연 독자에게 이로울까 하는 의문이 든다.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똑같은 방법으로 똑같이 성공하기는(시간이 흐름에 따라 더더) 너무나도 어려운데 많은 사람은 그것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고 따라 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독특한 개성으로 좋은 결과를 얻은 사람이 나오면 다음 시즌에는 그와 똑같은 방법으로 심사위원에게 어필하는 참가자가 쏟아져 나온다. 성공한 사람을 그대로 복붙(복사 후 붙여 넣기)한 사람들 말이다. <쇼미더머니>에서 싱잉랩으로 주목받은 참가자가 나오자 다음 시즌부터 싱잉랩을 하는 지원자가 쏟아져 나오고, <슈퍼스타K>에서 통기타 연주와 함께 노래하는 참가자가 좋은 성적을 거두자 통기타 지원자로 다음 시즌의 오디션장이 인산인해를 이루듯 말이다.


<슈퍼스타K 2>의 장재인. 사진 출처: MNET


개인적으로 지금의 맥도널드를 만든 레이 크록의 <Grinding It Out(사업을 한다는 것)>이라는 책을 재밌게 읽었다. 책에 그의 경영철학과 원칙뿐만 아니라 비즈니스 세계의 냉정함이 잘 드러나있기 때문이다(그의 도덕성은 이 글에서 언급하지 않도록 하겠다). 그런데 이 책이 만약에 철학과 원칙을 최소화하고 '맛있는 햄버거 만드는 법', '효율적인 매장 디자인 및 청소하는 법'을 구체적으로 적어 놓는다고 해서 독자들에게 더 큰 도움이 될까? 그리고 독자는 그것을 그대로 따라 해서 성공할 수 있을까? 아마도 아닐 것이다. 최초의 성공을 만드는 데는 구체적인 방법이 큰 역할을 하지만 성공을 복사하는 데는 그 뒤에 숨은 '원칙' '철학' '시스템'이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철학자이자 정신분석학자인 자크 라캉은 다음과 비슷한 맥락의 말을 했다.



아이가 어른을 따라 하는 것만으로는 어른이 되지 못한다.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이해했을 때 비로소 어른이 된다.



이처럼 우리가 무엇인가를 잘하고 싶을 때 혹은 되고 싶을 때 그것을 이미 이룬 사람으로부터 보아야 할 것은 구체적인 행동이 아니라 그 행동 뒤에 숨은 '왜'이다.


물론 성공한 사람의 구체적인 방법을 그대로 따라 해서 잘되는 분야도 있고 그것이 유효할 때도 있었다. 그러나 요즘처럼 변화의 속도가 아찔할 정도로 빠르고 다양한 분야가 융합되는 시기에는 구체적인 방법을 따라 해서만은 성공을 재연하기 힘들다. 그래서 앞서 말한 대로 우리는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쉽게 변하지 않는 행동 뒤에 숨은 '왜'에 집중해야 한다.


투자의 원칙을 이야기하는 책은 수십 년이 지나도 스테디셀러라는 이름으로 독자들에게 읽지만 우량주를 추천하는 책의 유효기간은 1년을 넘기기조차 힘들다. 구체적인 방법의 유효기간은 짧지만 그 뒤에 숨은 '왜'유효기간이 없기 때문이다(있더라도 매우 길다).


그래서 성공을 복사하기 위해서는 눈에 보이는 것들이 아닌 '눈'을 보아야 한다. 루드비히 비트겐슈타인의 표현을 빌리자면 눈에 보이는 것들에는 아이러니하게도 그것을 볼 수 있게 해주는 '눈'은 보이지 않기 때문 우리는 더더욱 에 보이는 성공을 만들어낸 근원인 눈을 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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