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캡선생 Oct 27. 2022

비트겐슈타인처럼 브런치 활용하기


많은 사람이 익히 알고 있는 서양철학 명언들이 있다. 이를테면 다음과 같다.



너 자신을 알라(gnothi seauton)
- 소크라테스 -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cogito ergo sum)
- 르네 데카르트 -

신은 죽었다(gott ist tot)
- 프리드리히 니체 -



철학을 좋아하는 사람은 많지 않더라도 위와 같은 철학자가 말한 명언을 좋아하는 사람은 많은 것 같다. 카톡이나 인스타그램만 봐도 철학자들의 수많은 명언이 떠돌아다니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는걸 보면.


철학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본인만의 최애 명언이 있을 것이다. 나에게 그러한 명언을 꼽으라고 면 수십 가지를 떠올릴 것 같은데 그중에서 사람들에게 가장 많이 언급했던 명언 중 하나는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침묵해야 한다(Wovon man nicht sprechen kann, darüber muss man schweigen)"이다. 이 말은 제목에서도 언급한 철학자의 명언이다. 바로 루드비히 비트겐슈타인이다.


루드비히 비트겐슈타인. 사진 출처: en.wikipedia.org


20세기 최고의 철학자로 꼽히는 그의 철학은 난해하기로 유명하기에 이곳에서 짧게 설명하는 것은 나의 능력 밖이다. 대신 말하고자 하는 것은 그의 철학적 집필 방식을 브런치 글쓰기에 적용해보는 것이다. (궁금한 분을 위해 그의 철학을 아주 거칠게 설명하자면 언어가 그림처럼 명확하게 대상을 지칭해야 한다는 '그림 이론'과 언어는 맥락과 상황에 따라 게임처럼 달리 활용된다는 '게임 이론'을 각각 그의 초기 철학과 후기 철학으로 이해하면 좋을 것 같다)

 

첫 번째 단계에서는 사유의 자연스러운 흐름에 따라서 생성되는 질문과 단상을 짧은 문단 형태('지적')로 기록하고, 두 번째 단계에서는 총체적으로 파악되었다고 판단되는 문제에 대한 작업물을 정제하고 선별한다. 마지막 단계에서는 이렇게 엄선된 재료를 조립하여 새로운 텍스트를 창조해낸다. 필요에 따라 이런 작업 과정은 여러 번 반복되기도 한다. 여느 학문적 글쓰기와 달리 비트겐슈타인적 작업 방식의 첫 번째 단계는 본질적으로 파편적이고, 비선형적이었으며, 거의 충동적이었다(그는 자신이 하나의 유기적이고 완결될 글을 쓸 능력이 없으며, 따라서 항상 '지적들'만을 쓰고 정리하는 것을 반복할 뿐이라고 스스로의 철학 활동을 평가했다).

- 루드비히 비트겐슈타인의 <전쟁 일기>(ITTA, 2022) 중 -



그의 철학적 집필 방식을 브런치 글쓰기에 적용해보면 다음과 같 세 단계로 나눌 수 있다.


1) 브런치에 생각나는 것을 매일 쓰기

2) 브런치에 쓴 글 중 연관성이 있는 글을 선별하여 매거진으로 발행하기

3) 매거진으로 발행한 글을 검토 및 수정(퇴고)하여 완성도가 높은 브런치북으로 만들기


단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꼽자면 1) '브런치에 생각나는 것을 매일 쓰기'이다. 비트겐슈타인은 1차 세계대전에 참전하였는데, 목숨이 오가는 긴박한 전쟁 중에도 거의 매일 글을 썼다. 그것이 비록 단 한 문장일지라도. 그렇게 꾸준하게 쓴 글이 모여 탄생한 것이 바로 서양철학을 뒤흔든 <Tractus Logico-Philosophicus(논리철학논고>이다.


매일 글을 쓴다고 누구나 비트겐슈타인과 같은 역작을 남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브런치를 활용하고 있다면 그리고 좋은 책을 내고 싶다면 한 번쯤은 그의 집필 방식을 참고하면 좋지 않을까 싶다.


달리기에 비유하자면 책을 한 번에 쓰려고 하는 것은 평소에 달리기를 하지 않던 사람이 내일 당장 42.195km 마라톤에 참가하겠다는 것과 비슷하다. 현실적이지 않을 뿐더러 시작조차 하기 힘든 중압감이 밀려올 것이다(물론 이겨내는 사람도 있겠지만). 이와 다르게 비트겐슈타인적 글쓰기는 그것이 단 10m일지라도 매일 달리기를 해서 나중에 뛴 거리의 총합을 42.195km로 만드는 것과 비슷하다. 물론 필요없는 부분을 삭제하고 수정하는 것을 고려하면 뛴 거리의 총합이 42.195km보다 길어야할 것이다.


매일 브런치에 글을 쓰는 입장에서 세계적인 작가와 철학자가 나와 비슷한 방식으로 글을 써나갔다는 사실을 알게될 때마다 큰 힘이 된다. 이것이 현재 나처럼 매일 글쓰기를 실천하는 분들에게도 힘이 되기를 바라고 또한 글쓰기를 시작하려는 분들에게는 좋은 나침반으로 작용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우리 모두 비트겐슈타인처럼 써보자.



<같이 보면 좋은 글>

https://brunch.co.kr/brunchbook/kap11



Photo by Dmitry Ratushny on Unsplash

매거진의 이전글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닌 눈을 보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