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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캡선생 Oct 28. 2022

조선 양반과 유럽 귀족의 공통점


영화 <인 타임>에서 모든 비용은 시간으로 계산된다.


사진 출처: 네이버 영화



커피 한 잔을 마시는데 4분, 스포츠카 한 대를 사는데 59년과 같이 세상 모든 것을 돈이 아닌 시간으로 지불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 시간은 개개인에게 주어진 수명에서 차감된다. 부자 많은 시간을 물려받고 이것을 더 수월하게 키워나갈 수 있기에 풍족한 생활은 물론이거니와 영원한 삶을 누리게 되는 반면 서민은 생활습관에 따라 20대의 어린 나이에도 죽을 수 있는 비참한 상황에 놓이게 된다. 그래서 가난한 사람은 여유롭게 걸어 다닐 수 없다. 조금이라도 시간을 아끼기 위해 치열하게 뛰어다녀야만 한다. 목숨을 걸고.


영화 <인 타임> 중. 출처: https://makeagif.com/i/EVk60n



영화를 보면서 조선시대의 양반이 떠올랐다. 더 정확히는 "양반은 길에서 소나기를 만나도 경망스럽게 뛰어다니지 않는다"는 속담을 떠올렸다. 어렸을 때는 이 말을 들으며 참 쓸데없는 예법이구나라는 생각만 했는데, <인 타임>을 보면서 또 다른 생각이 들었다. 양반은 뛸 필요가 없는 존재였다는 것을. 그들은 영화에 나오는 주인공과는 다르게 시간을 어느 정도 낭비해도 되는 사회적 여건 속에서 살았구나라는 생각을 말이다. 이를 좀 더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유럽의 유한계급이다.


소스타인 베블런은 <The Theory of the Leisure Class(유한계급론)>에서 그 당시 유럽의 귀족, 자본가, 이자생활자를 '유한계급'이라 칭하며 그들에 대해 분석을 했다. 유한계급이라는 말이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는데 영어 그대로 번역하면 '레저 계급' 즉 일은 안 하고 레저만 즐겨도 되는(혹은 즐기는) 계급을 일컫는다고 보면 된다. 일을 할 필요가 없을 정도의 돈을 갖고 있기에 그들에게 시간은 남아도는 것이었다. 그래서 자신의 부를 과시하는 방법 중 하나가 "나 이렇게 쓸데없는데 시간을 써도 될 정도야!"를 보여주는 것이다. 그 대표적인 예가 많은 시간을 들여 관리해야만 유지되는 앞마당 잔디였다. (지금도 서양에서 풍족한 삶을 묘사할 때 빠지지 않고 나오는 것이 잘 관리된 앞마당 잔디다)


이처럼 동서양을 막론하고 지배층이 자신을 과시하는 궁극의 방식은 '시간을 맘대로 맘껏 쓰는' 타임 플렉스(Time Flex)라고 볼 수 있다. 그 누구도 일정량 이상을 가질 수 없는 절대적으로 유한한 자원인 '시간'을 마음껏 쓸 수 있다는 것만큼 자신을 과시하기에 적당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이를 다른 면에서 보면 우리가 가장 소중하게 생각해야 할 자원 또한'시간'이. 부자들이 돈으로 하는 대부분의 것은 '시간을 사는 일'이다. 직원을 고용한다는 것은 타인의 시간을 산다는 이야기고, 비행기 일등석에 탑승하거나 기사가 운전하는 자동차를 타고 다니는 것은 자칫하면 죽은 시간이 될 수도 있는 이동시간을 독서를 하거나 일을 하는 등 가치 있는 시간으로 살리는 행위라고 볼 수 있다. 돈으로 시간을 사고 그 시간 동안 더 많은 돈을 벌어 더 많은 시간을 사는 순환을 통해 궁극적으로 하고자 하는 바는 "유한한 시간을 내가 하고자 하는 것으로 가득 채운다"이다.


"시간은 금이다"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시간을 과소평가한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시간은 그 무엇에도 빗댈 수 없는 가치 있는 자원이니까 말이다. 이런 면에서 우리는 세네카의 말을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


우리는 하루가 짧다고 불평하면서도
마치 하루가 무한한 것처럼 행동한다.
- 세네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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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by Nathan Dumlao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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