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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캡선생 Oct 30. 2022

국내 힙합신에 뱀이 등장했다고?


래퍼 저스디스는 '노선 바꾼 뱀(노바뱀)'이라는 가사로 래퍼 딥플로우를 디스(Disrespect: 힙합식 저격)했다.


대한민국 힙합(이하: 국힙)에 관심이 없는 분들을 위해 간단하게 설명하면, '딥플로우'라는 래퍼는 언더그라운드를 대표하는 인물이었다. 대중매체에 나와 자신을 알리기보다는 앨범과 공연으로 묵묵히 자신의 입지를 다진 래퍼였다. 즉 쉽고 편한 길보다 힘들고 어려운 길을 택한 헤라클레스 같은 모습으로 힙팬은 물론이고 많은 래퍼들이 리스펙(Respect)을 보냈던 그런 인물이었다. 그러던 딥플로우 어느 순간부터 <고등래퍼>를 비롯해 다수의 대중매체에 자신을 노출하기 시작했고, 언더그라운드를 대표한다는 이미지에 맞지 않은 그의 행보를 비판하는 사람들이 하나둘 나타났다. 그리고 그 정점에 그를 '노바뱀'으로 부른 저스디스가 있었다.


본인의 신념을 버리고 대중매체를 이용했다고 딥플로우를 누구보다 강력하게 비판하던 저스디스는 아이러니하게도 현재 그 누구보다 대중매체에서 자신을 열심히 드러내고 있다. 심지어 힙합이 아닌 발라드까지 부르며 말이다(힙합팬에게는 경악할 소식이었다).


파격적으로 노선을 바꾼 저스디스. 사진 출처: 유튜브 '딩고 프리스타일'


저스디스만큼이나 래퍼의 방송 출연 특히 <쇼미더머니> 출연에 부정적인 목소리를 냈던 래퍼 던말릭 최근 방송 중인 <쇼미더머니11>에 출연했다. 강력한 우승후보로 불리며.


https://youtu.be/P_g8qxw7tL0


그야말로 국힙신은 '노바뱀'으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이제는 노선을 바꾸지 않은 래퍼들이 현실감각이 떨어져 보일 지경이다.


<모든 인간은 모순적이다>라는 글에서도 밝혔다시피 나는 모든 인간은 변하고 그에 따라 모순적인 행보를 보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국힙신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노바뱀'에 대해서 그 나쁘게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노바뱀의 태도에 대해서는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좋은 비판에는 두 가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자기반성'과 '대책'. 자기반성이 없는 비판은 미성숙하고, 대책 없는 비판은 무책임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금 노바뱀으로 불리는 래퍼들에게 이 두 가지가 부족하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나도 그렇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타인을 쉽게 비판한다. 그리고 이러한 비판에는 '내가 틀릴 수 없다' '나는 너의 의도와 상황을 다 알고 있다'는 오만함 혹은 무지가 짙게 깔려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사실 상당수의 비판은 르상티망(Ressentiment: 내가 갖지 못한 것을 갖고 있는 사람에게 느끼는 시기, 질투, 부러움이 뒤섞인 감정)에서 비롯된다. 나보다 잘 된 누군가에게 생긴 질투심을 합리화하기 위한 생각과 말을 비판이라는 그럴싸한 말로 포장하는 것이다.


그래서 앞서 말한 대로 비판을 하기 전에 '자기반성'은 하고 있는지, 그리고 비판하는 대상과 행동에 대한 '대책'은 갖고 있는지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비판과 비난은 한 끗 차이고 모든 것은 그대로 나에게 돌아오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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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by Ben Wiens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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