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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캡선생 Nov 06. 2022

인생의 갈림길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다. 그래서인지 갈림길에 관한 이야기도 많다.


헤라클레스는 카키아(Kakia)라는 여신이 권유한 '편하고 쉬운 길'과 아레테(Arete)라는 여신이 제안한 '위험과 도전이 가득한 어려운 길'의 갈림길에서 후자를 선택했다. 그는 어려운 길에서 마주한 숱한 고난 속에서도 12가지 과업을 차례로 달성하면서 본인의 잠재력을 최대치로 발휘하게 된다. 그리고 그는 신의 위치에 오르게 되었다.


로버스트 프로스트도 이와 비슷한 이야기를 시()로 풀어냈다.


훗날에 훗날에 나는 어디선가
한숨을 쉬며 이야기할 것입니다.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다고,
나는 사람이 적게 간 길을 택하였다고,
그리고 그것 때문에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 <The Road Not Taken(가지 않은 길)> 중 -



이러한 갈림길에 대한 이야기가 때로는 동기부여 때로는 영감을 주는 좋은 비유라고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아쉬운 부분도 있다. 바로 갈림길을 육지로 설정한 부분이다. 개인적으로는 인생의 갈림길은 육지보다 바다가 더 닮아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는 온전히 시간을 내어 어느 길을 선택할지 고민하기 힘들다. 고민을 함과 동시에 매일매일 닥치는 일들을 처리해내야만 하기 때문이다. 농구에 비유하면 아무 방해도 받지 않고 자유투를 던지는 것이 아니라 유니폼을 잡아당기며 거칠게 수비하는 사람을 앞에 두고 최상의 슛을 해야만 하는 것이다. 그래서 갈림길 앞에서 고민을 한다는 것은 물밑으로 가라앉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발차기를 하는 모습이 더욱 현실적이다.


그리고 현실에서 딱 두 가지로 분명하게 나뉘는 갈림길은 드물다. 대부분의 경우 갈림길은 이지선다와 같은 객관식이 아니라 무한한 선택지가 주어지는 주관식이다. 즉 육지의 갈림길에서 특정한 길을 선택한다기보다는 망망대해에서 방향을 끊임없이 택하고 조정해나가는 과정에 가까운 것이다.


마지막으로 바다에서 휴식을 취하려면 '부력'을 믿고 내 몸을 바다에 맡겨야 한다. 바다를 믿지 못하는 사람은 휴식을 취할 수 없다. 때로는 파도가 몰아치고 폭풍우가 몰려와 잠시의 휴식을 갑작스레 망치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바다를 믿고 몸에 힘을 빼고 눕는 것이다. 세상이 그러한 우리를 가만히 내버려 두지 않더라도 우리는 세상을 믿을 수밖에 없다.


이처럼 갈림길이 육지가 아닌 바다라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분명하다. 끊임없이 헤엄치면서 나와 세상을 믿고 나아가는 것이다. 그렇게 한다면 아이유의 <분홍신>의 가사처럼 우리는 맞는 길을 고를 것이다. 눈을 감고 걸어도. 아니 눈을 감고 헤엄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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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by Caleb Jones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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