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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캡선생 Nov 09. 2022

쳇바퀴에서 불꽃이 튈 수 있도록


문득 다람쥐 쳇바퀴 같은 삶을 사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침에 정해진 루틴 10가지 정도를 하고 출근을 해서 일을 하고 점심에는 산책을 하고 퇴근 후에는 카페에서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일상은 복사-붙여넣기 하듯 매일매일이 똑같았다. 철학자 임마누엘 칸트만큼 규칙적이지는 않지만 나와 친한 지인이라면 특정 시간에 내가 무엇을 할지 쉽게 알 수 있을 정도다. (쾨니히스베르크의 주민들은 칸트가 산책하는 것을 보고 시계를 맞췄다고 할 정도로 그는 강박에 가까운 규칙적인 삶을 살았다)


그러다 문득 침대에 누워 내가 쳇바퀴를 도는 다람쥐와 다를 바가 무엇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성장'이라는 단어를 쉽게 떠올릴 수 있겠지만 다람쥐 또한 쳇바퀴를 돌며 근육이 성장할 테니 성장의 방향과 종류가 다를 뿐 본질적으로 큰 차이는 없어 보였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정신승리가 필요하다. 즉 스스로 어떠한 의미를 부여할지.  예를 들어 반복되는 일상을 쇼펜하우어처럼 '권태'로 정의할지 아니면 이전의 글에서 내가 밝혔듯 무탈한 '휴식'으로 정의할지에 따라 삶이 달라지니까 말이다. 니체가 말했듯 삶의 '이유(why)'가 있는 사람은 '어떻게든(how)' 삶의 고난들을 이겨낼 수 있다.


나는 쳇바퀴 같은 삶을 간간이 불꽃을 만들어내는 과정이라 생각해보기로 했다. 내가 바퀴를 일정 속도 이상으로 회전을 시키고 그것이 주변의 무언가와 닿는다면 불꽃이 일어나는 그러한 과정 말이다(과학적 설명은 아니다). '금전적 성공'일 수도 있고 '사회적 명성'일 수도 있고 혹은 '종교적(혹은 형이상학적)깨달음'일 수도 있는 불꽃은 삶의 순간순간을 환하게 비쳐줄 것이다. 나의 삶뿐만 아니라 타인의 삶까지.


대중에게 잘 알려진 법륜 스님의 '법륜'이라는 이름도 바퀴에서 비롯되었다.


법륜스님. 사진 출처: 정토회


부처는 교법의 수레바퀴를 굴려 중생의 모든 번뇌를 굴복시키므로 비유하여 법륜이라고 하였다. 초기 불교의 교단에서는 부처의 설법을 뜻하는 말로 사용되었으나, 중국에서는 석가모니의 가르침을 분류하는 교상판석(敎相判釋:경전을 내용·시기 등에 따라 분류함.)에 많이 붙여 사용하였다.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법륜(法輪)) 중 -


물론 앞서 말한 다람쥐 쳇바퀴와 법륜이라는 수레바퀴는 일반적으로 쓰이는 의미가 다르다. 다만 나의 탈구축적 상상력(쉽게 말해 뇌피셜)을 더해보면 두 바퀴 모두 반복성을 통해 회전을 하고 그로 인해 불꽃(의미와 목표)을 일으킨다는 점에서는 동일하지 않나 싶다. 앞서 말한 나의 쳇바퀴가 그 나름의 의미를 만들고 목표를 달성하는 것처럼 법륜도 '굴림'을 통해 세상 모든 번뇌를 굴복시키는 큰 뜻을 달성하는 것처럼 말이다.


만약 나처럼 매일 반복되는 일상이 의미 없는 쳇바퀴 같다는 생각이 든다면, 이를 삶에 중요한 불꽃을 일으키는 과정이라고 생각해보면 어떨까. 오늘도 이렇게 브런치에 글을 쓰며 나의 쳇바퀴를 열심히 굴려본다. 불꽃을 일으킬 날을 기약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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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by Matt Bero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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