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캡선생 Sep 14. 2022

"아직 틱톡 문법은 모르겠어요"


내가 진행하는 마케팅 모임에 100만 명에 가까운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브 채널 대표님이 참여했던 적이 있다.


예전에는 직장인들이 "먹고살려면 기술을 배워야 해" 같은 말을 흔히 하곤 했는데, 요새는 이 표현이 "먹고살려면 유튜브도 해야 해"로 바뀐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유튜브를 단순 영상 매체로 보기보다는 돈을 벌 수 있는 생산수단으로도 생각하때문일 테다.


그래서인지 해당 멤버분에게 많은 질문이 쏟아지곤 했는데 그중 하나가 "틱톡은 할 생각없나요?"였다. 이 질문에 그분은 다음과 같이 답했다.



아직 틱톡 문법은 모르겠어요.



일반인이 보기에는 틱톡 영상 매체이다 보니 쉽게 확장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업계 전문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 이유를 '문법'으로 이야기하는 것을 듣고 나도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사실 우리가 익숙하게 느끼는 영상 매체도 처음부터 대중들이 쉽게 즐겼던 것은 아니었다.

 

예를 들어 영화에서도 하나의 쇼트와 다음 쇼트는 비연속적이지만 바로 그것에서 어떤 연결이나 인과를 읽어냅니다. 하지만 영화가 생겼을 당시의 관객들은 그것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영화를 보는 것이 익숙해지자 그와 같은 영상문법을 습득하게 된 것입니다.

- 가라타니 고진의 <하루키의 풍경> 중 -


이처럼 모든 매체는 그만의 문법이 있고 그 문법을 이해해야만 더 나은 콘텐츠를 제작 및 소비할 수 있게 된다. 즉 유튜브틱톡의 차이는 단순히 영상의 '길이'에 있는 것이 아니 영상의 길이로 인 '문법'의 차이에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책 리뷰' 영상을 생각해보자.


유튜브의 경우 긴 호흡을 갖고 진행할 수 있다 보니, 기존에 텍스트로 접했던 독후감의 형식을 크게 훼손하지 않일종의 영상형 독후감으로 시청자에게 다가간다. 즉 책의 요점은 물론이고 책과 관련된 다양한 배경지식 그리고 본인이 느낀 점까지 기존 텍스트 독후감이 다루는 모든 내용을 다루면서도 시청각적 요소를 더해 조금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책 리뷰를 만든다. 간단히 말해 영상의 장점을 극대화한 업그레이드 독후감이라고 볼 수 있다.


북튜버 '김겨울'. 사진 출처: 유튜브 '겨울서점'


이와 다르게 틱톡은 시간적 제약이 다. 틱톡의 책 리뷰 영상은 일반적인 틱톡 영상에 비해 분량이 긴 편이지만 그래도 3분을 넘기는 경우는 많지 않다. 그러다 보니 기존의 텍스트 독후감은 물론이고, 유튜브 책 리뷰와도 다른 문법을 갖게 된다. 


틱톡의 책 리뷰 영상이 집중하는 바는 딱 두 가지로 보인다. 


1. "읽을만하냐?" 

2. "어떠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냐?" 


그래서 틱톡의 책 리뷰 상당수는 '추천 책'을 단순 열거하는 영상이고, 또한 그보다 자세하게 책 내용을 다루는 영상들도 썸네일만 봐도 대충 해당 책이 슬픈 내용인지 무서운 내용인지 혹은 즐거운 내용인지 쉽게 파악할 수 있. 일종의 틱톡만의 영상 문법인 것이다.


사진 출처: 틱톡


애플의 아이폰 출시 이후 대부분의 기업들은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을 부르짖었다. 그런데 이때 많은 기업들이 실수한 것은 아날로그를 기반으로 하는 상품과 서비스를 단순히 디지털로 옮기는 것이 디지털 전환이라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즉 디지털 문법에 대한 이해 없이 일을 진행하다 보니 디지털 '전환'이 아닌 디지털 '변환(Conversion)'에 그치고 말았다. 그 결과 기존의 대기업이 아닌 디지털 문법을 빠르게 파악한 스타트업 새로운 시대의 주인공 역할을 차지하게 었다.


틱톡마찬가지. 단순히 기존의 영상을 '짧게' 는 것이 틱톡형 영상이라고 생각한다면 디지털 변환에 그쳤던 수많은 기업의 선례를 그대로 따라가는 것이다. 우리가 고민해야 할 것은 짧은 영상이기 때문에 형성되는 틱톡만의 새로운 '문법'이다. 그리고 이 '문법'을 제대로 파악할 수만 있다면 가올 시대에(이미 다가온지도 모르겠다) 지금의 인기 유튜버와 같은 영향력을 갖게 될 것이다. 



P.S. 나도 아직 틱톡 문법은  모르겠다.


<같이 보면 좋은 글>

https://brunch.co.kr/brunchbook/kap11


매거진의 이전글 서울 한복판에 이 사람의 사당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