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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캡선생 Sep 16. 2022

메시의 드리블과 니치 마켓

니치 마켓(Niche Market)


유튜브 채널 '리춘수'에 전 축구선수 김형일이 나와 메시를 상대한 경험을 털어놓았다.


사진 출처: 유튜브 채널 '리춘수'



메시는 닿래야 닿을 수도 없는 축구의 신 같다는 것이 그의 평이었다. 그리고 구체적으로 메시가 어떻게 수비수 두 명을 쉽게 제치는지 말했다. 메시는 두 명이 수비를 미루는 영역을 기가 막히게 파악하고 그곳으로 치고 들어간다는 것이다. 이를 테면 A는 "B가 수비하겠지"라고 생각하고 B는 "A가 수비하겠지"라고 생각하는 바로 그 지점으로 돌파한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수비수가 2명이 붙어도 메시의 몸도 건드리지 못하는 것이다.


이 말을 듣고 메시의 드리블은 '니치 마켓' 공략법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기업이 진입하기에는 애매하고 그렇다고 개인이나 자영업자가 진입하기에는 어려운 그러한 니치 마켓 말이다.


니치 마켓(Niche Market)

니치는 「틈새」란 뜻으로, 「틈새시장」을 말한다. 수요가 비어있는 시장을 말하며 치밀한 시장 조사 후에 이 시장에 경영자원을 집중적으로 투입하는 전략을 「니치 전략(niche strategy)」이라고 한다. 또한 이 마켓을 개척하는 기업가를 니처(nicher)라고 한다.  

- [네이버 지식백과] (패션전문자료사전, 1997. 8. 25., 패션전문자료편찬위원회) 중 -



마케팅 업계에서 이러한 니치 마켓을 공략해서 큰 성공을 거둔 기업이 있다. 바로 에코마케팅이다.


내가 전 직장에 다닐 때만 해도 에코마케팅은 잘 알려지지 않은 작은 규모의 광고대행사였다. 회사 동기가 에코마케팅에게 규모의 마케팅 프로젝트를 맡겼던 적이 있어서 나에게도 낯설지 않은 회사다. 그런데 이 회사가 어느 순간부터 급성장하더니 이제는 국내 최대 광고대행사인 제일기획, 이노션 등과 같이 거론될 정도의 기업이 되었다.


사진 출처: 더밸류뉴스



에코마케팅은 어떤 니치 마켓을 공략했기에 이렇게 성장한 것일까? 그것은 바로 전자상거래다. 타사의 상품과 서비스를 대신 광고해서 돈을 버는 광고대행업에만 머물지 않고 자사(정확히는 자회사와 전략적 제휴사)의 상품을 직접 광고하고 판매하는 전자상거래업에 뛰어들었고 그것이 빛을 발했다.


전자상거래업 그 자체는 니치 마켓이라 할 수는 없다. 이미 오래전부터 많은 기업들이 이 시장에 들어와서 큰돈을 벌고 있으니 말이다. 다만 광고대행사가 이 영역에 들어온 것은 일종의 니치 전략이라고 볼 수 있다. 왜냐하면 에코마케팅 이전까지는 대다수의 광고대행사들이 이 영역에 공격적으로 진입하지 않았 때이다.


최근에 대기업 광고대행사 임원분과 미팅을 했는데 그분은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다. "저희 회사 사람들은 다들 안정지향이라 리스크가 큰 비즈니스는 잘 못하는 것 같아요." 이처럼 제일기획, 이노션 등과 같은 대기업 광고대행사는 상품의 매출과 상관없이 광고비에 비례한 고정적인 수입을 받는 안정적인 광고대행업에 익숙하다 보니 매출에 따라 큰 적자를 볼 수도 있는 전자상거래업에 잘 뛰어들지 못했다. 그들의 DNA에 반하는 일이기 때문일 테다. 더욱이 자사의 상품을 출시하고 광고를 하게 될 경우 클라이언트와의 직접적인 경쟁도 피하기 힘들다. 이런 경우 광고대행으로 벌어들이는 안정적인 수입을 포기해야 할 수도  있는데 이는 쉽지 않은 일이다.


소규모 광고대행사의 경우 신규 상품을 알리기 위한 최소한의 광고비를 확보하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리고 전자상거래업까지 신경 쓸 수 있는 여력이 있는 소규모 광고대행사는 거의 없다. 이를 위해서는 돈과 시간 그리고 인력이 뒷받침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에코마케팅은 이처럼 대기업과 소규모 광고대행사가 진입하지 못하는 시장을 마치 메시가 수비수 두 명의 빈 틈을 파고들듯 성공적으로 진입한 것이다. 클럭, 몽제, 오호라 등으로 연속 홈런을 치면서 에코마케팅은 이제 분기 영업익 200억을 넘는 광고업계에서는 대기업이라 불릴 수 있는 위치에 이르게 되었다. (에코마케팅의 성공 이후 대기업들도 뒤늦게 이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사진 출처: 네이버 뉴스



해외에서도 니치 마켓을 공략하는 기업들이 많은데 그중에서 최근 가장 인상적인 곳은 '덕덕고(DuckDuckGo)'다. 이들이 공략하는 니치 마켓은 바로 '인터넷 검색 시장'이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인터넷 검색 시장'에 니치 마켓이 있다고는 상상도 못 했을 것이다. 그곳에는 이미 절대 강자 구글이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덕덕고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그들은 '개인 정보를 수집하지 않으면서도 훌륭한 검색 결과를 제공하는 인터넷 검색 시장'이라는 새로운 니치 마켓을 발굴하였다.


덕덕고 검색 화면


구글의 모델은 고객에게는 개인화, 광고주에게는 (유저) 행동 타깃 마케팅을 제공하는 것을 중심으로 만들어졌다. 이 모델은 유저와 유저들의 검색 정보를 수집하고 공유하는 것을 필요로 한다. 당신이 구글에서 검색을 할 때, 구글은 당신이 누구인지 그리고 언제 무엇을 검색해왔는지에 대한 상세한 정보를 알고 그러한 정보를 보유하게 된다.

이와 대조적으로, 덕덕고는 (유저의 사생활을) 덜 침해하고, (그래서 유저 입장에서는) 덜 소름 끼친다. 덕덕고는 당신이 누구인지 모르고, 당신의 IP 주소를 기록하지도 않고, 쿠키(웹사이트에 접속할 때 자동적으로 만들어지는 임시 파일)를 통해 당신을 추적하지도 않으며, 심지어 당신의 검색 기록도 저장하지 않는다. (...) 그래서 최근 들어 급증하는 온라인 프라이버시를 중시하는 유저들은 검색엔진으로 덕덕고를 선호하게 되었다.

- 필립 코틀러의 <Principles of Marketing> 중 -
* 본인 번역



니치 마켓은 위에서 언급한 큰 영역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최근에 마케팅 컨설팅을 해드렸던 작은 기업의 대표님도 니치 전략을 펼치고 있었고 그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여긴 대기업이 절대 못 들어와요. 한동안은 말이죠.



이처럼 그 누구도 쉽게 들어오지 못하는 니치 마켓은 고객/시장/품질/가격/서비스 등에 따라 다양하게 존재한다. 그리고 이 니치 마켓을 발굴하는 기업은 수비수의 큰 저항을 받지 않고 나아가는 메시처럼 꽤나 순조로운 비즈니스를 영위할 수 있을 것이다.



<같이 보면 좋은 글>

https://brunch.co.kr/brunchbook/kap11


Photo by Peter Idowu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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