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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캡선생 Sep 12. 2022

서울 한복판에 이 사람의 사당이?


이번 역은 동묘앞, 동묘앞역입니다.


1호선을 타고 종로3가 보다 위로 가본 적이 많지 않아서인지 '동묘앞역'이라는 말이 상당히 이질적으로 들렸다. 그리고  '동묘역이면 동묘역이지 왜 굳이 '앞'을 붙였을까?' '동묘는 무덤인가?'등등의 다양한 궁금증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샘솟기 시작했다. (MBTI로 따지면 극단적인 N성향)


궁금증의 꼬리를 자르기 위해 네이버 검색을 해보니 동묘의 정의는 다음과 같았다.


동묘 東廟

관왕묘 가운데 서울 동대문 밖에 있는 사당. 임진왜란 때 관우의 혼이 때때로 나타나 조선과 명나라의 군을 도왔다 하여 선조 32년(1599)에 명나라 신종 황제의 명에 따라 건립하여 2년 후에 준공하였다. 우리나라 보물로, 보물 정식 명칭은 ‘서울 동관왕묘’이다. =동관왕묘.

- 네이버 사전 중 -


'응? 관우라고? 진짜 <삼국지>에 나오는 관우?'


단순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검색한 결과 오히려 나에게 더 큰 궁금증을 안겨주었다. 그래서 바로 '관왕묘'가 무엇인지 찾아봤다.


관왕-묘 關王廟

중국 삼국 시대 촉한의 장수 관우의 영(靈)을 모시는 사당. 조선 시대에 서울에 동묘, 서묘, 남묘, 북묘가 있었다.

- 네이버 사전 중 -


진짜 내가 생각한 관우가 맞았다. "복숭아나무 아래형제가 되기로 맹세를 했네. 유비, 관우, 장비"의 그 관우 말이다.


중국 후베이성 관우 조각상. 사진 출처: 연합뉴스


서울에 30년 넘게 살면서 관우 영을 모시는 사당이 서울 한복판에 있다고는 상상도 못 했다. 그리고 그것을 일컫는 명칭이 흔히 들어왔던 동묘라는 것은 더더욱. (북묘와 서묘는 동묘에 병합되었고, 현재는 서울에 동묘와 남묘만 있다)


무한도전에서 형돈이대준이가 자신들만의 패션타운이라 일컬은, 그리고 패션 디자이너 키코 코스타디노브가 "세계 최고의 거리!"라 극찬한 동묘앞이 사실은 관우의 사당 앞이었던 것이다.


사진 출처: 유튜브 '오분순삭'
사진 출처: 인스타그램 'kikokostadinov'


<삼국지>에 나오는 수많은 인물들은 장점과 동시에 단점도 부각이 된다. 유비는 착하지만 결단력이 부족하, 조조는 훌륭한 결과를 만들어내지만 잔무도하고, 장비는 용맹하지만 단순 무식하다와 같이 말이다. 그런데 관우만큼은 크게 흠잡을 것이 없어 보이는 인물처럼 그려진다. 게임으로 따지면 육각형의 능력치가 빠짐없이 꽉 찬 다이아몬드형 캐릭터처럼.


그래서일까? 다른 인물의 사당은 보기 힘들어도 관우의 사당은 우리나라뿐만이 아니라 대만, 일본, 홍콩 등 아시아 여러나라에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물론 이러한 평가는 나관중의 <삼국지연의>에 따른 것이고 그전에 나온 <삼국지평화>에 따르면 오히려 장비가 관우보다 더 부각이 된다. 


<삼국지평화> 공연에서는 장비가 스토리의 중심에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제갈량이 등장하기 전까지 전반부는 더욱 그렇다.

당시 청중들은 단순하고 거칠기는 해도 가장 인간적이고 호쾌한 장비를 좋아했고 이야기꾼들은 그런 청중들의 기호를 공연에 반영하여 장비를 두드러지게 묘사했음에 틀림없다.

관우 이야기를 공연할 때 청중의 분위기는 장비의 경우와 달리 매우 장중하고 숙연했음이 분명하다.

- 김영문이 번역한 <삼국지평화> 중 -


이야기가 다소 곁길로 샜는데,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이렇게나 늦게 동묘의 정체(?)를 알게 된 나의 무지함과 무심함에 잠시 반성했다. 서울에 대해 잘 안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잘 몰랐던 것이다. 이 비단 서울만이 아니었다. 대한민국도 잘 몰랐다는 것을 최근에 깨닫게 되었다.


코로나로 인해서 해외여행을 가지 못하면서 국내여행을 많이 하게 되었는데, 우리나라가 단순히 아름다운 것을 넘어 해외에서나 법한 낯선 풍광과 그와 관련한 신비로운 이야기가 전국 곳곳에 있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되었다. 내 여행을 할 때마다 대한민국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곤 했던 것이다.


그래서 앞으로는 대한민국 국민, 서울시민이 아 이곳을 처음 방문한 호기심 어린 여행자의 시선으로 삶의 터전을 바라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익숙한 것을 처음 보는 눈으로 바라보는 '뷰자데'의 시선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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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by DLKR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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