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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캡선생 Nov 30. 2022

노력 다 필요 없어! 재능이 다야!


유튜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성공스토리 영상에 거의 빠짐없이 달리는 댓글이 있다.


노력 다 필요 없어! 모든 게 타고나는 거야.



세부적인 내용은 조금씩 다르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타고난 사람을 이길 수 없다는 것이 이러한 댓글의 요지다. 그리고 성공한 사람이 노력을 강조하지만 저것도 타고났으니까 할 수 있는 말이라는 날 선 비판이기도 하다.


이런 댓글을 볼 때마다 기분이 뭔가 찜찜했다. 왜 그런가 곰곰이 생각해보니 반박을 하고 싶으나 완벽하게 반박할 수 없는, 어느 정도의 진실을 담고 있는 말이기 때문이었다.


살다 보니 타고난 신체조건과 지능 그리고 가정환경이 노력을 무색하게 만드는 경우를 너무나도 많이 보았다. 이는 비단 재능이 가장 돋보이는 예체능 계열에 한정된 이야기가 아니고 삶의 모든 방면에 해당하는 이야기다. "천재는 1%의 영감과 99%의 노력으로 이루어진다"는 노력의 중요성을 말하는 것처럼 보이는 에디슨의 명언조차 잘 살펴보면 노력만으로는 천재가 될 수 없다는 것을 드러내고 있다.


그렇다면 재능이 없는 사람은 노력할 필요조차 없다는 말인가? 물론 그렇지 않기 때문에 이 글을 쓰 있 것이다.


내가 토익/토익스피킹/오픽 시험에서 모두 만점을 받았고, 국내파(?)로서 흔치 않게 공군 어학장교로 복무했다는 사실을 안 사람은 대부분 나의 언어적 재능을 치켜세우곤 했다. 그때마다 내가 얼마나 노력했는지를 말했지만 대부분은 위에서 말한 댓글처럼 "그것도 재능이 있으니까 가능한 거야"라는 반응을 보였다. 하루에 16시간을 공부하기도 고, 10년 넘게 매일 영어 공부하는 루틴을 가져왔음을 말해도 이런 말은 상대에게 들리지 않는 듯했다. 그리고 이러한 반응을 지속적으로 접하다 보니 나조차도 '재능'이 있기에 '노력'이 빛을 발한거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세뇌를 당한 건지 요샛말로 가스 라이팅을 당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러던 어느 날 회사의 외국어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중국어를 배우게 되었다. 3개월 동안 기숙사와 같은 곳에서 숙식을 하면서 중국어만 공부하는 그야말로 외국어 공부에 최적화되어 있는 프로그램이었다. (자세한 사항은 아래 기사 참조)


https://www.hankyung.com/economy/article/201111144249g



모두가 백지에서 시작하는 중국어 공부라, 언어적 재능이 있다고 알려진 나에 대한 주위의 기대가 컸다. 그래서 초반에 조별로 공부할 때도 나와 같이 공부하려는 동기들도 꽤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기대는 빠르게 사라졌다. 나는 아주 좋게 평가해야 평균 정도의 중국어 습득 속도를 보였기 때문이다. 3개월 동안 남들 못지않게 공부를 했으나 나의 수료 성적 또한 딱 중간이었다. 좋은 건지 나쁜 건지는 모르겠으나 어찌 되었건 간에 나의 영어 실력은 '재능'이 아니라 '노력' 덕택이었음을 의도치 않게 증명해내는 순간이었다.


이 경험 이후 '노력'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되었다. 그리고 '노력'에는 크게 두 가지의 역할이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1. 재능 판별


모든 노력이 성공을 담보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한 가지는 담보할 수 있다. 바로 '재능' 유무를 판별하는 것이다.


키가 150cm 이하인 사람에게 농구 선수라는 커리어를 권하지 않는 것처럼, 신체조건은 재능 유무를 눈으로 쉽게 확인 가능한 재능 판별기이다. 다만 눈에 보이지 않는 재능을 판별하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문제다. 그럴 때 우리가 기댈 수 있는 것은 적절한 노력을 투입했을 때 어떠한 결과물이 나오는지를 보는 것이다. 지속적이고 적절한 노력을 투입함에도 불구하고 터무니없는 결과물 나온다면 재능이 없다고 판단해도 무방하다는 것이다. 이처럼 노력은 내가 어떠한 것에 재능이 있는지 없는지를 알려주는 재능 포청천 같은 역할을 한다. 그래서 죽어라 노력을 했는데도 아웃풋이 형없다면 깔끔하게 포기하는 것이 답이다.



2. 적절한 성공


공군 어학장교에서 통/번역 특기 훈련을 받을 때 크게 좌절한 적이 있다. 내가 하루 만에 암기할 수 있는 분량의 정보를 1시간 만에 암기해내는 하버드대학교 출신의 동기를 보면서 말이다. 그는 단순 암기뿐만 아니라 이해력 및 응용력 또한 탁월했다. 쉽게 말해 넘사벽의 지능을 갖고 있는 듯 보였다. 사람마다 타고난 지능이 이렇게까지 차이가 날 수 있음을 처음으로 뼈저리게 느낀 순간이었다.


군 전역 후에도 가끔씩 괴물 같은 두뇌의 동기들이 떠오르곤 했다. 그리고 그들과 내가 지식산업이라는 동일한 경기장에서 경쟁을 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될 때면 아찔하기도 했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생각을 조금 달리 하게 되었다. 무조건 1등을 할 필요는 없다는 것을 말이다.


농구선수 중에서 마이클 조던과 같은 업적을 가진 선수는 없다. 앞으로도 그를 뛰어넘는 선수는 없을 확률이 높다. 그는 당대 최고의 선수였을 뿐만 아니라 농구를 대표하는 혹은 조금 과장하면 모든 스포츠를 대표하는 선수이니 말이다. 이는 노력만으로 달성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농구 실력뿐만 아니라 타고난 외모와 스타일 그리고 시대적 환경이 모두 받쳐주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그렇다고 해서 마이클 조던과 같은 업적을 달성하지 못한 모든 선수가 실패한 것은 아니다. NBA에서 뛰고 있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성공이라 할 수 있고, 각자의 기준에 따라 대학팀에서 뛰든 농구코치로 활동하든 간에 성공의 다양한 모습이 있을 수 있으니 말이다. 즉 타고난 재능은 마이클 조던과 차이가 나지만 각자의 노력으로 각자의 성공을 달성할 수 있는 것이다. 이를 정신승리라고 부를 사람도 있겠지만 나는 '적절한 성공'이라고 부르고 싶다. 누군가에게 1조 원을 벌어야만 성공이라 할 수 있는 반면 다른 누군가에게는 100억 원만으로도 충분한 경제적 성공일 테니 말이다.


그리고 극소수의 재능러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사람은 재능에 있어서 큰 차이가 없다. 노력이 개입할 여지가 많다는 소리다. 그렇기 때문에 객관적으로 상위 1%의 성공을 노력이 담보하지는 않지만, '적절한 성공'은 노력만으로도 가능하다고 본다. (1번에서 말한 재능이 아예 없는 영역만 제외하면 말이다)



지금까지 알아본 바와 같이 노력은 필요 없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무엇을 잘하는지 못하는지를 판별해줌과 동시에 적절한 성공까지 담보하니까 말이다. 그리고 재능도 없는데 노력까지 안 한다면 무엇을 바랄 수 있겠는가?


이처럼 재능의 중요성을 부정할 수 없듯이 노력의 중요성도 부정할 수 없다. 그러니 누군가의 성공 모두 '재능'으로 치부하지 말고, 누군가의 실패를 모두 '노력' 부족으로 탓하지는 말자.


노력필요하고 재능도 다가 아니.



P.S. 이 글에서 재능은 '유전자', '가정환경', '성장 배경' 등이 얽히고설킨 무언가로 생각하고 썼습니다.


<같이 보면 좋은 글>

https://brunch.co.kr/brunchbook/kap11



Photo by ANIRUDH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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