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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캡선생 Dec 13. 2022

셀프 좋아요에 대해


브런치는 아니지만 인스타그램과 네이버 블로그 등 상당수의 플랫폼은 본인 게시물에 본인이 좋아요를 누를 수 있다. 즉 셀프 좋아요가 가능하다.


본인의 게시물에 스스로 좋아요를 누르는 것은 개인의 자유인데 이에 대해서 이상하게 보는 시선이 있다는 것을 최근에 알게 되었다. 이를 자기애 과잉 혹은 뻔뻔하다고 보는 인식이 있다는 것을 말이다.


유튜브에서 한 영상을 재밌고 봐서 '좋아요'를 누르고 댓글을 살펴보는 와중에 다음과 같은 의견을 발견했다. (인물을 특정하지 않기 위해 다소 각색했다)


지 영상에 지가 좋아요를 누르네. 부끄럽지도 않나?ㅋㅋㅋ



이 짧은 댓글을 보고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나 또한 내가 올린 게시물에 좋아요를 누르는 편이라 공격받는 듯한 느낌도 들었다. 그리고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셀프 좋아요가 과연 부끄러운 일인지를.


결론부터 말하면 전혀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SNS의 폐해 중 하나가 평가 주체를 타인에게 넘기는 것이다. 타인이 나의 게시물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그리고 얼마나 많은 사람이 나를 팔로우하는지에 따라 창작능력을 넘어 스스로의 가치까지 판단하게 되는 것이다.


제삼자의 평가를 통해 게시물의 대중성(혹은 매력도)을 판단하는 것은 객관적인 피드백을 받는 차원에서는 괜찮겠지만 스스로의 가치까지 타인의 평가에 의존하는 행위는 상당히 위험하다.


자부심을 의미하는 영어 단어 'self-esteem'을 살펴보면 '스스로'를 의미하는 'self'와 '평가하다(estimate)'라는 어원으로부터 비롯된 'esteem'의 합성어다. 즉 자부심은 평가의 주체가 타인이 아닌 나일 때 발생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므로 평가의 대상이 되기보다 평가의 주체가 된다는 면에서 셀프 좋아요는 긍정적이라고 본다.


그리고 메타인지를 하는 사람이라면 '나'또한 '타인'일 수 있다. 스스로의 게시물을 객관적으로 보고 만족한다면 좋아요를 누르는 것은 타인이 나의 게시물에 좋아요를 누르는 것처럼 자연스럽다. 나의 생각과 의도가 잘 표현된 창작물이라면 응당 '참 잘했어요'를 스스로에게 허락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플랫폼이 셀프 좋아요를 할 수 있게 만들었다면 이를 하는 것은 전적으로 개인의 자유다. 플랫폼이 그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했다면 브런치처럼 셀프 좋아요를 할 수 없게 막아두었을 테니 말이다.


그래서 플랫폼이 허락하는 한 나의 게시물에 꾸준히 좋아요를 누를 것이다. 무엇보다도 내가 나의 게시물을 좋아하지 않는데 어떻게 타인의 좋아요를 바라겠는가?


어떠한 창작이건 최초이자 가장 중요한 관객은 나 자신이다.



<같이 보면 좋은 글>

https://brunch.co.kr/brunchbook/kap11


Photo by George Pagan III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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