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임의 만족도를 높이는 결정적 '한 가지'

by 캡선생


사회 건전성을 나타내는 지표 중 하나가 "얼마나 많은 사람이 실패하고 다시 일어설 수 있는가?"라고 생각한다.


KBS의 <명견만리>에 따르면 미국과 중국의 경우 창업 실패 횟수가 2.8회인 반면에 우리나라는 1.3회에 그친다. 이 말인즉슨 우리나라에서는 한 번 실패하면 다시 일어서기 힘들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많은 사람이 새로운 일을 하기보다는 안정적이라고 여겨지는 '공무원' '대기업'에 취업하기를 원하고 은퇴 후에도 본인이 주체적으로 사업을 하기보다는 카페나 치킨집 등 식음료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운영하곤 한다.


창업 실패 횟수. 사진 출처: 중소기업청


누구나 알 수 있듯이 사회적 안전망이 약하다 보니 일어나는 현상이다. 이런 사회에서 혁신을 기대하기 힘들다. 우리의 삶을 바꾼 수많은 혁신은 실패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새로운 것을 한다는 것은 실패하겠다는 다짐이자 그 실패를 딛고 결국에는 이뤄내겠다는 용기다. 토스의 이승건 대표도 여덟 번의 실패를 딛고 일어섰기에 현재 우리나라의 보수적인 금융업계를 뒤흔들고 있는 토스를 만들 수 있었다.


그런데 앞서 말한 대로 우리나라는 실패를 할 다짐과 용기를 갖기 힘든 환경이다. 누군가는 그럼에도 시도하고 해내겠지만 대다수에게는 제자리를 유지하기에도 버거운 환경이다. 사회 건전성은 이렇게 제자리를 유지하는 것만으로는 이룰 수 없다. 다른 국가가 앞으로 나아가는 동안 제자리에 있는 국가는 사실 뒤처지는 것이고, 이는 기존에 누렸던 상당수를 잃게 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국민 모두가 안빈낙도(安貧樂道: 가난한 삶 속에서도 마음의 평화를 지키며 도를 추구하는 자세)의 삶을 추구하지 않는 이상 이는 심각한 문제를 불러일으키게 된다.


것은 모임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고 새로운 생각과 의견을 마음껏 개진할 수 있는 환경이 모임 건전성을 좌우한다. 모든 것을 증명된 팩트에 기반하여 대화를 하려다 보면 그 누구도 맘 편히 이야기할 수 없고 같은 이야기만 돌고돌 뿐이다. 내가 '팩트'라고 생각한 것이 사실 누군가의 '의견'인 경우도 있고 예전에는 옳았지만 지금은 틀린 오류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리고 이러한 환경은 상대의 실수를 기다렸다는 듯이 지적하고 공격함으로써 자신의 가치를 올리려는 사람에게만 유리하다.


그래서 내가 모임을 진행함에 있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한 가지가 '실수를 해도 공격받지 않을 것이라는 안정감'을 형성하는 것이다. 마음껏 실수할 수 있는 이른바 '심리적 안정망(Psychological Safety Net)'이다. 이것이 모임의 만족도를 높이는 결정적인 '한 가지'이다. (물론 타인에 대한 배려가 결여된 말실수는 허용하지 않는다)


이러한 심리적 안정망을 지키기 위해서는 크게 세 가지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1. 실수를 높은 가치로 설정


나는 모임 때마다 지겨울 정도로 "더 나은 실수를 합시다(Let's Make Better Mistakes)"라는 말을 한다(캡선생 로고 하단부에도 적혀있다). 그리고 나 스스로도 실수를 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려고 노력하면서 이를 참여자에게려한다. 심지어 강의를 할 때는 내 질문에 가장 많이 틀린 답을 한 사람에게 작은 선물을 주기도 한다. 내가 진행하는 모임에서 '실수'는 '마이너스'가 아닌 '플러스'라는 것을 참여자에게 꾸준히 인지시키는 것이다.


2. '옳다'가 아닌 '그럴 수도 있다'의 접근


다만 심리적 안정망에만 집중을 하다 보면 모두가 서로의 의견이 '옳다'라고 말하고 끝이 나버리는 평등 편향(Equality Bias)에 빠질 수 있다. 대화가 이루어지기보다는 순서대로 자기 할 말만 하고 끝나버리는 그런 모임이 돼버리는 것이다. 나도 모임을 진행하다 보면 가끔씩 이러한 함정에 빠지곤 하는데 그럴 때마다 접근법을 다시 한번 생각한다.


나의 경험상 '나도 옳고 너도 옳고 그도 옳다'는 탈무드식 접근보다는 '그럴 수도 있구나'와 같은 개그맨 유세윤식 접근법이 모임에는 더욱 효과적이다. 모든 게 동등하게 옳다고 보기보다는 사안에 따라서 옳은 의견도 있고 틀린 의견도 있을 수 있음을 인지하면서도 관대하게 서로를 대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심리적 안정망도 지키고 대화의 핑퐁도 일어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수 있다.


3. 'You'가 아닌 'Me' 화법을 유도


심리학에서 얻은 지식 중 가장 유용하게 활용하는 것 중 하나가 'me 화법'이다. 예를 들어 누군가와 싸웠을 때 "너는 왜 이렇게 사람을 빡치게 만드냐?"라고 말하기보다는 "그 말이 나한테는 상처가 된다"와 같이 주어를 '나'로 갖고 오는 것이다.


이것을 모임에 적용해본다면 다음과 같다. 누군가가 잘못된 정보에 근거해서 이야기한다고 느끼면 "지금 당신이 말한 것은 틀렸는데요?"라고 말하기보다는 "제가 알고 있는 내용과는 조금 다른 것 같습니다. 저는 이렇게 알고 있습니다"와 같이 말해 보는 것이다. 아 다르고 어 다르다고 '심리적 안전망'을 유지하면서도 서로 다른 의견이 마음껏 오가기 위해서는 'me'화법이 중요하다.



모임을 하다 보면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사람이 존재한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된다. 타인에 대한 배려는커녕 세상이 오롯이 나를 위해서만 존재한다는 듯이 행동하는 사람을 더러 보게 된다. 이러한 사람이 모임에 참여하게 되면 '심리적 안정망'이 찢어지기 일보직전까지 가기도 있다. 그럴 때마다 위에서 말한 부분을 최대한 적용해보고 또한 개선할 것은 없는지 끊임없이 고민을 한다.


모임을 진행하는 사람은 그 방법이 무엇이 되었던 건 간에 '심리적 안정망'을 사수하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 심리적 안정망이 없는 모임은 에어백이 없는 자동차와 크게 다를 바가 없으니 말이다.



P.S. 이 글에서 말한 모든 것은 '경청'이라는 토대 위에 쌓아야 한다. "집중은 가장 희소하면서도 순수한 형태의 너그러움이다"라는 시몬 베유의 말처럼 집중해서 상대의 말을 들어주는 것만큼 너그러운 행위, 즉 심리적 안정을 주는 행위는 드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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