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감이 족쇄가 되지 않도록

모임에 대한 책임감

by 캡선생
책임감을 좀 내려놓으셔도 될 것 같아요


독서모임이 끝난 후 멤버분이 나에게 위와 같이 말을 했다. 그리고 이 말은 나에게 묘한 힐링이 되었다.


최근에 3개 이상의 소셜 모임을 진행하고 있다. 이 각기 다른 모임에서 멤버들의 만족도를 최대한 높이기 위해 다양한 방법들을 고민하고 적용을 하고 있는데, 이러한 노력의 덕택인지 다음과 같은 감사한 피드백을 받고 있다.


트레바리를 3년 넘게 참여하면서 가장 좋은 모임이었어요
오늘 놀러가기로 참여해보았는데 너무 좋아서 등록한 모임이 아니라 이 모임으로 바꾸고 싶은데 방법이 있을까요?
독서모임이 이렇게 재밌는 줄 처음 알았어요


이처럼 과분한 피드백에 더욱 자극을 받아 모임의 질을 높이려는데 과하게 집착하기 시작했고 그로 인해 어느 순간 모임에 대한 책임감이 너무 높아져버렸다. 즉 너무나도 높아져버린 책임감 때문에 모임 그 자체를 즐기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모임이 끝나면 즐거움보다는 안도감이 더 크게 느껴졌고, 이러한 모습을 한 멤버분이 눈치챘던 것 같다.


'책임감 있는 사람'이라는 말은 대개 칭찬으로 쓰인다. 그러다 보니 '과한' 책임감이라는 개념은 잘 언급되지 않는다. '과한' 선행이라는 말을 잘 안 하는 것처럼 말이다.


학창 시절 뉴스에서 회사원이 과한 업무 때문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어린 마음에 "회사를 그만두지 않고 왜 그런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까?"라는 생각을 했던 것이다. 그러나 나이가 들고 사회생활을 하게 되면서 그러한 선택들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과한 책임감이 족쇄가 돼버린 것이다. 과중한 업무 스트레스가 스스로의 정신적/육체적 건강에 위해를 가하는 상황에서도 책임감이라는 족쇄에 묶여 벗어나지 못했던 것이다.


나는 이런 족쇄에서 자유롭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었는데, 본업도 아닌 즐거움에 포커스를 맞춘 부캐 활동에서 스스로 이러한 족쇄를 묶게 될 줄은 몰랐다. 멤버 분의 말이 없었다면 그 족쇄는 살을 파고 들 정도로 단단하게 나를 묶어버렸을 것이다.


우리가 비행기를 타게 되면 다음과 같은 안내방송이 나온다.


비상상황 시 동행자를 도와주기 전에 본인 먼저 산소마스크를 착용하시길 바랍니다


책임감도 이와 비슷한 것 같다. 본인에 대한 책임을 먼저 지고 나서 타인을 위한 책임감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 내가 온전하지 못하다면 타인에 대한 책임도 질 수 없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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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by Markus Spiske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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