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캡선생 Nov 08. 2022

구글도 실패한 (돈 안 되는) 일


구글의 혁신을 이끈 것은 '20% 타임제(20% Time Rule)'라는 말이 있다.


구글의 창업자인 세르게이 브린과 래리 페이지는 2004년 기업공개서한(IPO Letter)에서 다음과 같이 '20% 타임제'를 설명했다.


우리는 직원들이 정규 프로젝트 외에 본인들이 생각했을 때 구글에 가장 도움이 될만한 일에 20%의 시간을 쓸 것을 적극 권장하고 있습니다. 이는(20% 타임제) 직원들에게 자율권을 부여하여 조금 더 창의적이고 혁신적이게 만듭니다. 애드센스(구글의 광고중개 서비스)와 구글뉴스와 같은 구글의 많은 혁신은 20% 타임제를 통해 탄생했습니다.



이후 구글의 '20% 타임제'는 직원에게 여유시간을 주어야만 혁신이 가능하다는 것의 논거로써 쓰였고, 많은 기업들이 앞다투어 구글을 벤치마킹하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기업은 실패했다. 그리고 충격적인 사실은 구글 또한 실패했다는 것이다. 더 정확히는 애초에 그런 일이 없었다는 것이다.


구글 부사장 출신이자 야후 CEO를 역임했고 현재는 월마트의 이사인 마리사 메이어는 한 인터뷰에서 '20% 타임제'는 사실 '120% 야근제(120% Time Rule)'라는 충격적인 진실을 폭로했다. 즉 정규 업무시간 중 20%의 시간 자신이 생각하는 아이디어를 구현하는 것이 아닌 정규 업무를 끝마치고 나서 추가적으로 20% 야근을 더 하는 것이 '20% 타임제'의 진실이라는 것이었다.


사업을 해 본 사람이라면 뼈저리게 느낄 것이다. 생존을 위해서 돈 버는 일만 해도 시간이 모자라다는 것을. 그런데 심지어 정규 업무 시간 중에 20%를 떼내어 창의적인 일을 하라고 권유하는 것은 얼마나 비현실적인가. 이는 비단 중소기업만의 문제가 아니다. 여유가 있는 대기업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전 직장(삼성 그룹)에서도 구글의 '20% 타임제'와 비슷한 제도를 실행하려 했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흐지부지되었다. 다들 주어진 업무를 하는 것만으로도 벅찼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우리 모두 리얼리스트가 되자. 그러나 가슴속에 불가능한 꿈을 꾸자"라는 체 게바라의 말처럼 구글도 실패한 일을 해보고자 했다. 회사를 운영하면서 '20%'까지는 아니더라도 일부의 시간을 할애하여 돈 안 되는 일을 지속적으로 해보고자 했다. 그래서 회사를 창업한 이후로 5년 가까이 매주 월요일 '인사이트 토크'를 진행하고 있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 글 참조)


https://brunch.co.kr/@kap/434



어제도 멤버들과 '인사이트 토크'를 했고 인상적인 부분을 아래와 같이 정리해보았다.



1. 드라마 PPL에서 웹툰 PPL로

* PPL(Product Placement): 특정 기업의 협찬을 대가로 영화나 드라마에서 해당 기업의 상품이나 브랜드 이미지를 소도구로 끼워 넣는 광고기법 / 네이버 지식백과 참조


패션회사에서 일하면서 느낀 점은 PPL만큼 효과적인 마케팅이 드물다는 것이었다. 대박 드라마에 적절하게 PPL 하는 것이 그 어떤 정교한 마케팅 전략과 섬세한 실행도 넘어설 수 없는 결과를 만들어낸다는 것을 여러 번 체험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수의 상품과 서비스가 그렇게나 PPL에 목을 매고 있는지도 모른다. 대표적인 예가 PPL을 극한까지 밀어붙인 가히의 멀티밤이다.


팝가수 찰리 푸스의 <Loser> 뮤직비디오에 PPL을 한 가히의 멀티밤


이렇게나 파급력 있는 PPL은 어느 순간 웹툰의 영역까지 넘어왔다. 다만 초창기 맥락 없는 무분별한 PPL로 인해 독자들의 반발을 사면서 사그라들었던 웹툰 PPL은 다시 한번 재정비를 하고 돌아왔다. 대표적인 예가 최근 진행한 패션 브랜드 널디다.


네이버 웹툰 '청춘 블라썸' 102화 중. 사진 출처: 서울경제
사진 출처: 서울경제


모든 매체는 그에 맞는 방정식으로 마케팅을 풀어내야 한다. 드라마 PPL에 먹혔던 방정식을 그대로 웹툰에 이식하기보다는 웹툰만이 갖고 있는 매체의 특성을 고려한 PPL 방정식을 만드는 것이 현재 모든 마케터에게 주어진 숙제일 것 같다.


2. 기부단체의 진화


매달 유니세프에 기부를 하고 있다. 다양한 기부단체 중에서 유니세프를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가장 많이 알려진 단체인만큼 기부금을 제대로 활용하겠지'라는 막연한 생각 때문이었다. 유니세프는 지속적으로 기부금을 어떻게 쓰고 있는지를 알려주며 게으른 나의 기대를 충족시켜주었다. 그리고 최근에는 이러한 소식을 조금 더 특별한 방식으로 알려왔다. 메타버스를 기술을 통해서.



기부금이 물류센터를 거쳐 우크라이나 구호현장으로 가는 과정을 하나의 메타버스로 구현함으로써 모든 기부자가 단순히 소식을 는 것을 넘어 과정에 참여하는 느낌을 받게 만든 것이다. 이처럼 기부단체는 '기부한 돈이 좋은 곳에서 잘 쓰이고 있다는 사실'을 기부자에게 명확하고 흥미로운 방식으로 전달할 필요가 있다. 그것이 기부단체의 또 하나의 의무이니까 말이다.


3. 반려동물과 함께라면 모든 것이 새로워!


첫 월급으로 부모님께 빨간 내복을 사드린다는 전설과도 같은 '라떼 이야기'가 있다. 나도 이때 세대가 아니라서 직접 본 적은 없지만 선배들에게 듣거나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 접해서 알고 있다. 그만큼 '내복'이라는 단어 더욱이 '빨간 내복'이라는 단어는 이제 역사책에서나 볼 수 있는 오래된 언어이자 개념이 되었다. 그런데 이 빨간 내복을 신선하게 만든 업체가 있다. 바로 BYC다.


BYC의 '에어메리' 시리즈. 사진 출처: 인스타그램 @eyesmag / @byc.official


BYC는 반려동물용 빨간 내복을 제작하여 '개리야스' '개르신'과 같은 신조어와 함께 광고를 함으로써 한순간에 '라떼 이야기'를 '지금 이야기'로 뒤집었다. 이처럼 많은 기업들이 반려동물을 활용하여 오래된 혹은 일상적인 무언가에 새로움을 부여하고 있다. CJ대한통운의 명예 택배기사 경태도 그 대표적인 예다.


사진 출처: 뉴시스


반려동물이 새로운 가족으로 급속히 편입됨에 따라 기존에 우리에게는 익숙했지만 반려동물과 함께 하지 않았던 모든 것새로움으로 변모할 수 있는 기회를 게 되었다. 마케터에게도 이것은 큰 기회다.



이처럼 우리 회사는 매주 월요일 아침 즉각적으로는 돈 안 되는 일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 이러한 시간이 쌓이다 보면 나중에는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거대한 인사이트를 얻을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하며 말이다.



<같이 보면 좋은 글>

 https://brunch.co.kr/brunchbook/kap11



Photo by Pawel Czerwinski on Unsplash

매거진의 이전글 네이버의 신상품 '헤드라인DA'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