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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캡선생 Nov 14. 2022

'찐'이 말하는 '찐' 마케팅


'망상 활성계'라는 개념이 있다.


망상 활성계(RAS: Reticular Activating System)는 우리의 뇌에 널리 퍼져있는 신경계를 일컫는 말로 각성, 집중, 투쟁 도피 반응 등에 관여한다. 그리고 가장 주목할만한 역할은 우리가 세상을 어떻게 인지하는지에 궁극적으로 영향을 끼치는 것이다. 쉽게 말해 우리에게 주어지는 수많은 정보의 필터 역할을 하는 것이다.

- 캡선생의 브런치 <어느 날 갑자기 모두가 톰브라운을 입기 시작했다> 중 -

https://brunch.co.kr/@kap/22


위에서 말한 대로 '망상 활성계'는 정보의 필터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뉴진스'라는 가수에 관심이 생기면 어디를 가도 '뉴진스'와 관련된 광고 눈에 들어오고, '샤넬백'을 사고 싶으면 길거리를 돌아다닐 때 '샤넬백'을  사람들이 갑자기 여기저기서 나타나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처럼 수많은 정보를 거르고 걸러서 내가 관심있는 정보를 우선적으로 인지하게 되는 것이다.


며칠 전 내 브런치에 댓글을 자주 달아주는 고마운 분이 '세터(Satur)'라는 의류 브랜드가 인상적이라고 언급을 하셨다. 나에게다소 생소한 브랜드였다. 그 후 세터라는 브랜드에 대한 '망상 활성계'의 스위치가 켜졌고 며칠 후 '터'의 손호철 대표가 인터뷰한 영상이 내 눈에 들어왔다. 


https://www.youtube.com/watch?v=yXiOA_nFbeQ



동영상을 본 첫 느낌은 '이 사람은 찐이다'였다.


그동안 마케팅 업계에서 일하면서 꽤 많은 사짜(사기꾼을 뜻하는 비속어로 업계 사람들이 자주 쓰는 말)를 봤다. 말도 안 되는 허황된 이야기를 하는 사람부터, 그럴싸한 말이긴 한데 대부분 책에 있는 내용을 짜깁기해서 본인의 경험양 말하는 사람까지 다양하게 말이다. 10년 넘게 실무를 함과 동시에 관련 책도 수백 권을 읽다 보니 이제는 누가 '찐'이고 누가 '사짜'인지 정도는 구별할 수 있는 눈이 생겼다. 물론 내가 일하는 분야에 국한서 말이다.


그나마 업계에는 전문가들이 많다 보니 '사짜'가 활개 치고 다니기는 힘들다. 그들은 금방 들통나 곧장 사라져 버린다. 그러나 마케팅에 익숙하지 않은 대중을 대상으로 한 다양한 플랫폼에서는 사짜가 활개를 치고 있다. 유튜브도 예외가 아니어서 유튜브에서는 굳이 '마케팅' 관련 콘텐츠를 보지 않았는데 오랜만에 유튜브에서 '찐'을 보게 되어 반가운 마음에 이렇게 글을 써본다. (그가 말하는 바를 나는 마케팅이라 해석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대부분 동의하는 내용이기에 직접 영상을 볼 것을 추천다. 이 글에서는 내가 인상적으로  내과 그에 대한 나의 생각을 간략히 정리해볼까 한다.(밑에 인용 모두 손호철 대표의 말이다)




매출보다 훨씬 중요한 건 재구매율이라고 생각해요


퍼포먼스 마케팅을 해본 사람은 알 것이다. 광고를 한 번 보았거나 웹사이트에 방문 한 사람을 대상으로 다시 한번 광고를 하는 '리타킷팅(리마케팅)'광고가 얼마나 효과적인지를. 그런데 심지어 '기존에 구매를 한 고객' 대상의 광고/홍보라면 그 효율은 신규 고객 대비 월등히 높을 것이다. (물론 광고 보지 않고도 구매를 하려 했던 고객에게 광고를 남발하여 광고 효율을 높이는 것은 주의해야 한다)


단순히 광고 효율을 떠나서 '재구매'를 우선순위로 두고 마케팅을 진행하다 보면 기대치도 않았던 광고효과까지 볼 수 있다. 재구매를 지속적으로 하는 충성고객(팬)이 자발적으로 입소문을 내주는 '바이럴 마케팅'을 통해서 말이다. 구매자의 말과 행동만큼 설득력이 있는 마케팅 메시지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회사의 확장 방법 팁은 저는 브랜드 한다고 생각 안 하고 장사한다고 생각했어요


창업자 특히나 마케팅과 브랜딩 경험이 있는 사람이 흔히 하는 실수는 초기부터 완벽한 브랜드를 만들고  기반으로 브랜딩을 하려고 하는 것이다. 그런데 '브랜'는 회사가 만든다기보다 고객의 머릿속에서 탄생한다. 이런 면을 고려했을 때 공급자의 메시지를 일방적으로 고객의 머릿속에 세뇌시키기보다는 고객이 원하는 것을 고려하여 그들 스스로 납득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래서 처음에는 장사를 통해 고객이 경험하게 하고 그들의 니즈를 지속적으로 판단한 후에 브랜드가 말하고자(혹은 말할 수 있는)하는 바와 고객이 원하는 바의 교집합을 찾아 브랜딩을 하는 게 조금 더 현실적인 브랜딩이라고 생각한다. 자본력이 부족한 소규모 브랜드라면 더더욱.



자사몰에서 파는 상품이 있고 유통사에 파는 상품이 나뉘어 있어요.


손호철 대표도 말했지만 자사몰에서 팔기 유리한 상품과 유통사에서 판매하기 좋은 상품은 다르다. 우리 제품으로 가득한 자사몰에서 전하는 메시지와, 수많은 고객들이 수많은 상품을 두고 쇼핑을 하는 유통사에서 말해야 하는 메시지는 다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후자에서는 무조건 튀어야 한다. 그것을 '차별화'라고 부르 '초격차'라고 부르든 간에 말이다.



상품, 모객, 접객, 고객 관계 관리. 이 네 가지 파트로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이 부분이 영상의 백미라고 생각한다. 소규모 회사 중에 KPI(Key Performance Indicator: 핵심성과지표)  설정으로 애를 먹고 있는 곳이 많은데 '세터'가 설정한 네 가지만 그대로 따라 해도 별 문제가 없을 것 같다.


1. 상품

상품은 '몇 개가 팔리는지'


2. 모객

고객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에 '몇 명이나(혹은 몇 번이나) 방문하는지'


3. 접객

전체 고객 중 '얼마나 단골이 되는지'


4. 고객관계 관리

고객이 우리 브랜드를 잊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빈도로 메시지를 전해야 하는지'

* 세터의 경우 '매주 금요일 17시에 뉴스레터', '한 주에 발행된 콘텐츠를 묶어서 카톡 알림 메시지', '매일 인스타그램 업로드', '한 달에 16개 유튜브 영상 업로드', ' 15일에 한 번씩 신제품 발매'를 한다고 밝혔다.



대표는 모든 것을 다 봐야 한다. (...) 고객들이 인스타그램에서 오피셜 계정을 태그 하는 숫자를 봐야 한다.


온라인에서는 '좋아요/댓글/저장/태그' 등의 고객 인게이지먼트(Engagement)를 집중해서 봐야 한다. 손호철 대표는 이 중에서 '태그'에 대한 이야기를 자세히 풀어내고 있다. 나도 클라이언트에게 강조하는 부분이었는데 이를 데이터화하는 것을 보며 대단한 집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브랜드를 자신의 SNS에 '태그'한다는 것은 그 브랜드에 대한 '선호'를 넘어 '자부심'의 표현이고, 이것이 어느 브랜드가 힙한지 아닌지를 판명할 수 있는 좋은 지표이다. '힙함'이 생명인 카테고리에 있다면 반드시 지켜봐야 할 지표다.



초기 브랜드는 광고를 할 시점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대체적으로 동의한다. 본격적으로 광고를 하기 전에 브랜드가 미리 해두어야 할 것이 많. 광고를 본 고객이 해당 브랜드에 대해 더 알아보고 싶어서 네이버나 인스타그램에 검색을 했는데 유의미한 추가적인 정보없다면 광고는 돈을 버리는 행위와 크게 다를 바가 없기 때문이다.


손호철 대표는 이런 이유 말고도 초기 브랜드는 광고를 대행사에 맡기기보다 직접 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했는데, 이 부분은 케이스 바이 케이스이긴 하나 '상품에 집중해야 한다는 점' 그리고 '브랜드에 대한 이야기는 브랜드를 만든 사람이 더 고민해야 한다는 점'은 깊이 공감한다.



망하지 않는 법은 고객-직원-거래처-이사-대표 이 순서대로 의사결정을 하면 됩니다.

내 글을 지속적으로 본 분들은 지겨울 이야기이지만 마케팅은 무조건 '고객' '고객' '고객'이다. 필립 코틀러의 말을 빌리자면 마케팅은 '고객 가치를 탐구하고 창출하고 전달해서 수익을 는 일'이기 때문이다. 손호철 대표가 말한 바도 이러한 맥락일 것이다. 의사결정의 순서는 '고객'이 무조건 최우선이고 그다음부터는 고객과 근거리에 있는 사람의 말을 순서대로 듣는 것이다. 그리고 최종 책임은 대표가 지면 된다.



나는 리스펙을 표하거나 응원을 할 때 '구매'로 하는 편이다. 그래서 독립서점에 들때마다 마음에 드는 책이 있건 없건 간에 한 권씩 구매를 다. 출판업계와 창작자를 응원 및 리스펙 하는 차원에서 말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세터 대표의 말에 공감하고 세터라는 브랜드에 대한 응원을 표하고 공식 사이트에 방문을 했는데, 여기서도 나에게 꽤나 신선한 자극을 주는 메시지가 떠있었다.


세터 공식페이지


파타고니아가 "Don't Buy This Jacket"이라는 메시지로 친환경을 이야기한 것을 뒤틀어서 응용한듯한 메시지가 메인화면에 걸려있었다. 피카소가 "좋은 예술가는 베끼고, 위대한 예술가는 훔친다"는 말을 했는데 이런 면에서 세터는 위대한 예술가의 길을 걷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오늘 프로모션이 시작하니 구매로 '응원' 및 '리스펙'을 표하고자 한다.


<같이 보면 좋은 글>

https://brunch.co.kr/brunchbook/kap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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