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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캡선생 Nov 18. 2022

간단명료 브랜딩 공부

<The Brand Gap>을 읽고


쉬운 말을 어렵게 하는 사람이 있다. 이러한 사람은 크게 두 부류로 나눌 수 있다.


먼저 '내용을 충분하게 이해하지 못한 부류'다. 알버트 아인슈타인은 "무언가를 간단하게 설명하지 못한다면 그것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내가 배운 지식을 타인에게 전할 때는 나만의 언어로 재해석하는 과정이 필요하고 특히나 간단하게 설명하기 위해서는 사족을 모두 덜어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본질이 무엇인지'를 파악해야 한다. 즉 내용을 충분히 이해해야만 '본질'을 파악할 수 있고 그것을 나만의 언어로 전할 수 있는 것이다.


다른 한 가지는 '반박 혹은 질문을 받기 싫어서 일부러 어렵게 말하는 부류'다. 어떠한 주장을 하는데 모두가 알아듣지 못한다면 그 누구도 반박도 질문도 할 수 없을 것이다. 특히나 그것이 이해불가의 영역처럼 보이면 더더욱 말이다. 예전에 참석한 세미나에서 강연자가 '전문용어'로 가득한 그리고 문장 구조도 매우 복잡한(때로는 비문으로) 말을 했는데 그 자리에 있던 누구도 질문을 하지 않았다. 나는 모르는 것은 웬만하면 질문하는 편인데도, 그 강연은 내가 무엇을 모르는지조차 파악이 안돼서 입을 꾹 닫고 있었다. 세미나 이후 혼자 해당 내용을 공부했는데 생각보다 쉬운 내용이어서 허탈했던 기억이 있다. 이처럼 '방어의 수단'으로 쉬운 말도 어렵게 말하는 경우가 있다.


지금까지 말한 바를 반대로 생각해보면 '어려운 말을 쉽게 하는 사람'은 내용에 대한 충분한 이해는 물론이고 그 어떤 반박과 질문에도 열려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해볼 수 있다(물론 어느 정도의 엄밀성도 포기해야만 한다). '브랜딩'과 관련해서 이러한 인물로 '마티 뉴마이어'를 꼽을 수 있다.


그가 쓴 책은 모두 이해하기 쉬운데 심지어 분량도 짧다. 그래서 브랜딩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마티 뉴마이어'의 책을 추천하곤 한다. 아쉬운 점이라면 그의 책이 모두 번역된 것도 아니고 상당수는 절판되어서 구하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마티 뉴마이어의 책 리스트. 사진 출처: amazon.com


그래서 내가 파트너로 있는 독서모임에서는 현재 시중에서 그나마 구하기 쉬운 <The Brand Gap(브랜드 갭)>을 브랜딩과 관련된 책으로 선정했고 다음 달에 같이 이야기 나눌 예정이다.


https://url.kr/4sojvb


마티 뉴마이어의 모든 책이 그러하듯 이 책도 군더더기가 없기에 내가 내용을 요약하는 것은 가시를 바른 생선을 다시 한번 바르는 것과 같이 불필요한 행동일 것 같다. 그래서 대신 내가 인상적으로 본 부분과 그에 대한 생각을 적어볼까 한다. (인용문은 모두 원서에서 발췌했고, 내가 번역을 했다. 의역을 했기에 엄밀한 내용을 원한다면 병기한 원문을 참고 바란다.)




A brand is a person's gut feeling about a product, service, or company. It's not what you say it is. It's what they say it is.

브랜드는 상품과 서비스 혹은 회사에 대한 고객의 직감이다. 브랜드는 당신이 말하는 무언가가 아닌 고객이 말하는 무언가다.



마케팅의 아버지라 부를 수 있는 필립 코틀러도 이와 비슷한 말을 했다. "상품은 공장에서 만들어지지만, 브랜드는 고객의 머릿속에서 만들어진다"라고. 이처럼 브랜드는 회사가 고객에게 일방적으로 주입시키는 무언가라기보다는 고객이 자기 나름의 방식으로 해석한 무언가라고 볼 수 있다. 나이키는 오랫동안 일관성 있게 브랜딩을 했지만 고객마다 나이키라는 브랜드를 인지하고 느끼는 방식이 다른 것처럼 말이다. 다만 핵심 가치인 'Just Do It'은 모두에게 브랜딩 된 것 같다.



Modern society is information-rich and time-poor. The value of your brand grows in direct proportion to how quickly and easily customers can say yes to your offering.

현대 사회는 정보는 풍부하지만 시간은 부족하다. 브랜드의 가치는 당신의 제안에 고객이 얼마나 빠르고 쉽게 응하는지에 비례한다.



다양한 브랜드를 컨설팅하고 마케팅하면서 느낀 점은 마티 뉴마이어가 말한 대로 브랜드 파워가 약할수록 고객을 설득하는데 많은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다. 에르메스가 자사의 제품을 팔 때는 로고와 이미지만 보여줘도 충분하다. 그에 비해 신규 브랜드 혹은 듣보 브랜드의 경우에는 수많은 설명을 해도 부족하다. 그래서 잘 알려지지 않은 브랜드일수록 상품 상세페이지가 연구논문에 비견될 정도로 길고 정보량도 많다. 이는 퍼스널 브랜드도 마찬가지다. <쇼미더머니5>에서 잘 알려지지 않은 래퍼들이 다소 장황하게 자기소개를 할 때 그 당시에 슈퍼 루키로 떠올라 강력한 퍼스널 브랜딩을 소유했던 비와이는 단 11음절로 자신을 소개했다. "안녕하세요. 비와이입니다."



Marketing people often talk about managing their brands, but what they usually mean is managing their products, or the sales, distribution, and quality thereof. (...) To manage a brand is to manage something much less tangible; an aura, an invisible layer of meaning that surrounds the product.

마케터는 종종 브랜드를 관리한다고 이야기하는데 그들이 대개 의미하는 바는 상품, 판매, 유통, 품질을 관리한다는 것이다. 브랜드를 관리한다는 것은 상품을 둘러싸고 있는 아우라, 오묘한 의미 등과 같이 훨씬 덜 실체적인 것을 관리하는 것이다.



신입 마케터일 때 나에게 '브랜드를 관리'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말해주는 사람이 없었다. 그나마 이해에 도움이 되었던 것은 "브랜드를 간지 나게 만드는 것"이라는 한 선배의 말이었다. 이처럼 브랜드 관리는 뚜렷한 실체를 관리하는 것이 아니다. 멋진 연예인을 보면 뒤에 후광이 비추는 것처럼 느껴진다든지 혹은 시대의 지성이라 불리는 사람 하평범한 말에는 왠지 더 깊은 의미가 숨어있을 것 같다든지와 같이 딱히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이러한 감흥을 불러일으키는 활동이 브랜드를 관리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책에서는 이를 위해 다섯 가지를 추천한다.

1. 고객의 경험과 아이덴티티에 기반한 차별화(Differentiate)

2. 창의적인 컬래버레이션(Collaborate)

3. 모두가 'yes'라고 할 때 혼자서 'no'라고 할 수 있는 스스로도 두려울 정도의 혁신(Innovate)

4. 독백이 아닌 고객과의 대화를 통한 입증(Validate)

5. 브랜드를 완성된 상품이 아닌 살아있는 생명체로 보는 양육(Cultivate)



브랜드와 브랜딩이 어렵게 느껴지는 이유는 위에서 알아본 바와 같이 기준이 '내'가 아닌 '고객'이고, '실체가 뚜렷한 무언가'가 아닌 실체가 모호한 무언가'를 관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상품과 서비스는 쉽게 베낄 수 있어도 '브랜드'는 쉽게 베낄 수 없다. 이 지점에서 '브랜드'의 가치가 다시 한번 빛을 발한다.


그래서 브랜드는 가격경쟁을 하지 않는다. 유일무이하기 때문에.



P.S. 브랜드와 브랜딩을 조금 더 깊게 공부하고 싶다면 '데이비드 아커'의 책을 추천한다.



<같이 보면 좋은 글>

https://brunch.co.kr/brunchbook/kap11


Photo by Kristian Egelund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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