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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캡선생 Nov 28. 2022

500권의 책을 쓴 사람이 말하는 '글 잘 쓰는 법'


걷기는 특기가 될 수 없지만, 수영은 특기가 될 수 있다. 전자는 대부분이 할 수 있고 후자는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글쓰기는 걷기와 같은 행위라고 볼 수 있다. 대부분의 한국인은 글을 쓸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글을 잘 쓰는 것은 수영과도 비슷하다. 자타공인 글 잘 쓰는 사람은 드물기 때문이다. 특히나 문해력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는 오늘날 글을 잘 쓰는 능력은 빠르게 고갈되는 필수 자원과 같은 가치를 지니게 된다.


글로벌 기업인 아마존은 사내 보고서와 문서를 파워포인트(PPT) 대신에 6 페이저(6 Pager: 6쪽짜리 문장 형식의 문서)로 대체한 지 오래다. 글로벌 유수의 기업은 물론이고 현대카드, 아모레퍼시픽 등 국내 대기업도 다양한 이미지와 도표 등으로 치장한 문서글로만 작성한 문서로 발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 이렇게 글로만 말하고자 하는 바를 전달하게 되면 화려한 영상과 디자인 효과 등에 의지하거나 숨을 수 없다. 오로지 글의 논리와 내용으로만 승부를 봐야 한다.


이뿐만이 아니라 큰 규모의 오프라인 매장 손바닥 만한 휴대폰 화면 크기의 온라인몰로 축소되면서, 말하고자 하는 바를 단순명료한 텍스트로 전달하는 것은 더더욱 중요해졌다. 이 때문에 최근의 온라인 혁신은 대부분 UX(User Experience: 사용자 경험)의 혁신이고, 이를 단단하게 뒷받침하는 것 또한 UX 라이팅이라 불리는 글쓰기에 있다.


토스의 혁신을 이끌고 있는 UX 라이팅. 사진 출처: 네이버 뉴스


인간이 언어로 사고하고 그것을 말뿐만 아니라 글로 표현하는 한 글을 잘 쓰는 것의 이점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글을 잘 쓸 수 있을까? 가장 잘 알려진 방법은 아마도 구양수의 '삼다론(三多論)'일 것이다.


구양수는 중국 당나라와 송나라의 가장 뛰어난 문장가 여덟 명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인물이다. 그가 말한 삼다론은 '많이 읽고', '많이 쓰고', '많이 생각하라'와 같이 세 가지를 많이 하라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여기서 '많이 생각하라'는 다소 어색한 해석이다. 읽고 쓰는데도 생각이 개입되기 때문에 이를 따로 떼어내서 강조하는 것 최고 문장가의 의도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많이 생각하라'를 '피드백을 많이 받고 반영해라'라고 해석하는 것이 더 자연스러울 것 같다.


아무튼 구양수의 삼다론은 글을 잘 쓰는 방법의 큰 방향성을 제시한다는 측면에서는 깊이 새겨들어야 하는 말이지만, 실제로 적용하기에는 다소 모호하게 느껴질 수 있다. 그래서 나는 구양수의 삼다론 또 다른 사람의 삼다론을 덧대면 좋은 글쓰기 방법이 더욱 뚜렷하게 그려진다고 생각한다. 바로 500 여권의 책을 집필한 조선의 대표 실학자 다산 정약용의 삼다론이다.


그가 자식들에게 전한 조언을 '삼다론'이라 칭하는 사람은 나밖에 없겠지만, 구양수가 말한 바와 비슷한 구조로 이해해도 무방하지 않을까 싶어 나는 '정약용의 삼다론'이라 칭하려고 한다. 이는 다음과 같다. (참조 문헌: 정민의 <삶을 바꾼 만남>(문학동네, 2011))



1. 독서 (書: 많이 읽어라)


이는 구양수의 삼다론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음식을 먹어야 배출되는 것이 있듯이 인풋이 있어야 아웃풋을 생산할 수 있다. 그래서 일단 많이 읽어야 한다. 물론 얼마나 많은 책을 읽었느냐는 얼마나 좋은 책을 읽었느냐와 함께 가야 한다. 그리고 책을 읽을 때 단순히 정보를 습득하는 것을 넘어 글의 논리와 감성도 헤아려본다면 좋은 글쓰기를 위한 풍성한 독서가 될 것이다.


2. 초서 (書: 핵심을 많이 베껴라)


책을 읽고 정리하지 않는 것은 월급과 비슷하다. 스치고 지나갈 뿐이다. 그래서 책에서 핵심이라고 생각되는 부분을 정리하면 좋은데 정약용은 이를 ‘초서’라고 일컬었다. 좋은 문장과 나에게 필요한 내용이 있다면 그것을 그대로 베껴서 정리하는 것이다. 이 과정을 통해 책의 내용이 더욱더 오래 머릿속에 남게 되고 나중에 나의 글쓰기를 위한 밑자료가 되기도 한다.


종이에 정리하는 것도 좋지만 온라인상에 초서를 하는 것을 더 추천하는 편이다. 글을 쓰다 보면 기존에 읽었던 책의 내용을 근거나 참조로 활용할 때가 많은데 이때마다 종이에 쓴 내용을 찾아보는 것은 너무 많은 시간이 들뿐더러 찾기도 힘들다. 그래서 필요할 때마다 검색어를 통해 쉽게 찾을 수 있는 온라인 플랫폼에 정리하는 것이 글쓰기에는 여러모로 더 큰 도움이 된다. 


3. 저서 (書: 많이 써라)


마지막으로 글을 많이 써보는 것이다. 무라카미 하루키, 헤밍웨이 등 세계적인 작가들은 좋은 글쓰기를 위한 방법 중 하나로 '규칙적으로 꾸준히 쓰는 것'을 꼽다. 꾸준히 많이 쓰는 것은 글쓰기의 관성을 만들어내는 작업이자 기초체력을 기르는 활동이라고 볼 수 있다.


여기에 하나를 더하자면 나만이 보는 공간에 글을 쓰기보다는 여러 사람이 볼 수 있는 개방된 곳에 글을 쓰는 것다. 특히나 객관적인 피드백을 받기 용이한 공간에 말이다. 실력 향상은 크게 ‘연습’과 ‘피드백’ 두 가지가 동반되어야 하기에 피드백이 결여된 연습은 헛수고에 가깝다. 


정약용은 자식과 제자들의 글에 대해서 지속적으로 피드백을 주었고, 본인도 글을 쓰는 과정에서 피드백을 받아왔다. 그렇기에 500 여권의 훌륭한 책을 집필할 수 있었다. 


물론 자기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메타인지(내가 인지하는 것을 인지하는 행위)를 통해 스스로 피드백을 주고 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것이 가능한 사람이라면. 



고도 비만인 사람이 '몸짱 되는 법'을 말한다면 아무도 들으려 하지 않을 것이다(듣는 사람이 있더라도 다큐가 아닌 코미디로 받아들일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비록 다산 정약용의 입을 빌었긴 했지만 아직도 더 나은 글쓰기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내가 '글 잘 쓰는 법'에 대해 전하는 것이 설득력이 떨어져 보일 것 같기도 하다.


다만 100m를 15초로 뛰는 사람이 빨리 달리는 법을 이야기하면 설득력이 없겠지만, 100m를 25초로 뛰던 사람이 15초로 뛰게 되었다면 그가 말하는 빨리 달리는 법도 어느 정도 들어볼 만한 가치가 있지 않을까? 이런 맥락에서 이 글을 읽어주셨으면 한다.


그리고 이 글은 무엇보다도 더 잘 쓰고 싶은 에게 전하는 글이기도 하.


Photo by Hannah Olinger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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