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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캡선생 Mar 31. 2022

내가 뱉은 말도 업데이트가 된다면

퍼페추얼 베타(Perpetual Beta)

캡선생님이 이런 말씀을 하셨는데 기억 안 나시나요?


며칠 전 한 독서모임에서 나도 기억이 안나는 이야기를 어떤 분이 하셨다. "행복(Happy)과 해프닝(Happening)은 모두 '우연'을 의미하는 'Hap'에서 비롯되었고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행복에 집착하기보다는 우연히 오는 행복에 감사해야 한다"라고 내가 말했다고. 그래서 그것을 인상 깊게 기억하고 있다고 말이다.


내가 기억이 잘 안 난다고 말하자 그분은 특정 모임에서 이야기했다고 덧붙여서 말했다. 그제야 뒤늦게 기억이 났다. 그리고 식은땀이 났다. "저분이 저렇게 인상 깊게 기억하고 있는 말이 사실이 아니면 어쩌지?" 그래서 바로 그 자리에서 구글 검색을 통해서 진위여부를 확인 후 한 숨 돌렸다. 구글에 따르면 행복과 해프닝의 어원에 관해서는 맞는 말이었기 때문이다.


누군가가 내가 했던 말을 기억하고 또 그에 따라 살아가고 있다는 것은 감사한 일이지만 한 편으로는 너무나도 무서운 일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나이가 듦에 따라 나의 생각은 계속해서 변화하는데 내가 뱉은 말은 변하지 않고 그 순간 그대로 멈추어 있기 때문이다. 즉 나의 생각은 끊임없이 업데이트가 되데 내가 뱉은 말은 업데이트가 되지 않는다. 이 간극으로 인해 타인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점이 두려운 것이다.


그래서 일찍이 노자는 "知者弗言, 言者弗知(아는 자는 말을 하지 않고, 말을 하는 자는 알지 못한다)"라고 이야기했나 보다. 그렇지만 현실적으로 그게 가능한가? 어떠한 일을 하더라도 우리는 자신만의 가치판단을 하고 그것을 말이나 글(혹은 바디랭귀지)로 표현할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으려면 외딴곳에서 혼자 생활하는 수밖에 없다.


그래서 모임 이후에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방법이 없을까 하고 말이다. 그 순간 '퍼페추얼 베타'라는 개념이 떠올랐다.



퍼페추얼 베타(Perpetual Beta)는 쉽게 말해 어떠한 상품이나 서비스를 영원히 '베타 테스트'를 하 끊임없이 결함을 찾고 업데이트를 하는 것을 말한다. 즉 베타 테스트 이후에 수정/보완하여 완성품을 내놓는 것이 아니라 베타 테스트 단계에서 상품을 출시하여 끊임없이 수정/보완해나가는 것이다. 예를 들어 우리가 전자제품을 쓰다 보면 주기적으로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하라는 메시지를 받는데 이것도 퍼페추얼 베타가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봐도 좋을 것 같다.



책 같은 경우 개정판을 통해 느리지만 업데이트가 이루어져 왔고 최근에 전자책 같은 경우 '퍼페추얼 베타'와 같이 실시간으로 업데이트가 이루어지기도 한다.


그러나 '말'은 그렇지가 않다. '퍼페추얼 베타'는 커녕 '개정판'도 내놓을 수가 없다. (대중 매체를 활용할 수 있는 공인의 경우 예외일 수는 있겠지만)


그러면 '말'에 있어서 '퍼페추얼 베타'는 불가능한 일인가?


주체를 바꾸면 가능할 것 같도 하다. 원래 '퍼페추얼 베타'의 주체는 생산자다. 생산자가 소비자의 피드백을 받아 업데이트를 시행하는 것이다. 그런데 ''에 있어서는 주체를 소비자로 바꿔보면 어떨까? 즉 듣는 이가 비판적 사고를 통해 말하는 이의 정보를 수용하고 지식과 경험을 쌓아가며 기존에 내가 믿고 있던 사실들을 끊임없이 의심해 보며 업데이트해나가는 것이다.


이처럼 내가 뱉는 모든 말도 퍼페추얼 베타가 이루어진다면 더할 나위가 없을 것 같다. 그래서 시범적으로 이 글을 말이라고 생각하고 추후 업데이트 여러분에게 맡겨보고자 한다.


세계 최초 소비자주체가 된 퍼페추얼 베타 참여하신 모든 분들 환영합니다!



Photo by Markus Winkl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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