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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캡선생 Dec 14. 2022

뭉치면 죽고 흩어지면 살까?

구심력과 원심력

※ 원심력은 관성에 의해 나타나는 가상의 힘이기에 실재하는 구심력과 대응관계로 볼 수 없다. 다만 이 글에서는 비유를 위해 대응관계로 쓰는 점 참고 바랍니다.



인천을 대표하는 힙합 그룹 '리듬파워'에게는 꼬리표처럼 달라붙는 수식어가 있다.



뭉치면 죽고 흩어지면 사는 그룹


좌측부터 보이비, 지구인, 행주로 구성된 리듬파워. 사진 출처: 아메바컬처


그도 그럴 것이 리듬파워의 멤버인 행주가 <쇼미더머니 6>를 우승한 것처럼 개인으로 활동할 때는 음악뿐만 아니라 다양한 프로그램에서 맹활약을 펼치는 이들이 '리듬파워'로 모이기만 하면 힘을 못쓰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뭉치면 죽고 흩어지면 사는 그룹처럼 보인다. 개인적으로 리듬파워의 <방사능>이라는 노래를 좋아하는 편이라 이러한 점이 더더욱 아쉽다.


런데 이러한 현상은 시대의 흐름이기도 하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말로 똘똘 뭉쳤던 우리는 "뭉치면 죽고 흩어지면 산다"는 코로나 팬데믹의 교훈과 함께 다시 흩어졌으니 말이다. 다른 말로 표현하면 구심력으로 굴러가던 대한민국이 원심력으로 굴러가기 시작한 것이다. 이렇게 보면 '리듬파워'는 현재 대한민국의 상황을 응축한 메타포(metaphor: 행동, 개념, 물체 등이 지닌 특성을 그것과는 다르거나 상관없는 말로 대체하여, 간접적이며 암시적으로 나타내는 일 / 네이버 국어사전) 인지도 모른다.


똘똘 뭉치는 것이 미덕이던 구심력의 시대에는 저녁 회식은 기본값이었고, 주말에 단체 등산을 가는 것도 Yes라는 선택지밖에 없는 선택사항이었다. 그러나 재택근무가 보편화된 원심력의 시대에서 이러한 것은 더 이상 상상하기 힘들어졌다.(물론 은행에서 상사의 밥을 차려주는 상상밖의 회사도 있긴 하다). 이처럼 구심력은 어느새 '악'이 되었고 원심력은 '선'이 되었다.


하지만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했듯이 모든 것은 지나치치도 않고 모자람도 없는 '중용(Golden Mean)'이 답이지 않던가? 현재는 구심력의 나쁜 점만 그리고 원심력의 좋은 점만 부각되고는 있지만 이 둘이 조화로울 때 최적의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 어떤 조직도 말이다.


'서점의 미래',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회사', '기획력의 끝판왕' 등과 같이 다양한 찬사를 한 몸에 받고 있는 츠타야서점을 창업한 마스다 무네아키는 구심력과 원심력의 조화를 그 누구보다 강조하고 있다.


기획 회사에 적용한다면, 원심력이 향하는 방향은 고객이고 구심력이 향하는 방향은 동료다. 사원들 각자가 고객에게 향하는 힘과 동료에게 향하는 힘을 동등하게 유지할 수 있어야 정어리 떼 같은 기동성을 구현할 수 있다.

(...)

자유는 원심력을 낳고 사랑은 구심력에 대응한다. 사랑을 신뢰나 공감이라는 말로 치환해도 좋다. 어쨌든 그런 가치관을 보유하고 지속할 수 있는 사람이야말로 휴먼 스케일 조직의 사원으로서 어울리는 인물이다.

- 마스다 무네아키의 <지적자본론>(민음사, 2015) 중 -


이처럼 어떠한 조직이건 '구심력'과 '원심력'의 조화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 구심력에 치중되면 개인은 없는 기계가 되고, 원심력에 치중되면 개인만 존재하는 대혼돈의 상태가 돼버리니 말이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주도권이 구심력에서 원심력으로 완전히 넘어가고 있는 지금, 우리는 다시 한번 이 둘의 조화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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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by Mario Purisic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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