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실을 안 이후로 백신에 대한 이야기를 소와 관련해서 풀어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나라인 인도를 지구의 백신으로 빗대어서 이야기할까?'아니면 '우유부터 시작해서 자신의 모든 것을 인간에게 바치는 소가 심지어 인류를 구원한 백신의 실마리까지 제공했다는 아낌없이 주는 소의 이야기를 써볼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그 시점 얼마 남지 않았던 2021년의 첫날과 연관해서 쓰기로 했다. '흰 소의 해' 신축년과 백신을 연결해서 말이다.
전체적인 반응은 좋았다. 그런데 단 한 개의 댓글만 빼고
이거 @@신문 사설 표절하신 거죠?
나는 기분이 상하는걸 너머 좀 황당했다. 종이신문을 안 본 지가 10년이 넘었고, 인터넷 포털 뉴스도 거의 보지 않는 데다가 해당 신문은 처음 들어보는 신문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에게 대댓글을 달아 친절히 설명을 했지만 그는 내 말은 전혀 믿지 않고 비아냥대는 대댓글을 계속 달더니 결국 나를 차단하고 떠나버렸다. '해명을 들으려 하지 않는 대상에게 그리고 내가 굳이 해명을 할 필요가 없는 대상에게 너무 정성 들여 해명한 걸까?'라는 허탈감 속에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내가 쓴 글이 온전히 나의 생각인가?
그래서 화두를 가지고 참선하는 스님들처럼 며칠간 생각을 해보았다. 그리고 의외의 결론에 도달했다. 나의 생각은 끊임없이 그것이 사람이든 동물이든 심지어 무생물이든 외부로부터의 자극을 받으며 형성된 것이다 보니 100% 내 생각이라는 것은 없다는 잠정적 결론에.
극단적으로 말하면 나의 생각이라는 것은 '출처가 기억나는 외부의 생각'과 '출처가 기억나지 않는 외부의 생각'의 합인 것 같기도 했다. 이러한 혼란 속에서 파블로 피카소의 말을 다시 한번 상기하고 독창성에 대한 생각이 어느 정도 정리가 되었다.
좋은 예술가는 베끼고 위대한 예술가는 훔친다
즉 독창성은 외부의 자극을 나만의 방식으로 해석하여 재창조하는 것이다. 이러한 창작자의 해석 유무가 표절과 독창성을 가르는 굵은 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실제로 표절 여부를 가리기에는 이 기준도 충분하지 않다.
일단 창작자의 해석이라는 것은 정량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그렇다 보니 온전히 창작자의 말을 믿거나 그의 결과물을 보고 주관적으로 판단하는 수밖에 없다. 그리고 표절을 판가름하기에 더 어려운 문제가 있다. 바로 우연의 일치이다.
사진 출처: https://www.demilked.com/two-identical-photos-ron-risman-eric-gendron/
위 사진은 동일한 사진 같지만 사실 서로 다른 두 작가가 찍은 서로 다른 두장의 사진이다. 처음에는 표절논란이 있었지만 원본 파일을 확인해보니 두 사진은 우연의 일치로 두 사진작가가 동일한 날에 밀리초까지 동일한 시점에 찍은 것으로 판명이 났다. 즉 표절이 아닌 서로 다른두 장의 원본이었던 것이었다. 원본 파일이 없었다면 아마도 뒤늦게 사진을 올린 이는 표절 작가라는 낙인이 찍혔을 것이다.
이처럼 표절이라는 것은 창작의 세계에서 명확하게 판명 내리기 불가하기 때문에앞으로도 끊임없이 문제가 될것이다. 그나마 우리가 기댈 수 있는 것은 창작자의 양심이다. 타인의 저작물을 인용할 때는 출처를 밝히고 출처 없이 타인의 저작물을 내 것인 양 하지 않는 창작자의 양심말이다.
그전까지는 깊게 생각하지 않았던 '표절'에 대해 이런고민과 생각을 하게끔 만들어준 표절 의혹 제기자에게 이 자리를 빌려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