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가 말하는 "설득의 6가지 원칙"

by 캡선생
※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격월간 경영학 잡지인 HBR(Harvard Business Review)은 창간 100주년을 기념하여 가장 반응이 좋았던 30개의 아티클을 선정하여 <HBR at 100>이라는 제목의 책을 발간하였습니다. <하버드 MBA 읽학> 시리즈는 바로 이 책의 내용을 기초로 합니다. 하버드 경영대학원에 입학할 여건이 되지 않는다면 <하버드 MBA 읽학>시리즈를 통해 하버드를 '읽학(읽고 학습)'해보면 어떨까요?



입사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유독 눈에 띄는 선배가 있었다. 틈만 나면 커피 마시러 나가자고 말을 걸고, 다른 선배들이 컴퓨터 앞에 앉아 심각하게 키보드를 치고 있을 때 여유롭게 전화를 하고, 본인 자리에 있기보다는 다른 부서에 마실(?)가는 것을 좋아하던 선배였다.


'저렇게 놀면 일은 언제 하지?'라는 궁금증이 스멀스멀 올라왔으나 신입사원이었기에 입을 꾹 닫고 있었다. 한량 같은 선배에 대한 의문과 궁금증은 시간이 흘러 내가 회사 업무에 어느 정도 적응할 때쯤 해소되었다. 알고 보니 그 선배는 나름의 방식으로 열일하고 있었다. 바로 그 누구보다 뛰어난 '설득력'이라는 무기로.


마케팅 부서는 유관부서의 협조를 구할 일이 많다. 회사에 따라 다르겠지만 일의 절반 이상이 상품팀, 영업팀, 디자인팀과 같은 타 부서를 설득하는 업무인 경우가 허다했다. 다른 부서와 달리 마케팅팀은 '돈을 쓰는 부서'라는 이미지가 강해서인지, 회사 내에서 '을'의 위치를 차지하곤 했다. 동등한 입장이 아닌 을의 입장이다 보니 설득의 난도는 상당히 높았다. 그래서 마케터는 상당한 시간을 들여 정교한 기획서를 만들고 만반의 준비를 해서 유관부서를 설득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런데 우리의 한량 선배는 이것을 너무나도 쉽게 해낸 것이다. 이때 나는 '설득의 힘'을 깨닫게 되었다. (나도 선배의 설득력을 갖추면 한량처럼 일할 수 있겠구나라는 막연한 기대를...)


따지고 보면 대부분의 일은 돈(혹은 그에 상응하는 가치)을 제공하는 사람을 설득하는 일이라고도 볼 수 있다. 그렇다고 일을 하지 않는 사람은 '설득'에서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어떠한 형태건 타인과 함께 살아가는 우리에게 '설득'은 일상적인 활동이다. 친구와 약속을 정하거나 다 같이 음식을 주문할 때와 같이 사소한 경우라도 누군가는 설득을 하고 누군가는 설득을 당하니까 말이다.


이렇게 그 누구도 피해 갈 수 없는 '설득'에 정답이 있을까? 더 나은 설득을 위한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는 이와 관련해서 설득의 6가지 원칙을 이야기하고 있다




1. 라이크(Like: 유사성과 호감)의 원칙

사람들은 자신과 닮은(자신을 좋아하는) 사람을 좋아한다.
적용 방법: 유사성을 발견하고 상대에게 진심 어린 칭찬을 해라.


SNS의 팔로워(혹은 구독자)를 늘리는 가장 쉬운 방법 중 하나가 '라이크'를 누르는 것이다. 브런치에서도 많은 작가의 글에 꾸준히 '라이크'를 누르는 분들이 구독자도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사람은 기본적으로 본인을 좋아하는 사람을 좋아하게 되어있다.


영어 단어 'Like'는 '좋아하다'라는 뜻을 갖고 있다. 그런데 한 가지 뜻이 더 있다. 바로 '~와 비슷한'이라는 의미다. 어쩌면 Like는 '비슷한' 존재를 '좋아한다'는 인간의 본성을 함축하는 단어처럼 보이기도 한다. 어른들이 학연/지연/혈연을 통해 유사성으로 친목을 도모하는 것뿐만 아니라, 사회화가 덜된 아이들도 본능적으로 본인과 비슷해 보이는 아이를 가까이하는 모습을 보이곤 한다.


이처럼 '유사성'과 '좋아함'을 내포하는 'Like'는 SNS뿐만 아니라 모든 상황에 있어서도 설득의 강력한 무기다.



2. 호혜성의 원칙

사람들은 받은 만큼 돌려준다.
적용 방법: 받고 싶은 것을 주어라.



일본어에서 '미안함' 뿐만 아니라 '감사함'을 표하는 말인 '스미마셍'의 어원은 호혜성의 원칙을 잘 보여준다. 17세기 에도 시대에 일본인들은 상품을 사고팔거나 혹은 돈을 빌리거나 갚을 때 계산이 완벽하게 정리되면 '스므'라는 말을 했다. 즉 더 이상 돈을 지불하거나 받을 것이 없는 상태를 일컫는 말이었다. 여전히 갚거나 치러야 할 돈이 남아있을 때는 '스마누' 혹은 '스마나이'라는 말을 했는데 이것이 '스미마셍'이 되었다. (참조 문헌: https://languagelog.ldc.upenn.edu/nll/?p=9155). '스미마셍'이라는 단어에는 이처럼 받은 것과 동일한 가치의 것을 돌려주기 전까지의 '미안함'과 '감사함'이라는 감정이 복합적으로 포함되어 있는 것이다.


스미마셍이라는 단어가 단적으로 보여주듯이 사람은 받으면 돌려줘야만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히고 만다(알고 있다. 그렇지 않은 변종도 있다는 것을). 이러한 사람들의 심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뇌물'이고 우회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선물'이다. 그래서 누군가로부터 얻고 싶은 것이 있다면 그 사람은 무엇을 얻고 싶은지를 깊이 고민해야 한다. 그곳에 설득의 열쇠가 있을 테니.



3. 사회적 증거의 원칙

사람들은 비슷한 사람을 따라 한다.
적용 방법: 가능하다면 또래(친구) 압력을 활용해라.


다치바나 아키라의 <말해서는 안 되는 너무 잔혹한 진실>에 따르면, 아이를 키우는 데 있어서 '유전'만큼 중요한 것이 아이의 '친구'다. 수많은 쌍생아 연구에 따르면 많은 사람들의 생각과는 다르게 '가정교육'은 '유전'은 물론이고 '친구'에 비해서도 아주 미미한 영향밖에 끼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일찍부터 간파한 사람이 맹자의 어머니다. 맹모삼천지교는 이미 정해진 '유전'은 어쩔 수 없으나 아이가 어떠한 '또래'를 만나는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을 간파하고 세 번이나 이사를 간 맹자 어머니의 지혜를 엿볼 수 있는 일화다.


'맘카페'와 같이 비슷한 나이대와 관심사를 공유하는 커뮤니티를 공략하거나, "20대가 가장 좋아하는 브랜드"와 같은 광고 메시지를 활용하는 것 모두 사회적 증거의 원칙을 활용하는 설득 방법이다.


10대가 부모님에게 가장 많이 하는 말이 무엇이던가? "친구들은 모두 @@을 갖고 있단 말이야!" 아니던가? (다시 생각해 보니 "몰라"라는 말을 더 많이 하는 것 같다)



4. 일관성의 원칙

사람들은 그들의 원칙에 일관성을 가지려 한다.
적용 방법: 사람들로 하여금 특정 입장을 적극적, 공개적 그리고 자발적으로 취하게 만들어라.


다른 글에서 밝힌 바와 같이"모든 사람은 모순적이다"라고 생각한다. 다만 이를 쉽사리 인정하기는 힘들다. 왜냐하면 일관성 있는 사람이 사회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 그에 따라 대부분의 사람도 일관적이려고(혹은 그렇게 보이려고) 부단히 노력하기 때문이다.


미국 건국의 아버지로 불리는 벤자민 프랭클린은 이러한 사람들의 심리를 제대로 활용할 줄 알았다. 그는 자신을 싫어하는 정치인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부탁을 했다. 그렇다. 선물을 주거나 도움을 준 것이 아니라 도움을 요청했다. 책을 빌려달라는 거절하기 애매한 아주 사소한 부탁을 한 것이다. 그 정치인은 프랭클린의 요청에 응하였고 이후 관계는 개선되었다. 프랭클린은 이와 관련해서 "한 번 당신에게 친절함을 베푼 사람은, 더 많은 친절함을 베풀 준비가 되어 있다"라고 말했다. 바로 벤자민 프랭클린 효과(Benjamin Franklin Effect)다.


이처럼 상대방이 내가 설득하고자 하는 방향으로 발걸음을 떼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그것이 아무리 사소하더라도 말이다. 일단 방향을 취하면 작은 눈송이가 거대한 눈사태가 되듯 설득하고자 하는 목표에 빠르게 이를 것이다.



5. 권위의 원칙

사람들은 전문가의 의견을 따른다.
적용 방법: 모두가 알아줄 것이라 생각하지 말고, 당신의 전문성을 적극적으로 알려라.


'권위'와 '타이틀'이 주는 힘은 마케터로서 진작에 알고 있었다. 그래서 '마케팅'과 관련한 강의나 모임을 진행할 때 '삼성출신 마케터'라는 표현을 쓰고 싶지 않았다. 그러한 타이틀 없이도 많은 사람을 모객하고 높은 만족도를 줄 수 있는 강의와 모임을 만들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삼성출신 마케터'라는 타이틀을 질리도록 쓰고 있다. 나의 무기를 굳이 쓰지 않는 것도 괜한 고집 혹은 이상한 자만심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사람들은 생각보다 타인에게 관심이 많지 않다. 그래서 '말하지 않아도 알아주겠지?'라는 생각은 버리는 것이 좋다. 내세울 수 있는 '경력'이 있으면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 단순히 설득력을 높이기 위한 것을 넘어 상대방의 높은 만족을 위해서도 말이다. 같은 음식을 먹어도 '미슐랭 스타 셰프'의 음식이라는 이야기를 들으면 더 맛있게 느껴지는 것을 생각해보면 쉽게 이해될 것이다.



6. 희소성의 원칙

사람들은 갖기 힘든 것일수록 더욱 원한다.
적용 방법: 유일무이한 특징과 독점적인 정보를 강조해라.


홈쇼핑에서 필살기같이 쓰는 말이 있다. 바로 '매진 임박'이다. 상품을 살까 말까 고민하다가도 '살 수 없을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면 소비자는 바로 구매버튼을 누르게 된다. 희소성의 원칙을 제대로 보여주는 사례다. (지금은 방송법상 실제로 매진임박이 아닌 상품에 대해 매진임박이라는 말을 하지 못하게 되어있다)


명망 있는 예술가가 사망할 경우 그(녀)의 예술작품 가격은 '화성 가즈아!'를 외치듯 상승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이 또한 희소성의 원칙이 작용하는 것이다. 죽음과 동시에 공급량이 한정되기 때문이다. 비트코인은 이와 비슷하게 발행 주체를 없앰으로써 희소성을 획득했다. '탈중앙화'라는 말은 발행주체가 사망했다는 말과 크게 다르지 않다. 비트코인이 10년 넘게 대중을 설득할 수 있었던 힘은 바로 여기에 있다.


희소성의 원칙은 '금'과 같이 자연적으로 희소한 것을 강조하는 것뿐만 아니라, 공급량을 한정함으로써 획득할 수 있다. 기업들이 해마다 '리미티드 에디션'을 출시하는 것도, 식당들이 선착순 한정 메뉴를 판매하는 것도 모두 희소성의 원칙을 활용하는 것이다.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서 말한 설득의 6가지 원칙은 모든 분야에 적용할 수 있는 보편타당한 법칙처럼 보인다. 마케팅 분야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이 원칙을 활용해 다양한 광고를 제작해 왔고, 퍼스널 브랜딩에 이를 잘 활용하여 전국민적인 인지도를 얻은 사람들도 쉽게 볼 수 있다. 더할 것도 덜 것도 없는 완성된 원칙으로 느껴진다. 하지만 나는 한 가지를 굳이 더하고자 한다.


대부분의 사람은 '설득'을 하고 싶지만 '설득'을 당하고 싶지 않아 한다. 이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한 가지 원칙을 내 마음대로 덧붙이면 "상대를 설득하는 것이 아닌 상대가 납득하게 도와준다는 태도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버드는 6가지 원칙을 말했지만 나는 7가지 원칙으로 생각하려 한다. 이것이 책을 자기화하는 방법이고 하버드 '읽학'의 취지이니 말이다.



<같이 보면 좋은 글>

https://brunch.co.kr/brunchbook/kaptop10



※ 별도 표기가 없는 이 글의 모든 인용과 참조문헌은 다음과 같습니다. (모든 번역은 본인이 했고 일부 의역/편집을 했습니다.)

: Robert B. Cialdini, Harnessing the Science of Persuasion, <HBR at 100>, 2001


Photo by Manu Ros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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