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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캡선생 Mar 16. 2022

포기를 잘하는 것도 능력

메타인지(Metacognition)

포기는 배추를 셀 때나 하는 말이다
사진 출처: 마켓컬리 홈페이지


이 말은 사람들에게 큰 힘을 주지만 때로는 큰 함(Harm: 피해를 끼치다)을 주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당연한 말이지만 가능성이 있을 때는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 노력을 해야겠지만 그렇지 않을 때는 최대한 빨리 포기해야 한다. 그래야 소중한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성공 가능성이 있는 다른 기회를 빠르게 잡을 수 있다.


"그걸 누가 모르나? 말은 쉽지"라는 반응이 있을 것 같다. 동의한다. 여기서 문제는 어떠한 일의 '성공 가능성'을 판단하기가 너무나도 어렵다는 데 있다. 지나고 나서야 "내가 그럴 줄 알았지"라고 말하는 사람은 많아도 그전에는 그 누구도 쉽게 이야기하지 못한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배추나 세고 있을까?


이러한 상황에서 그나마 우리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은 메타인지라고 생각한다.


메타인지(Metacognition)는 쉽게 말해 '나의 생각에 대한 생각'을 의미한다. '초월하다'는 뜻의 그리스어 'Meta'와 '알다'라는 뜻의 라틴어 'cognoscere'의 합성어인 메타인지는 어원의 뜻처럼 '나의 생각을 그리고 내가 생각하는 방식을 초월적 존재처럼 내려다보며 아는 것'이다. 스스로를 제삼자가 되어 보듯이 객관적으로 보는 것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메타인지가 뛰어난 사람은 본인의 능력을 그리고 본인이 처한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 스스로를 과도하게 부풀려서 생각하지도 않고, 지나치게 평가 절하하지도 않고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이다. 이런 메타인지를 통해 적절한 타이밍에 포기해서 성공한 사람들이 있다. 아마존의 창업자 제프 베조스와 롯데그룹의 창업자 신격호가 대표적이다. 


<Invent & Wander> by Walter Isaacson, (번역서 제목: <제프 베조스, 발명과 방황>)


제프 베조스는 원래 미국의 명문 프린스턴대학교에서 물리학을 전공했다. 어느 날 그의 룸메이트와 함께 양자역학과 관련한 어려운 방정식을 풀지 못해 끙끙대고 있었다. 어쩔 수 없이 같은 수업을 듣던 친구에게 도움을 청하러 갔다. 그런데 그 둘이 그렇게 힘들게 고민했던 문제를 그 친구는 한번 쓰윽 보더니 바로 답을 알려줬다. 그때 제프 베조스는 메타인지를 통해 깨달았다. '나는 위대한 물리학자는 될 수 없겠구나'라고. 그는 지체 없이 전기 공학 및 컴퓨터 공학으로 전공을 바꿨다. 그리고 그는 최고의 물리학자가 아닌 가장 성공한 기업의 창업자가 되었다.


<열정은 잠들지 않는다> by 롯데지주


신격호 회장도 비슷하다. 그는 어린 시절 문학에 심취했으며 그로 인해 자연스레 작가를 꿈꾸었다. 어느 날 그는 당시 작가 지망생이었던 이병주를 만나고 바로 작가의 꿈을 포기하게 되었다.

이병주의 얘기를 듣다 보면 작가의 길이 결코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들곤 했다. 얼마나 많은 책을 읽고 공부해야 저만큼 박식할까 하는 생각에 두려울 정도였다. 결국 나는 고민 끝에 작가의 길을 포기하기로 했다. 내가 가야 할 길은 작가가 아니라는 사실을 비로소 깨우친 기분이었다.

- 롯데지주, <열정은 잠들지 않는다>, 나남, 2021. 중 - 


이렇게 메타인지를 통해 자신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작가의 길이 아닌 사업의 길을 선택한 결과 신격호 회장은 롯데그룹을 한일 양국에서 모두 성공한 대기업으로 일구다.


'작심삼일'이라는 말처럼 포기는 누구에게나 쉬워 보인다. 하지만 평생을 바쳤던 일을 그만두어야 하는 것처럼 고통스럽고 힘든 포기도 있다. 이렇게 힘든 상황에서도 메타인지를 통해 과감하게 결단을 내려야 한다. 포기하지 않아야만 성공할 수 있듯이, 때로는 포기해야만 성공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


포기는 배추를 셀 때나 하는 말이 아니다.



Photo by Jackson Simmer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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