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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책이 교보문고 3위에 오르다

by 캡선생


나의 첫 책 <비행독서>가 교보문고 3위에 올랐다.


엄청난 성과를 달성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전체 3위가 아닌 전자책 부문에서 그것도 시/에세이 부문으로 좁혔을 때 일간 베스트 3위를 달성한 것이다. 누군가가 보기에는 시시한 성적일 것이다. 하지만 내 책이 교보문고에 오를 수 있다는 것조차 믿기지 않은 상황에서 이런 소식까지 접하게 되니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듯한 벅참이 밀려왔다. 이 순간만큼은 나도 무라카미 도스토옙스키 카프카였다.


사진 출처: 교보문고


여러 번 이야기했지만 책은 커녕 글을 쓰는 나의 모습을 10년 전에는 상상도 못 했다. 20대 중반까지는 책이라면 세상에서 가장 쓴 약을 대하는 어린아이처럼 경기를 일으키며 멀리했으니, 글을 쓴다는 것은 더더욱 상상도 못 할 일이었다. 그런 내가 책을 썼고 소소하지만 의미 있는 반응도 얻게 되다니! 아직도 믿기지 않는 일이다.


돌이켜보니 모든 변화의 시작점은 '상상'이었다. 현실적인 이유로 그리고 이성적인 판단으로 책을 쓸 결심도 했지만, 원점은 분명히 상상이었다.


책과 조금씩 친해지고 독서가 습관이 되면서 문득 글을 쓰는 나의 모습을 상상하게 되었다. '나는 어떤 책을 쓸 수 있을까?' '책의 표지는 어떤 모습일까?' '책을 출간하고 나서 작가와의 대화 같은 것도 하게 될까?'. 이렇게 상상의 나래를 펼치다 보니 어느새 나는 작가가 되어있었다. 책을 한 권도 출간하지는 않았지만 머릿속에서 이미 나는 작가였다. 상상이 어느덧 믿음이 된 것이다.


상상이 믿음이 되니 무엇을 해야 할지 명확하게 보였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무엇을 해야 작가가 될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작가라면 응당 해야만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된 것이다. '작가는 매일 글을 쓴다', '작가는 본인의 글에 대해 지속적으로 피드백을 받고 개선한다', '작가는 다른 작가의 책을 단순한 독자가 아닌 작가의 눈에서도 본다' 등과 같이 말이다.


그렇게 상상이 믿음이 되고 믿음이 행동으로 이어지면서 어느덧 <비행독서>라는 책이 나오게 되었다.


어쩌면 인과관계는 순서가 뒤바뀐 개념인지도 모르겠다. 원인이 있어서 결과가 있는 것이 아니라, 결과가 있기에 원인이 있는. 행동을 했기에 결과가 있는 것이 아닌, 결과를 뚜렷하게 상상하고 믿었기에 그에 걸맞은 행동이 있을 수 있는. 그래서 인과관계가 아니라 과인관계라고 부르는게 맞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작가가 되고 싶다면 일단 작가가 되어야 한다. 이 말의 뜻을 여러분도 이해할 것이라 믿는다.


그래서 일단 작가 되기.



P.S. 이러한 나의 상상을 함께 믿어주고 행동에 옮긴 공저자와 주위에서 도움을 준 수많은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기도 했다. 아프리카의 속담처럼 혼자서는 빨리 갈 수 있지만, 여럿이 함께 해야만 멀리 갈 수 있음을 다시금 느끼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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