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샌프란시스코의 한 작은 서점을 둘러보고 있었는데 벽에 걸린 문구 하나가 나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Democracy is not a spectator sport.
이 문구를 직역하면 "민주주의는 관전하는 스포츠가 아니다"라고 할 수 있다. 스포츠 경기를 관중석에서만 지켜보듯 민주주의를 바라보지 말고 운동장으로 직접 뛰어들어라. 경기장에 있는 다른 선수들과 함께 땀을 흘리며 능동적으로 참여해라. 뭐 그런 의미의 문구일 것이다. 이 말이 나에게는 큰 울림을 주었다. 정치적 메시지가 아닌 삶의 교훈으로써.
돌이켜보니 나는 삶의 대부분의 순간에 관중의 입장에 있었다. 주체적으로 무엇을 하기보다는 타인의 삶을 들여다보는데 더 집중하고 있었던 것이다. 영화, TV, 유튜브 등을 통해 타인의 삶을 관람하고 있었고 정말 좋아하는 음악도 듣는 것만으로 만족하고 있었다.
책 또한 마찬가지였다. 멀리 하던 책을 가까이함으로써 '독자'가 된 것에, 책이라는 매체의 관중이 된 것에 그저 뿌듯함을 느끼고 있었다. 삶의 주인공이 아닌 반짝거리는 수많은 주인공들을 바라보면서 대리만족하는 나를 보게 된 것이다.
삶에 정답과 오답은 없겠지만, 원치 않는 답은 있다. 관중으로서의 삶은 나에게는 원치 않는 답이었다. 그것이 설령 정답이라 할지라도. 그래서 변해야 했다. 나이키의 슬로건 'Just Do It'처럼 되든 안되든, 갈채를 받든 야유를 받든 일단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안락하고 편안한 관중석에서 벗어나 위험천만해 보이는 경기장으로 뛰어들기로 결심했다.
<일단 작기 되기>는 이러한 결심의 결과물 중 하나다. 책을 단 한 권밖에 써본 적 없는 사람이 쓰기에는 주제넘은 주제일 것이다. 배가 남산처럼 튀어나온 사람이 몸짱 되는 법을 말하는 것처럼 터무니없어 보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Just Do It(그냥 해), Just Write it(그냥 써) 하려고 한다.
나는 어떻게 하면 베스트셀러 작가가 될 수 있는지, 작가들이 인정하는 작가가 될 수 있는지 말할 수도 없고 말하지도 않을 것이다. 그저 어떻게 하면 '작가'가 될 수 있을지 말하고자 한다. 책이라는 매체를 스스로의 힘으로 만들어보는, 어쩌면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을 수도 있는 결정적 순간(Defining Moment)을 경험해 보기를 권하고자 한다. 소비자로서만 머무는 것이 아닌 생산자도 되어보기를, 관중석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용감하게 경기장에 난입하기를 권하고자 한다.
"요새는 개나 소나 책을 쓰네"라고 말하며 작가는 아무나 되는 게 아니라고 말하는 사람을 종종 보게 된다. 각자의 기준과 시각이 있을 테니 이에 대해 왈가왈부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작가'가 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는 나에게 '개나 소나 책을 쓰는 것'이 나쁘다고만 생각하지 않는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위대한 작가의 반열에 오른 작가들도 누군가에게는 그리고 어느 시대에는 '개나 소'로 여겨지기도 했으나 누가 절대적으로 이를 판단할 수 있겠는가? (물론 책임의식을 갖고 최선을 다해 글을 써야 한다는 의미라면 동의한다)
<일단 작가 되기>는 입장권이다. 단 관중석에 앉을 수 있는 입장권이 아니라 경기장에서 다른 수많은 작가들과 함께 뛸 수 있는 입장권이다. 당신이 독자로 머물고 싶지 않다면. 당신이 작가가 되고 싶은 일말의 감정이라도 있다면 이 입장권을 받아주길 바란다. 언젠가는 누군가의 서재 한쪽을 당신의 책으로 채우는 첫걸음을 나와 함께 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