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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은 다 썼는데 이제 어떻게 하지?

by 캡선생


'무엇'과 '어떻게'라는 관문을 넘어선 당신 눈앞에는 완성된 글이 수줍은 자태를 드러내고 있을 것이다. 이제 단 하나의 과제만이 남았다. 당신의 완성된 글을 세상에 알리는 것이다. 두 글자로 '출간(출판)'이라고 부른다.


이와 관련해서 자세하게 쓰자면 책 한 권으로도 모자랄 수 있으니, 가상의 Q&A 형식으로 간단히 적어보고자 한다.



수많은 출판사에 기고를 했는데 번번이 퇴짜를 맞았어요.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에서도 떨어졌고요. 어떻게 해야 하죠?



답은 간단하다. 직접 출간하면 된다. 이미 많은 사람이 그렇게 하고 있다. 우리나라에 치킨집보다 많은 게 1인 출판사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물론 그중에서 발행실적이 있는 출판사는 <불교신문3474호>에 따르면 15% 밖에 안된다고 하지만, 암튼 나는 지인과 함께 직접 책을 출간했다.



직접 출간하려고 해도 돈이 있어야 하잖아요? 저는 충분한 돈이 없는데 어떻게 하죠?



돈이 없으면 돈을 먼저 받으면 된다.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우리는 그게 가능한 시대를 살고 있다. 바로 '와디즈', '텀블벅'과 같은 펀딩 사이트를 활용하는 것이다.


사진 출처: 텀블벅


나의 경우 <비행독서>라는 책을 텀블벅 펀딩을 통해 선입금을 받고 제작했다. 플랫폼 수수료와 결제 취소 금액을 제했을 때 200만 원 초반대의 금액을 확보할 수 있었는데, 책을 인쇄하는데 드는 대부분의 비용을 충당할 수 있었다.


사진 출처: 부크크

'부크크'와 같은 자가출판플랫폼을 이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전자파일만 업로드하면 주문이 들어올 때마다 플랫폼에서 알아서 한 부씩 제작을 하여 고객에게 배송하는 POD(Print On Demand) 방식을 취하고 있기 때문에 작가에게 금전적인 부담이 크게 없다. 자가출판을 하는 대부분의 초보 작가가 이 방식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내 주위에서도 첫 책을 출간할 경우 대부분 부크크를 이용하고 있다.


사진 출처: 크몽


굳이 종이책으로 출간할 생각이 없다면 전자책도 좋은 대안이다. 특히나 개인의 노하우를 담은 '실용서적'의 경우 전자책으로 판매할 경우 꽤나 큰 수익도 얻을 수 있다. 종이책의 경우 제작비를 제하면 적자인 경우가 많은데, 전자책은 팔리는 족족 흑자다(물론 시간과 노력도 돈으로 계산하면 다른 문제겠지만). 우리 회사에서도 마케팅 노하우를 담은 책을 크몽 및 클래스101을 통해 판매했는데 생각보다 좋은 반응을 얻었다. 많은 사람들이 재능마켓에서 전자책을 구매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외에도 스스로 출간할 수 있는 방식이 다양하게 있을 것이다. 다만 여기서는 내가 직간접적으로 경험했고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방법만 추려보았다.



그런데 아무도 안사면 어떻게 하죠? 어떻게 책을 팔 수 있을까요?



유명해지면 된다. 끝.


하나마나한 이야기를 해서 죄송하다. 콘텐츠는 누가 만들었는지가 너무나도 중요하다는 것을 누가 모르겠는가. 앤디 워홀의 명언으로 잘못 알려진 "일단 유명해져라. 그러면 똥을 싸도 박수를 받을 것이다."라는 말처럼 말이다.


책을 잘 파는 것보다 유명해지는 것이 더 어려울 수 있으니 이 방법은 제외하고 나같이 유명하지 않은 사람은 어떻게 책을 팔 수 있을지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다. 물론 나도 책을 팔아서 엄청난 돈을 벌어본 적이 없기에 이 부분에 대해서 말하는 것이 매우 조심스럽다. 다만 자가출판한 첫 종이책으로 제작비를 모두 충당하고 소소한 흑자를 기록했으니 그것을 근거와 자신감(?)으로 두고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1. 많은 사람과 함께 만들자.


<비행독서>는 많은 사람들과 함께 선정한 제목이다. 내가 구상한 6가지 제목을 인스타그램에 올렸고 사람들의 투표를 받아서 가장 많은 지지를 받은 <비행독서>를 제목으로 정한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책을 절반정도 완성했을 때 내용의 일부를 지인들에게 보여주고 피드백을 받아서 반영했고 그들의 이름을 '관제사'라는 타이틀로 책에 함께 실었다.


이렇게 많은 사람과 함께 만들다 보니 책이 완성되기 전부터 큰 홍보가 되었고, 잠재독자를 확보할 수 있었다. 출간 후에 책을 만드는데 직간접적으로 참여한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홍보를 해주어서 순도 100% 자발적 바이럴(organic viral)도 이룰 수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인풋이 들어간 것에는 큰 애정을 느낀다는 것을 명심하자.


2. 북토크를 진행하자.


앞서 말한 대로 책은 내용도 내용이지만 어떤 사람이 썼는지가 매우 중요하다. 때로는 무엇(what)보다 누가(who)가 더 중요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독자에게 메시지는 메신저에 따라 전혀 다르게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퇴근 후 빌 에반스의 재즈를 들으며 진토닉을 한 잔 하는 그런 밤이 나에게는 영원한 찰나이다"라는 말을 무라카미 하루키가 하는 것과 내가 하는 것이 천지차이이듯 말이다(실망스럽겠지만 이 문장은 내가 만들었다.


그렇기에 독자들과 직접 만나서 작가로서의 매력을 드러낼 수 있는 북토크를 가능한 많이 진행하는 것이 좋다. 달변이 아니더라도 저자의 진심을 전할 수만 있다면 독자들의 책에 대한 만족도도 높아지고 자발적인 바이럴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독자와의 스킨십이 중요하다는 것을 잊지 말자. 이 점을 정치인들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3. 리뷰 이벤트를 진행하자.


상품 구매 시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것이 무엇인가? 바로 기존 구매자의 '리뷰'일 것이다. 리뷰를 남긴 사람이 믿을만한 사람일수록, 그리고 리뷰의 양이 많을수록 구매에는 매우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책 또한 예외가 아니다. 출판사들이 책을 출간하면 앞다투어 네이버 블로거들에게 무료로 책을 나누어주고 리뷰를 써달라고 요청하는 것은 다름 아닌 이 점 때문이다.


물론 우리는 유명 작가도 아니고 유명 출판사의 지원도 받지 않기에 흔쾌히 리뷰를 써주는 사람이 많지 않을 이다. 심지어 친한 지인들도 다양한 이유로 거절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 기죽지 말고 최대한 많은 사람들에게 리뷰를 요청해야 한다. 물론 아무리 친한 친구라도 책을 싫어하는 사람에게 이러한 부탁을 하는 것은 좋지 않다. 상대방에게 부담이 되는 것은 물론이고, 리뷰의 퀄리티도 좋지 않을 테니 말이다.


지인이 아니라 다수의 사람을 대상으로 리뷰를 자발적으로 달아주었을 때 스타벅스 커피 쿠폰과 같은 선물을 제공하는 소소한 SNS 이벤트도 생각해 볼 수 있다. 방법은 다양하다. 사람들이 리뷰를 달고 싶게 만들 수만 있다면 또한 그것이 법적/윤리적으로 문제만 없다면 어떠한 이벤트건 괜찮다. 여러분의 창의성으로 재밌는 리뷰 이벤트를 진행해 보자.


이외에도 마케팅과 관련한 자세한 내용이 궁금하다면 아래 브런치북을 참고하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https://brunch.co.kr/brunchbook/kaptop8



일본의 사상가 우치다 다쓰루는 책을 다음과 같이 구분했다. 사람들이 도서관에서 빌리거나 서점에서 서서 읽는 책과 같이 무료로 읽는 책. 돈을 주고 구매하여 읽는 책. 자신의 한정된 서재에 사람들이 볼 수 있게 꽂아놓는 책. 이러한 기준에 따르면 모든 작가들이 꿈꾸는 것은 사람들의 서재에 소중하게 꽂히는 책을 쓰는 것일 거다. 처음부터 그러한 책을 쓸 수 있는 사람은 극소수이다. 그래서 우리의 첫걸음은 그것이 무료라도 내가 아닌 타인이 읽을 수 있는 그런 책이어야 할 것이다.


이제 용기를 내어 여러분의 책을 세상에 알리자. 그리고 자타공인 작가가 되어보자.



P.S. 마케팅을 본업으로 하면서도 정작 내 책을 마케팅하는데 큰 힘을 들이지 않았다. 출간 그 자체에 만족을 해서 그런지 조금 게을리 했던 것 같다. 이 점이 지나고 나니 조금 아쉽다. 여러분은 나와 같은 후회를 하지 않으시길 바란다.




사진: UnsplashBank Phr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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