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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캡선생 Mar 30. 2023

코로나는 빌 게이츠의 작품?


코로나 바이러스가 한창 확산세일 때 지인이 나에게 꽤나 충격적인 말을 했다. "코로나는 빌 게이츠의 작품이라는 말 들어봤어?"


이러한 생각 자체가 충격적이지는 않았다. 자연재해, 전쟁 등과 같이 극심한 사회변화가 일어날 때는 자연스레 다양한 음모론이 수면 위로 떠오르기 마련이니까 말이다. 다만 이 질문을 한 지인이 평소에 음모론이라면 치를 떨던 사람이라는 게 충격적이었다. 그 사람은 이 말을 꽤나 설득력 있다고 생각하는 눈치였다. 이유를 물어보니 다양한 이야기가 있었지만 결국 코로나 팬데믹을 통해 가장 이득을 보는 사람이 빌 게이츠라는 것이 주된 이유였다.


사진 출처: 네이버 뉴스

 


나는 모든 가능성에 생각을 열어두는 편이다. 이러한 이야기를 들을 때도 단칼에 '헛소리'라고 말하거나 그렇게 생각하지않는 편이다. 위에서 '음모론'이라고 말했지만 정확하게는 '어쩌면 사실로 밝혀질 일말의 가능성이 있는' 음모론이라고 생각하는 편이다. 


설령 음모론이 헛소리로 드러날지언정 사람들이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를 살펴보곤 한다. 거짓도 많은 사람들이 믿으면 일정 부분 진실로서 세계에 작용하니까 말이다. '세 사람만 우겨도 호랑이를 만들 수 있다'는 삼인성호(三人成虎)는 우리 삶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혈액형별 성격유형이 그 대표적인 예다.


우리가 아는 ABO식 혈액형은 적혈구 표면의 당사슬 구조의 종류로 구분된다. 그런데 이것이 놀랍게도 성격을 좌지우지한다는 것이 혈액형별 성격유형의 주장이다. 소심한 A형, 바람둥이 B형, 사교적인 O형, 사이코 AB형 같이 말이다(나는 이 중에서 사이코를 맡고 있다). 그런데 이것이 터무니없는 헛소리라도 이것을 믿는 사람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진실에 가까워진다. 사람들은 헛소리에 근거하여 자신과 타인을 바라보게 되기 때문이다. 대범한 성격의 사람이 가끔 보이는 소심한 모습은 그(녀)가 A형일 때 더욱더 부각되고, 본인도 이를 의식하게 되다 보니 전보다 더 소심해지는 것처럼 말이다. 이렇게 헛소리도 다수의 믿음에 의해 진실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아무튼 이러한 맥락에서 빌 게이츠 음모론도 바라보았다. 사람들은 왜 그렇게 생각하고, 어느 정도로 믿고 있는지를. 그런데 이것은 꽤나 전형적인 음모론의 주장과 근거다. 프랑스혁명 때도 동일한 방식으로 사람들은 생각했으니 말이다. 간단하게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1. 프랑스를 한순간에 뒤집어놓은 대혁명은 누군가의 음모일 수밖에 없다.

2. 음모를 꾸민 자는 이를 통해 가장 많은 이익을 본 집단이다.

3. 유대인은 프랑스혁명으로 가장 많은 이익을 얻었다. 

4. 그러므로 유대인이 프랑스혁명을 배후에서 이끈 장본인이다.



유대인은 이러한 오해를 받음으로써 그 후에 있을 수많은 비극의 희생양이 되었다. 이러한 비극의 정점은 600만 명 가량의 유대인을 죽음으로 내몬 '홀로코스트'였다. 음모론에 의한 엄청난 비극에도 불구하고, 몇몇 사람들은 여전히 유대인이 세계를 움직이고 조종하는 배후 세력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이밖에도 수많은 음모론이 지금도 횡행하고 있다. 왜 그럴까?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뷰카(VUCA)가 한몫한다고 생각한다.


VUCA는 V(Volatility: 불안정), U(Uncertainty: 불확실), C(Complexity: 복잡성), A(Ambiguity: 모호성)의 앞글자를 따서 만든 말로, 1987년에 워런 버누스와 버트 나누스가 리더십 이론을 설명하면서 처음 사용했다. 이를 아주 쉽게 말하면 '알 수 없는 세상'이라는 것이다. 너무나도 빠르게 변하는 '알 수 없는 세상'을 이해하기는 너무나도 어렵다. 그러다 보니 단순히 '하나의 원인'이 모든 문제의 근원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속 편한 것이다. 아니 뇌 편한 것이다. 마치 동전을 자판기에 넣으면 음료수가 나오는 것을, 중간과정은 모두 생략하고 단순히 동전이 음료수로 변했다고 생각하는 '페니-껌 법칙'처럼 말이다. 

'페니-껌 법칙'이란 자동판매기에 페니 동전을 넣으면 껌이 나온다는 사실로부터 '동전이 껌으로 변했다'라고 추론하는 사고를 가리킨다. 페니-껌 법칙을 적용하면 자동판매기의 메커니즘이 어떠한 것이든(IC 제어 방식이든, 안에 난쟁이가 들어가 앉아 있든) 껌=F(페니)라는 방정식은 흔들리지 않는다.

- 우치다 다쓰루의 <사가판 유대문화론>(아모르문디, 2011) 중 -



음모론은 이처럼 모든 현상을 하나의 원인 때문이라고 단순화해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음모론이 '사실'이든 '거짓'이든간에 그것이 위험한 것은 이러한 단순화에 있다. 하나의 희생양을 처리함으로써 모든 문제를 해결하려는 사고방식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뿐 아니라 오히려 더 큰 문제를 만들 수도 있다. 나는 이점이 우려가 된다. 모든 가능성에 열려 있지만 나에게 '음모론'이 불편한 이유는 여기에 있다. 



P.S. 물론 현시점에서 다수가 '음모론'이라고 부르는 것 중 '사실'로 드러날 것도 있으리라 본다. 하지만 모든 것을 음모론적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은, 세상을 너무나도 단순하게 바라보는 것이 아닐까?



사진: UnsplashFusion Medical Anim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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