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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캡선생 Apr 03. 2023

성공한 사업가는 '낙천'이 아닌 '낙관'


자기 계발 혹은 경영/경제 관련 모임에서 '긍정적인 사람이 성공하느냐?'에 대한 논쟁이 이따금씩 벌어진다.


"모든 일을 긍정적으로 생각해야 위기를 잘 극복할 수 있다"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긍정적으로만 생각하면 애초에 위기를 인식할 수 없다"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마치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와 같이 답하기에 복잡한 문제처럼 보인다.


이처럼 문제가 복잡할 때는 바로 답을 찾기보다는 '문제 정의'를 다시 할 필요가 있다. 답하기 어려운 문제는 알고 보면 문제를 명확하게 정의 내리지 못한 것이 그 이유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영화 <올드보이>에서 "자꾸 틀린 질문만 하니까 맞는 대답이 나올 리가 없잖아"라는 대사처럼 말이다. 그래서 문제를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선명하게 만들어야 한다. 여기서 '긍정'이라는 단어를 '낙천'과 '낙관'으로 쪼개어 보면 문제는 조금 더 명확해진다. 그에 따라 답도 조금 더 명확해진다.


'낙천적'과 '낙관적'이라는 단어는 언뜻 동일해 보인다. 둘 다 긍정적인 무언가로 느껴진다. 하지만 이 둘은 꽤나 다른 개념이다. 두 단어 속에 있는 '천(天)'과 '관(觀)'이 그 차이를 만들어낸다. 이를 자세하게 살펴보자.


'하늘이 부여한 직업'이라는 뜻의 천직(天職)이라는 말이 있다. 이를 영어로는 'vocation'이라고 하는데, 어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신이 부르다' 혹은 '신의 음성'을 의미하는 라틴어 'vocare'를 만나게 된다. 야마구치 슈의 표현을 빌리면 "나는 어떠한 것을 원하지?"가 아닌 "세상은 나에게 어떠한 것을 원하지?"의 질문에 대한 답이 천직인 것이다. 이처럼 '천(天)'이라는 단어는 '하늘(신)이 부여한 타고난 것', '세상이 나에게 원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천'을 보았을 때, '낙천적'이라는 것은 개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세상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타고난 기질'을 의미한다. 즉 '낙천적'인 사람의 기본값은 모든 것을 긍정적으로 보는 것이다. 위에서 말한 "긍정적으로만 생각하면 애초에 위기를 인식할 수 없다"는 주장에 부합하는 사람인 것이다.


'관'은 이와는 다르다. '천'이 세상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타고난 '눈'이라면, '관'은 상황을 긍정적으로 만들 수 있는 지점을 찾아내는 '현미경'이자 '망원경'이다.


한자에서 '보다'를 뜻하는 대표적인 단어에는 '관(觀)'과 '견(見)'이 있다. 우리가 여행을 '견광'이라고 하지 않고 '관광'이라고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행지의 풍경을 단순히 눈에 담는 것(見)이 아니라, 여행지라는 시공간 그리고 그곳에 위치한 사람들에 대한 다종다양한 생각을 아울러 보는 것이기에 '관(觀)'이라는 한자를 쓰지 않나 싶다. 그렇기에 같은 여행지도 모든 여행자에게 동일하지 않다. 여행자의 숫자만큼 여행지는 다양한 모습을 드러낸다. 이처럼 '관'은 개개인의 '발견'이다.


그래서 사업가에게 필요한 자질은 '천'이 아닌 '관', '낙천'이 아닌 '낙관'이라고 생각한다. 사업가는 장밋빛 미래만 보여주는 색안경을 벗고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아야 한다. 그와 동시에 남들이 볼 수 없는 '긍정성' 다른 말로 '사업의 기회'를 포착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낙천'이 아닌 '낙관'적 사고가 필요하다. 이를 잘 보여주는 사례가 대한민국 경제를 한 단계 도약시킨 현대 기업의 중동건설이다.


1970년대의 일이다. 박정희 대통령이 정주영 현대 회장을 청와대로 불렀다. "사우디에서 건설 공사를 우리 대한민국이 맡아줄 수 있겠냐는 연락이 왔습니다. 공무원들은 사우디는 사막에다 물도 없고 너무 더워서 도저히 우리나라 기업이 공사를 할 수 없는 환경이라고 합니다. 정 회장이 직접 다녀오셔서 안 된다고 하면 나도 포기하겠습니다." 이 말을 듣고 정주영 회장은 사우디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사우디에 다녀온 정 회장은 이렇게 말했다.

"사우디는 건설에 너무나 좋은 천혜의 환경이었습니다. 첫째, 식수는 바닷물을 담수화해서 사용하면 됩니다. 둘째, 사막에 모래가 넘치니 그걸로 시멘트를 만들면 됩니다. 셋째, 비가 안 오니 1년 내내 공사를 할 수 있습니다. 넷째, 사막에 큰 천막을 쳐놓고 그 아래서 낮엔 잠을 자고 시원한 밤에 공사를 하면 됩니다."

- 박순혁의 <K 배터리 레볼루션>(지와인, 2023) 중 -


리멤버의 창업자인 최재호 대표는 한 방송에서 사업가를 이와 비슷하게 묘사했다. 모두가 안 된다고 생각하는 문제해결해야 하는 그리고 해결할 수 있는 과제로 보는 사람이 사업가라고. 그가 말하는 바도 결국엔 '낙천'이 아닌 '낙관'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에 이러한 '낙관'에 대한 나의 생각을 성공한 사업가 분들께 여쭈어 봤다. 성공하는 사업가는 '낙관적' 사업가가 맞느냐고. 모두가 동의를 했다. 그리고 한 분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맞습니다. 그리고 사업으로 성공하려면 낙관적인 사람과 함께 해야 합니다.



P.S. 박종윤의 <내 운명은 고객이 결정한다>에도 비슷한 예시가 나온다. 그는 화면이 고장 난 TV는 고치기 전전까지 쓸모없다고 생각하는 것을 '수직적 사고', TV를 뒤로 돌리고 소리로만 들어도 되는 뉴스 채널을 틀어놓는 것을 '수평적 사고'라고 이야기했다. 여기서 '수평적 사고'가 내가 말한 낙관과 비슷하다. 



- 박종윤의 <내 운명은 고객이 결정한다>(쏭북스, 2019) 중 -



<같이 보면 좋은 글>

https://brunch.co.kr/brunchbook/kaptop4


사진: UnsplashMarten Newh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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