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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캡선생 Mar 22. 2023

브런치 글을 읽지 않는 이유


제목을 보고 발끈하는 분도 있을 것 같다. "너는 브런치 글을 읽지도 않으면서, 다른 사람들은 너의 브런치 글을 읽기 바라는 것은 너무 이기적이지 않냐?"와 같은 생각을 할 수도 있다. 맞는 말이다. 다만 나름의 이유가 있다. 오늘은 그것을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사실 브런치 글을 아예 읽지 않는 것은 아니다. 구독하는 작가(모두 오프라인에서도 만나본)의 글은 주기적으로 보고 있고, 내 글에 꾸준히 관심을 표하는 작가의 글도 때때로 읽고 있다. 하지만 그 외의 글은 잘 읽지 않는다. 웬만하면 읽지 않으려 한다. 생각의 출처라는 문제 때문이다.


내 글을 오랫동안 읽은 분들은 잘 아시겠지만, 나는 직접 인용이든 간접 인용든 간에 출처를 최대한 밝히려 한다. 순도 100%의 나만의 생각이라는 것이 있을까? 생각이라는 것은 칼 융의 표현을 빌리자면 인류 공통의 '집단 무의식'과, 개개인이 경험을 통해 '외부로부터 영향받은 생각'의 총합이기 때문에 온전한 나만의 생각은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극단적으로 말하면 모든 생각은 '출처가 기억나는 생각'과 '출처가 기억나지 않는 생각'에서 파생한다고도 볼 수 있다.


이러한 생각은 '저작권은 개인의 소유'라는 카피라이트(copyright)가 아닌 '저작권은 사회 구성원 공동의 소유'라는 카피레프트(copyleft)의 출발점일 수도 있다. 다만 아직 나는 카피라이트 편에 조금 더 가깝게 서있다. 이론과 현실은 다를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인지, 아니면 창작활동을 통해 살아가야 하는 생활인이기 때문이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렇다.


러한 애매한 지점에서 취할 수 있는 최선은 생각의 출처를 최대한 밝힘으로써 독자에게 생각의 꼬리를 알림과 동시에, 출처의 작가에게는 샤라웃(shout-out: 누군가의 이름을 언급함으로 감사를 표하는 힙합 문화)을 하는 것이다.


이야기가 다소 삼천포로 빠졌는데 내가 브런치 글을 읽지 않는 이야기로 돌아와 보자. 나는 책을 읽으면 대부분 네이버 블로그에 정리를 하기에 글을 쓸 때 책에서 영향받은 부분이 있다면 이를 기억하는 편이다. 그런데 브런치의 글처럼 인터넷상에서 접하는 글은 따로 정리를 하지 않는다. 그래서 이러한 글과 관련해서는 출처를 기억하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즉 타인의 생각을 나의 생각으로 착각할 수 있는 것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브런치에 올라오는 글은 웬만하면 읽지 않으려 한다.


가수 김태원 씨는 무심결에라도 표절을 할까 봐 음악을 일절 듣지 않는다고 한다. 심지어 영화를 볼 때도 배경음악이 나오면 무음으로 본다고 하니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클래식 음악 듣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이렇게 타인의 음악에 영향받지 않으려고 아무리 노력을 해도 어렸을 때 들었던 대중음악이라든지, 아니면 생활을 하면서 간접적으로 듣는 소리들이 그의 창작에 영향을 줄 것이다. 타고난 사람을 제외하곤 그 누구에게도 청각이라는 감각의 무균실은 제공되지 않을 테니 말이다.


그래서 내가 텍스트 무균실 대신에 택한 방식은 바로 영향을 받을 매체를 '책'으로 한정 지은 것이다. 책에 한해서는 최대한 출처를 기억하려고 하는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내가 브런치 글을 읽지 않는 것을 다소나마 이해해주셨으면 한다. 같은 이유로 나의 브런치 글을 읽지 않는다면 그러한 분들에게 적극 지지를 보낸다(물론 그러한 분들은 이 글을 읽지 못하겠지만).


다른 SNS와는 다르게 브런치에서 활동하는 작가들은 서로에 대한 애정이 있으리라 본다. 글을 쓴다는 행위, 자신의 생각을 세상에 드러내는 행위는 꽤나 큰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을 서로가 알기 때문 그러지 않을까? 그래서 브런치의 글을 읽지는 않지만 늘 브런치 작가들을 응원하고 있다. 여러분의 글이 한 권의 책으로 나온다면 열심히 읽고 기꺼이 영향을 받을 것이다. 출처를 기억하며.



사진: UnsplashArseny Togule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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