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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캡선생 May 22. 2023

욕하는 글의 끊을 수 없는 매력


다른 글에서도 밝힌 바 있지만 브런치에 올라오는 글을 잘 보는 편은 아니다. 그저 구독하는 작가(모두 오프라인에서도 만나본) 혹은 나의 글에 오랫동안 깊은 관심을 표하는 작가의 글 정도만 조용히 보는 것이 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브런치에서 어떤 글이 인기 있는지는 대충 알고 있다. '이혼 혹은 이별'이나 '(비자발적) 퇴사'와 같이 예전에는 부정적으로 여겨졌던 그래서 쉽게 남에게 터놓지 못하는 주제에 대한 글을 주제로 한 브런치북이 늘 상위권에 있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우연하게(실수로 클릭 등) 비슷한 주제의 글을 보면 좋아요와 댓글의 수가 엄청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아픈 상처를 드러내는 일은 분명히 큰 용기를 필요로 하는 일이다. 그래서 이러한 글을 처음으로 써 내려간 사람들에게는 큰 박수를 보내고 싶다. 글쓰기의 효능(?) 중 하나가 자신의 상처를 드러냄으로써 스스로를 치유하고, 비슷한 상처로 힘들어하는 누군가에게 힘이 되는 것이니 말이다.  


다만, 어느 순간 이러한 용기 있는 글이 누군가를 욕하는 글이 되어가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즉 처음에는 '용기'로 사람들의 지지를 얻었던 글들이 어느 순간 특정그룹 혹은 대상을 누가 더 격렬하게 욕하는지와 같이 자극적인 글로 변하는 현상을 말이다. '이혼 혹은 이별'과 관련해서는 배우자와 전애인이, '퇴사'관련해서는 상사가 욕받이가 된다. 글만 봐서는 어떻게 저런 사람이 세상에 존재하지 싶을 정도로 극악무도해 보인다. 댓글로 같이 욕해주고 싶은 마음이 불같이 일어난다. (물론 내가 본 일부의 글에만 해당되는 일일 수 있고, 그렇다면 정말 다행이다.)


그런데 정말로 그 사람들이 그렇게 나쁜 사람일까? 경우에 따라서는 그럴 수도 있지만 아닌 경우도 많을 것이다. 기억은 왜곡되기 십상이니 말이다. 라쇼몽 효과(Rashomo Effect)가 말하듯 사람은 같은 사건과 현상을 두고 각자의 입장에 따라 달리 해석하고 기억한다. 하물며 일반적인 일도 사람마다 달리 해석하는데, '결혼생활(연애)'과 '직장생활'처럼 감정이 극에 달할 수 있는 일들은 오죽할까 싶다. 극단적으로는 악마 같은 상사 때문에 퇴사했다고 말하는 직원이 사실 그 회사에서 가장 골칫덩어리였을 수 있고, 배우자의 귀책사유 때문에 이혼했다고 말하는 사람이 오히려 이혼의 이유일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나도 비슷한 일을 경험한 적이 있다. 헤어진 전 연인이 나에 대한 이상한 이야기를 끊임없이 퍼뜨리는 것이었다. 그중 상당수는 있지도 않았거나 있었던 일을 교묘하게 비튼 거짓말이었다. 처음에는 그녀가 일부로 나를 골탕 먹이기 위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 보니 감정에 휩싸인 그녀의 기억이 본인도 모르게 왜곡돼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기억도 100% 객관적일 수 없듯이 말이다. 하지만 그녀의 이야기를 듣는 사람들은 그것을 진실로 착각하고 받아들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드니, 누군가를 욕하는 말과 글은 참 위험하다는 생각을 다시금 하게 되었다. 이처럼 누군가를 욕하는 글은 당사자 모두의 말을 듣지 않는 한 '거짓'이거나 '왜곡'일 수 있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예전 글에서도 밝혔지만 나는 누군가를 까내리는 글은 최대한 쓰지 않으려고 하고 있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이처럼 나의 왜곡된 기억으로 일방적이면서도 잘못된 비난을 할 수 있고, 한 번 쏟아낸 말과 글은 주워 담을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누군가를 욕하는 것만큼 쉬우면서 속 시원한 것도 없다. 막장 드라마를 욕하면서 보듯 그런 글도 끊기 힘들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러지 않으려고 노력하고자 한다. 그것이 현재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기 때문이다.



P.S. 현재 인기 있는 브런치북이나 작가를 대상으로 말하는 글이 아니라는 점 다시 한번 밝힙니다. 그 글들을 읽지 않았기에 잘 알지도 못합니다. 또한 자신을 욕하는 글 때문에 힘든 분들은 '공연성' '특정성' '비방성'을 충족시킨다고 여겨지면 법의 도움을 받을 것을 권합니다.



<같이 보면 좋은 글>

https://brunch.co.kr/brunchbook/kaptop7


사진: UnsplashDollar Gi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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