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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캡선생 May 17. 2023

논리와 직감

※ 인물을 특정하지 않기 위해 다소 각색하였습니다.


회사에 극단적으로 다른 두 사람이 있었다. 전혀 다른 방식으로 인정을 받는 두 사람이었다.


한 사람은 상당히 논리적이었다. 철저하게 데이터를 기반으로 이야기했고 그의 주장에는 모순점을 찾기 힘들었다. 유관부서와의 미팅에서도 그의 말은 늘 돋보였고 대부분의 경우 그가 주장하는 대로 일이 진행되었다. 일의 결과도 괜찮은 편이었다.


다른 한 사람은 전혀 논리적이지 않았다. 그는 '느낌'이라는 말을 자주 썼다. "저 신인 배우를 모델로 하면 좋을 것 같은 느낌이 들어" "느낌적으로 B를 선택하면 좋을 것 같아"등과 같은 말을 자주 했다. 명확한 근거나 논리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말을 무시할 수 없었다. 그의 느낌은 매우 높은 확률로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그가 뜰 것 같다고 예측한 배우는 대부분 슈퍼스타가 되었다. 그의 느낌 덕분에 미래의 슈퍼스타를 아주 저렴한 모델비로 계약할 수 있었다. 또한 비즈니스 판단의 갈림길에서 그의 선택은 대부분 옳았다. 스스로도 그 이유를 잘 설명하지는 못했지만 상관없었다. 그의 빛나는 성공이력이 대신 말해주고 있었으니 말이다.


야마구치 슈는 <How to 미의식 직감, 윤리 그리고 꿰뚫어 보는 눈>(경영아카이브, 2021)에서 일하는 사람을 다음과 같이 세 가지로 분류했다.


1) 수치로 사람을 설득하는 걸 잘하는 '사이언스(현재)형'

2) 과거의 실패경험을 바탕으로 의사결정을 하는 '크래프트(과거)형'

3) 별다른 근거 없이 자신의 생각이나 느낌 등으로 의사결정을 하는 '아트(미래)형'


야마구치 슈의 분류법에 따르면 위에서 언급한 논리적인 사람은 '사이언스형 + 크래프트형'이고, 직감을 따르는 사람은 '아트형'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이와는 다소 다른 분류를 해볼까 한다. 논리적인 사람은 '현재에 과거를 가지고 오는 사람'이고, 직감적인 사람은 '현재에 미래를 가져오는 사람'이라고.


우리 대부분은 시간이 과거에서 현재 그리고 미래로 흐른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일방향적인 시간 개념에서는 과거의 경험과 현재의 감각을 통해 미래를 예측해야만 한다.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수순이다. 이를 잘하는 사람은 논리적이라는 칭찬을 듣게 된다.


하지만 알버트 아인슈타인이 말한 것처럼 과거/현재/미래라는 구분이 환상(환각)에 불과하다면, 그리고 시간은 일방향적으로 흐르지 않는다면 어떨까? 그렇다면 과거의 경험과 현재의 감각이 아닌 미래를 기반으로도 판단할 수 있지 않을까?


직감에 대해서는 다양한 설명이 가능할 것이다. 먼저 도널드 럼스펠드가 말한 대로 '스스로가 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는 영역'이라고 말할 수 있다. 혹은 지그문트 프로이트가 대중화한 개념인 '무의식'이 의식화하는 과정이라고도 할 수 있다. 나는 여기에 '미래를 현재로 가져오는 것'을 더하고자 한다. 미래에 일어날(혹은 일어나기로 예정된) 무언가를 현재로 빠르게 끌어다 오는 사람. 그러한 사람이 직감이 뛰어난 사람이 아닐까 상상해 본다.


가끔은 이렇게 아무런 근거 없이 자유롭게 생각을 펼쳐보는 편이다. 자기 검열만큼 창의성을 억누르는 것은 없으니 말이다. 물론 이러한 순도 99%의 뇌피셜은 아주 가끔씩만 글로 써보려고 한다. 오늘은 그러한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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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UnsplashJoshua Sorti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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