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건 당신이 잘못 생각하는 것 같은데요?
吾喪我, 즉 "나는 나를 장례 지냈다"는 이 말을 좀 더 직설적이고 자극적으로 표현하면 '자기살해'라 할 수 있다. 똑똑하건 똑똑하지 않건 모든 사람은 다 각자 세계를 보는 나름대로의 시각, 즉 이론과 지적 체계를 가지고 있다. 그것을 기준으로 세계와 관계한다.
그 이론이나 지적 체계들, 가치관이나 신념이나 이념들은 사실 생산되자마자 부패가 시작된다. 그런데 우리는 모두 그 부패되고 있는 신념이나 이념을 매우 강력하고 분명한 가치관으로 신봉하면서 그것으로 무장하고 있다. 우리는 각자의 가치관들로 채워져 있는 가치의 결탁물이다.
장자는 가치의 결탁물인 자기를 '아(我)'로 표현하고, 가치의 결탁을 끊고, 즉 기존의 자기를 살해하고 새로 태어난 자기를 '오(吾)'로 새겼다. 가치관으로 결탁된 자기를 살해하지 않으면 진정한 자기 자신으로 드러날 수 없다.
자기살해를 거친 다음에야 참된 인간으로서의 자신이 등장한다.
- 최진석의 <탁월한 사유의 시선>(21세기북스, 2018) 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