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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캡선생 Apr 26. 2023

거북이는 토끼를 못 이긴다. 다만...


어렸을 때 한 번쯤은 '토끼와 거북이' 이야기를 들어봤을 것이다. 기억이 가물가물한 분을 위해 다시 한번 정리하자면 아래와 같다.


옛날 옛적에, 토끼와 거북이가 살고 있었다. 토끼는 매우 빨랐고, 거북이는 매우 느렸다. 어느 날 토끼거북이를 느림보라고 놀려대자, 거북이는 자극을 받고 토끼에게 달리기 경주를 제안하였다. 경주를 시작한 토끼는 거북이가 한참 뒤진 것을 보고 안심을 하고 중간에 낮잠을 잔다. 그런데 토끼가 잠을 길게 자자 거북이는 토끼를 지나친다. 잠에서 문득 깬 토끼는 거북이가 자신을 추월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고 빨리 뛰어가보지만 결과는 거북이의 승리였다.

- 위키백과(https://ko.wikipedia.org/wiki/%ED%86%A0%EB%81%BC%EC%99%80_%EA%B1%B0%EB%B6%81%EC%9D%B4) 중 -


'꾸준하게 노력하는 사람이 게으른 천재를 이긴다'라는 교훈을 아이들에게 전하는 대표적인 이야기다. 그런데 잘 생각해 보면 메시지가 그리 간단치 않다. 크게 네 가지의 경우로 나누어 생각해 볼 수 있다.


1) 꾸준한 거북이 vs 게으른 토끼 = 거북이 승리

2) 꾸준한 거북이 vs 꾸준한 토끼 = 토끼 승리

3) 게으른 거북이 vs 게으른 토끼 = 토끼 승리

4) 게으른 거북이 vs 꾸준한 토끼 = 토끼 승리


위에서 보다시피 거북이가 승리하기 위해서는 토끼는 반드시 게을러야 한다. 그것도 극단적으로. 토끼살짝 잠에 들거나 설렁설렁 뛰기만 해도 거북이를 손쉽게 이길 수 있다. 그렇기에 거북이가 승리하기 위해선 토끼는 반드시 아주 긴 잠에 들어야만 한다. 즉 거북이의 최선과 토끼의 최악이 만나야지만 거북이가 이길 수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어린아이들은 이 이야기를 통해 '최선을 다하자'라는 명시적인 교훈과 함께 경쟁자의 '최악을 바라자'라는 암묵적인 교훈도 함께 얻는 것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거북이가 할 수 있는 것은 '최선'을 다함과 동시에 상대가 '최악'의 상황에 빠지기를 기도하는 수밖에 없다. 몇 년 전부터 유행하는 '기도메타'라는 용어가 이를 잘 설명한다. 네이버 오픈사전에 따르면 '기도메타'는 기도하다의 '기도'와 가능한 가장 효과적인 전술(META: Most Effective Tactic Available)을 의미하는 '메타'의 합성어다. 즉 기도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전술이라는 뜻이다.


언뜻 보면 '인간이 할 도리를 다 하고 나머지는 하늘에 맡긴다'는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을 의미하는 것처럼도 보인다. 하지만 이것이 거북이최선인지는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 거북이에게 크게 세 가지를 제안하고 싶다.



1. 이길 수밖에 없는 싸움을 하자.


손자병법에 '선승구전(先勝求戰)'이라는 말이 있다. 직역하면 '이기고 나서 싸움을 해라'다. 풀어서 이야기하면 이길 수밖에 없는 환경과 여건을 만들어놓고 나서 싸우라는 뜻이다.


일본의 전설적인 검객인 미야모토 무사시는 이를 철저하게 따랐다. 그에게 두 번의 기회는 없다. 목숨을 걸고 싸웠기 때문이다. 그는 가능하면 최대한 해를 등지고 싸웠다. 때로는 시간에 따라 변하는 해의 위치까지 고려하면서까지. 상대방이 햇빛에 눈이 불편한 그래서 본인이 이길 수밖에 없는 환경에서만 싸우려고 한 것이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얍삽하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는 철저하게 이길 수밖에 없는 싸움을 한 것이다.


그렇다면 거북이에게는 어떤 말을 할 수 있을까? 간단하다. 육지에서 달리지 말고 바다에서 수영하라고. 그것으로 승부를 보라고 말이다. 그게 불가능하다면 폭우가 예상되는 날에 달리기 경주를 하는 것이 차선일 것이다.


2. 끊임없이 환경에 최적화하자.


다윈의 진화론을 이야기할 때면 가장 많이 나오는 말이 '적자생존'이다. 환경에 적응하는 종만이 살아남고, 그렇지 않은 종은 사라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적자생존'만큼 혹은 그보다 더 중요한 개념이 있다. 바로 '돌연변이'다. 우연 다른 곰들과 다른 하얀색 털을 지니고 태어난 돌연변이 곰이 있었다. 그 곰은 북극이 온통 하얀색 눈과 빙하로 뒤덮이자 가를 발휘했다. 하얀 털색이 일종의 보호색이 되서 북극에서 살아남는데 유리해진 것이다. 이처럼 돌연변이는 우연한 계기로 환경에 최적화되어 생존하고 그 유전자를 후대에 남기게 된다. 이제는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북극곰의 탄생이다.


거북이는 갑자기 돌연변이 유전자를 발동시킬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행동에 있어서 기존에 하지 않았던 돌연변이 같은 행동을 끊임없이 시도해볼 수는 있다. 평소에 하지 않던 행동을 끊임없이 시도해 본다면 그중 몇 가지는 변화하는 육지환경에서 더 빠르게 이동하는 방법을 알려줄지도 모른다.


3. 상생의 경기를 생각해 보자.


토끼와 거북이의 달리기 경주는 기본적으로 '승자'와 '패자'가 극명하게 갈리는 제로섬 게임이다. 상생이 불가능한 게임을 서로가 하는 것이다. 이를 어떻게 하면 서로에게 모두 이 되는 게임으로 만들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지 않을까 싶다.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방법을 찾기 힘들다면 모두가 불만을 갖지 않을 방법을 찾는 것이 차선일 것이다. 예를 들어 파이를 가장 공평하게 나누는 방법을 생각해 보자. 누군가에게 파이를 자를 권한을 주면 반드시 불만이 나올 것이다. 그 사람이 모두가 인정하는 공평한 사람이 아니라면 본인에게 유리하게 자를게 뻔하니 말이다. 이때 모두가 동의할 방법이 있다. 한 명이 자르게 하고 나머지 사람이 고르게 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자르는 사람이 누가 되었건 공평하게 자를 수밖에 없다. '공평하게 나누어 먹어라'라는 명령은 뒷말이 나올 수 있으나, 이렇게 모두가 참여하게 하면서 공평성을 유지할 수 있다면 불만이 나오기는 쉽지 않다. 나의 생각이 아니라 솔로몬의 생각이다. (공평의 정의를 매우 협소하게 적용한 점은 양해 바란다)


거북이는 토끼에게 바다에서 한 경기, 육지에서 한 경기를 하는 것을 제안할 수도 있고, 철인 3종 경기처럼 육지와 바다 등 다양한 환경이 혼합된 경기를 제안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밖에도 조금만 더 고민한다면 모두에게 득이 되는 혹은 불만 최소화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오늘은 '토끼와 거북이' 이야기에 과몰입해보았다. 거북이에게 전한 조언처럼 우리도 이 세 가지를 생각해 보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먼저 제로섬게임을 해야만 한다면 이길수 밖에 없는 환경과 여건을 만들고 그것이 완성되면 경쟁을 한다. 그리고 기존의 생각에 매몰되지 말고 다양한 생각과 경험을 하면서 끊임없이 돌연변이적 기질을 키워 변화하는 환에 최적화한다. 마지막으로 가능하다면 모두에게 득이 되는 상생의 전략을 생각해 보자.


어린아이에게 전하는 이야기 속에도 이처럼 할 이야기가 많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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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UnsplashCurolog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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