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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캡선생 Feb 24. 2022

전하, 아니되옵니다!

피드포워드(Feedforward)

어렸을 때 사극을 보면서 이해가 안 되는 것이 하나 있었다.


 "간신은 자신의 안위를 위해 왕이 듣기에 좋은 말만 하기 때문에 나쁘고, 충신은 나라를 위해 자신의 안위와 상관없이 용기 내어 왕이 듣기에 불편한 말도 하니 훌륭하다"는 말까지는 어느 정도 동의할 수 있었지만 그 누구도 아래와 같은 충신의 말투를 지적하지 않는 점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전하, 아니되옵니다!


어린 마음에 '왕도 감정이 있는 사람인데 자기 말에 아니 된다만 반복하는 신하를 보면 당연히 기분이 나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으나 주변에 나의 말에 동의하는 사람은 없었다. '왕은 사사로운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나라를 위해 큰 일을 해야 하는 큰 존재다'라는 원론적인 대답만을 들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아쉽게도 왕은 되지 못했지만, 짬밥이 쌓여 자연스레 매니저가 되면서 후배들의 '아니되옵니다!'를 듣고 선배들에게 '아니되옵니다'를 시전 하면서 다시 한번 어렸을 때의 질문을 해보게 되었다. '조금 더 좋게 말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하고 말이다.


사회초년생 때는 선배들 특히나 팀장들은 진짜 어른 같고 감정적으로도 매우 단단해 보였다. 하지만 내가 막상 그 정도 연차가 되고 나서 느낀 점은 사회초년생과 마찬가지로 팀장들도 더 나아가서 임원들도 마음이 여린 똑같은 사람이라는 것이었다. 그들도 후배들의 눈치를 보고 후배들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영향을 받는 똑같은 사람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선배들과 의견이 다를 때 '아니되옵니다'를 반복하기보다는 더 나은 더 부드러운 방식의 표현을 생각해 낼 필요가 있다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그 해답을 피드포워드에서 발견했다.



신수정 작가의 <일의 격>에는 피드포워드(Feedforward)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리더십 코치 골드스미스 박사는 피드백이 바꿀 수 없는 과거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라면 피드포워드는 바꿀 수 있는 미래에 에너지를 집중하는 것이다. 그래서 선배가 후배한테 자신의 개선점에 대해서 묻고 싶을 때는 "나의 문제는 무엇인가요?"라고 묻기보다는 "내가 ~부분을 잘하고 싶은데 좋은 방법이 없을까요?"라고 묻는 것이다.


"선배는 이런 게 문제예요"의 피드백에서 "선배는 이러면 더 멋질 것 같아요"의 피드포워드의 전환을 통해 우리는 좀 더 부드럽고 효과적인 의사표시를 할 수 있는 것이다.


사극에서 충신들의 "전하, 아니되옵니다!"는 피드포워드가 아닌 피드백이었기에 어린 내가 보기에도 무언가 탐탁지 않았던 것이다. 그들이 피드포워드를 알았다면 조금 더 나은 왕과의 관계를 형성하여 더 나은 나라를 만들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전하, 이렇게 하는 것이 더 전하의 품격에 어울리지 않을까 싶사옵니다!



Photo: MBC '전지적 참견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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