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이 있었다.
그는 시대를 대표하는 지성인이었고, 수많은 제자가 그를 따르고 있었다. 세상만물의 이치를 깨달은 것처럼 보이는 그가 만년(晩年)에 한 권의 책에 빠지게 된다. 다른 책에는 눈길도 주지 않고 단 한 권의 책만을 읽고 또 읽었다. 어찌나 많이 읽었는지 책을 묶어놓은 가죽끈이 세 번이나 끊어졌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유학의 창시자로 불리는 '공자'다. 그리고 그의 정신을 사로잡은 책은 세상만물의 변화에 대한 이치를 담고 있는 <주역(周易)>이었다. 주역에 빠졌던 것은 공자뿐만이 아니었다. '상대성이론'을 정립한 알버트 아인슈타인, 양자역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닐스 보어, 우리에게 친숙한 MBTI의 뼈대가 되는 이론을 만든 칼 융, 그리고 조선을 대표하는 실학자인 다산 정약용까지 수많은 지식인이 탐독했던 책이 바로 <주역>이다.
이처럼 좋은 책은 여러 번 반복해서 읽어도 지나침이 없다. 독서에 정답이 있겠냐마는 100권의 책을 읽는 것보다 1권의 책을 100번 반복해서 읽는 것이 나을 때도 있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100번 반복해서 읽을만한 좋은 책을 찾기 위해 수백 권의 책을 읽어나가는 것이 아닐까 싶다.
나도 그러한 책을 하나둘씩 발견해나가고 있다. 그런데 여러 번 반복해서 읽을만한 좋은 책은 대부분의 경우 분량이 엄청난 벽돌책인 경우가 많다. 위에서 말한 <주역>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분량의 책을 읽어야만 한다. 마케팅 업무와 관련해서 여러 번 반복해서 읽는 필립 코틀러의 <Principles of Marketing>도 백과사전을 방불케 하는 분량의 벽돌책이다. 즉 독서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은 책장조차 넘기기 부담스러운 책이 대부분이다.
모두가 한 번쯤은 읽어봤으면 하는 책도 분량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쉽게 추천하지 못해서 아쉬움을 느끼고 있었다. 운이 좋게도 이러한 아쉬움을 해소할 수 있는 제안을 최근에 받았다. 넷플연가라는 플랫폼에서 '벽돌책'으로 모임을 진행해주었으면 하는 요청을 해온 것이다.
머릿속에 순간적으로 세 권의 벽돌책이 떠올랐다. 대부분이 알고 있지만, 대부분이 읽지 않은 책들이었다. 나는 세 권의 책을 넷플연가에 제안을 했고 그중 한 권이 선택되었다. 그 책은 바로 대중을 위한 최고의 과학책이라고 생각하는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다.
https://www.netflix-salon.com/meetups/1637
<코스모스>는 이미 두 번을 읽고 꼼꼼하게 정리도 한 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장을 펼칠 때마다 새로운 영감을 주는 신선한 책이기도 하다. '미지의 세계로 나아가는 탑승권'이라고나 할까? 단순 과학책을 넘어 세상 만물에 대한 호기심을 불어넣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정말 좋아하는 책임에도 불구하고 분량과 다소 어려워 보이는 내용 때문에 쉽게 추천을 하지 못했다. 이번 기회에 같이 차근차근 읽어나가면서 100권보다 나은 1권의 벽돌책을 함께 격파해 보면 어떨까 싶다.
"혼자 가면 빨리 가고, 함께 가면 멀리 간다"는 아프리카 속담이 있다. 함께 읽는다면 <코스모스>라는 먼 길도 즐겁게 걸어갈 수 있으리라 믿는다. 같이 걸어가실 분은 넷플연가에서 뵙기를 기대한다.
사진: Unsplash의Gary Scot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