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가슴속엔 '나만 알고 싶은 무언가'가 있을 것이다.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파고 들어가다 보면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되었을 때 나의 효용이 떨어지기 때문에'로 귀결되지 않을까 싶다. 나 또한 그런 것이 있다.
아직 국내에 번역되지 않은 좋은 원서를 발견했을 때 나만 알고 싶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특히나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꿀팁을 가득 담고 있다면 책이라면 더더욱 말이다. 일종의 정보 아비트라지를 누리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일지도 모른다.
아비트라지(arbitrage)를 간략히 설명하면 지역별로 가격차이가 나는 무언가가 있을 때 이를 활용하여 돈을 버는 것이다. 예를 들어 귤 하나당 제주도에서는 100원, 서울에서 5,000원이라고 한다면 제주도에서 대량으로 귤을 사서 서울에서 팔아 가격 차이만큼 이득을 보는 것이다.위에서 말한 정보 아비트라지는 가격이 아닌 정보의 차이를 활용하여 이득을 보는 것이라 할 수 있겠다. 지식정보사회에서 전문가라 불리는사람은 이러한 정보 아비트라지를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신기하게도 '나만 알고 싶은 마음'은 '더 많은 사람이 알았으면 하는 마음'에 매번 진다. 선천적인 오지랖 때문인지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그래서 번역되지 않은 책이라면 번역 및 요약을 해서 주위 사람들에게 알리곤 한다. 번역서가 있는데도 많은 사람이 모른다면 그것을 어떻게든 적극적으로 알리는 편이다. 로히와 공동으로 쓴 <비행독서>라는 책에서도 그러한 책 몇 권을 소개했다.
그중에서 <혁명의 팡파르>라는 책은 모임에서도 한 번 다루고 싶었다. 이대로 묻히기에는 너무나도 아쉬운 책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트레바리의 <나, 브랜드> 두 번째 책으로 선정했다.
저자인 니시노 아키히로를 한 단어로 표현하자면 '다름'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일단 그는 개그맨이면서 그림책 작가다. 유머러스한 그림책이 아닌 철학을 담은 그림책을 쓴다. 흔히 보기 힘든 유형의 사람이다.
그림책을 출간하는 방식도 남달랐다. 유독 디지털보다 아날로그를 사랑하는 일본에서 이례적으로 크라우드 펀딩으로 1,000만 엔(약 1억 원)이 넘는 모금액을 달성하여 <굴뚝마을의 푸펠>이라는 그림책을 출간했다. 내용도 '다름'에 관한 것이다. 책은 70만 부 가까이 판매가 되었고 동명의 영화는 흥행수입 20억 엔(약 200억 원)을 기록했다. 스스로의 '다름' 그리고 '다름'에 대한 추구로 크게 성공한 인물인 것이다.
스티브 잡스는 몰락해 가던 애플에 복귀한 당시 직원들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나음은 충분하지 않습니다. 다름을 추구하도록 하세요(Better is not enough. Try to be different)." 그리고 모두가 알다시피 애플은 다시금 세계최고의 기업이 되었다. 이처럼 '다름'은 브랜딩과 마케팅에 있어서 절대 빠질 수 없는 개념이다. 이를 증명한 사람이 니시노 아키히로이고, 간단명료하게 풀어낸 책이 <혁명의 팡파르>라고 생각한다.
이쯤 되면 책의 내용이 궁금할 것 같다. 이토록 칭찬을 했으니 말이다. 너무 많은 것을 풀어내면 책을 읽지 않을 것 같아서 인상적인 부분에 대한 생각만 적어볼까 한다.
저자는 입구에서 돈을 받지 말라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입구에서 돈을 받고 싶어 한다. 이 사소한 차이가 큰 차이를 불러온다. 입구에서 돈을 받는 행위는 내가 가치를 제공한 시점과 돈을 받는 시점이 거의 동시간에 이루어지는 수렵채집의 패턴이다. 이 패턴에서는 신용이 쌓일 여지가 없고 그로 인해 큰돈을 벌 가능성이 적다. 큰돈을 벌기 위해서는 농사를 하듯 내가 줄 수 있는 가치라는 씨앗을 심어서 신용을 꾸준히 키우고 그 신용이 최대한 클 때까지 기다렸다가 수확하는 방식이 필요하다. 즉 수렵채집인에서 농경인으로의 도약이 필요한 것이다. 이것을 쿠팡은 '계획된 적자론'이라 불렀다.
이와 더불어 '유명=돈'의 환상에서 깨어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몇 년 전부터 유튜브, 틱톡과 같은 매체를 통해 하루아침에 스타가 된 듯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쉽게 접하곤 한다. 어제까지는 일반인이었는데 갑자기 유명해지면서 직장인들이 1년 만에 버는 돈을 한 달 혹은 하루 만에 버는 그러한 인플루언서들의 이야기 말이다. 이 때문인지 최근 들어 "유명해지면 똥을 싸도 박수를 받는다"는 말이 자주 회자되는 것 같다(이 말은 앤디 워홀이 한 말이 아니다). 그리고 성공을 원하는 사람들은 불나방처럼 '유명'을 쫓고 있다.
니시노 아키히로는 이 점을 명확하게 짚고 넘어간다. 단순히 유명해지기만 한다고, 즉 '인기'인이 아닌 '인지' 인이 되어서는 돈이 따라오지 않는다고 말한다. 한번 생각해 보자. 유명해지기 위해 온갖 매체에 출연을 하고 매체에서 요구하는 이야기를 앵무새처럼 하다 보면 신용은 0으로 수렴할 것이다. 신념에 반하는 이야기, 과장된 이야기를 뱉다 보면 사람들은 더 이상 나를 신뢰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모두가 알지만 모두가 신뢰하지 않는 그야말로 유명무실한 사람이 되는 것이다. 아마 머릿속에 이러한 연예인이 한 두 명은 떠오를 것이다.
중요한 것은 '신용'이다. 농사를 하듯 신용을 키우고, '인지'가 아닌 '인기'를 추구하는 행위. 이것이 니시노 아키히로가 말하는 돈이 되는 마케팅이자 브랜딩일 것이다. 그리고 그 방법을 '다름'으로 책에서 풀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