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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캡선생 Jun 13. 2023

쿠팡의 성공 법칙


쿠팡의 성공요인을 다룬 기사는 수도 없이 많다. 나는 쿠팡을 즐겨 사용하는 유저도 아니다. 즉 내가 쿠팡의 성공 법칙을 지금 이야기하는 것은 큰 의미도, 신뢰성도 없어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글을 쓰는 이유는 <다이브 딥>이라는 책 때문이다. 쿠팡의 성공 법칙을 다룬 책을 읽고 나니 이것을 나 나름의 방식으로 정리하고 알리는 것이 좋다는 생각을 했다.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만이 말하지 않았던가? 최고의 공부는 타인에게 알려주는 것임을 말이다.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01329398


쿠팡을 보면 래퍼 도끼의 랩 가사가 떠오른다.


내가 망할 것 같애?

내가 망할 것 같애?

그렇게 살다간 얼마 못 가서

다 망할 것 같대

내가 망할 것 같애?

내가 망할 것 같애?

Hell nah 언제나 그랬듯

나는 잘 나갈 것 같애

- 도끼의 <내가>(Feat. Beenzino & The Quiett) 중 -


계속해서 엄청난 규모의 적자를 기록하는 쿠팡을 두고 많은 사람들이 망할 것 같다는 소리를 했지만 망하지 않았다. 오히려 잘 나갈 뿐이었다.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을 하고, 연속된 적자는 흑자로 돌아섰다. 쿠팡의 '망함'을 이야기하던 다수가 이제는 쿠팡의 '잘함'을 이야기하고 있다. 다양한 근거와 이유를 들며 쿠팡의 성공을 이야기하고 있다. <다이브 딥>에 따르면 이를 크게 다섯 가지로 나누어서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다.



1. 창업자 김범석


창업자인 김범석 의장은 스펙이 화려하다. 일단 하버드대학교 출신이다. 그의 학벌은 수많은 투자를 유치하는데 톡톡한 역할을 했을 뿐 아니라 사업 초기에 쿠팡을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는데도 큰 역할을 했다.


화려한 스펙만큼 그의 꿈과 자신감의 크기도 거대했다. 그는 사업 초창기에 당시 소셜커머스 세계 1위였던 그루폰의 인수 제안을 거절했다. "내가 가진 것은 꿈과 근거 없는 자신감뿐이었다. 그리고 거기서 모든 것이 시작됐다."라는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의 말을 이메일 서명으로 사용한 그의 꿈과 자신감이 잘 드러나는 사건이었다. 이러한 그의 모습은 구성원이 시냇물이 아닌 바다를 꿈꾸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는 지독한 워커홀릭이었다. 오전 8시에 출근해서 오전 4시에 퇴근하면서도 흐트러진 모습을 남들에게 보이지 않았다. 모르는 게 있으면 그 어떤 분야이건 집요하게 파고들어 알아내야만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었다. 그를 잘 아는 사람들이 인간 스펀지라고 부를 정도였다.


머리가 좋은 사람이 꿈과 야망이 큰 데다 노력까지 하니 어찌 보면 그의 성공은 당연해 보이기도 한다.


2. 고객중심


쿠팡을 한 마디로 정의하자면 'Wow the Customer'이다. 즉 고객에게 긍정적인 놀라움을 선사하고자 하는 고객집착이 엄청난 회사다. 경쟁사가 콜센터 직원을 10여 명 고용할 때 100명이 넘는 담당자를 운영하고객의 페인포인트가 무엇인지 집요하게 파고든 모습만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온라인 쇼핑에 있어서 고객의 페인포인트는 크게 딜리버리(Delivery: 배송)와 디스커버리(Discovery: 검색/발견)가 있다. 2D라고 부를 수 있는 페인포인트를 쿠팡은 각각 '로켓배송'과 '아이템 마켓'으로 해결했다.


기존 쇼핑몰은 대부분 배송업체에 외주를 주었다. 그러다 보니 배송기간은 들쭉날쭉하고 품질도 떨어졌다. 심지어 오배송도 잦았다. 쿠팡은 이러한 딜리버리에서 발생하는 고객의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내부적으로 배송 시스템을 갖추었다. 로켓배송을 통해 배송의 속도는 물론이고 '쿠팡맨'으로 대표되는 배송의 품질까지 갖춘 서비스로 거듭난 것이다.


아이템 마켓은 아마존의 바이박스 위너(Buy Box Winner)를 벤치마킹한 것이다. 여러 판매자가 동일 상품을 등록했을 때 가격, 배송, 재고, 고객 응대 등 다양한 변수를 고려하여 고객에게 가장 좋은 상품을 노출해서 판매하는 시스템이다. 이를 통해 고객은 최적의 상품을 찾는데 드는 시간과 불편함을 해결할 수 있었다.


이뿐만 아니라 쿠페이 원터치 결제 서비스를 통해 결제단계를 최소화해서 구매에 따른 최소한의 불편함까지 해결했다.


3. 이기고 시작하는 시스템


장사와 사업의 차이를 한 단어로 말하면 '시스템'이다. 장사는 사장이 없으면 안 돌아가지만, 사업은 사장이 없어도 시스템으로 돌아간다. 쿠팡은 이 시스템을 너무나도 잘 세팅해 놓았다. PO와 BA를 통한 A/B 테스트를 통해서 말이다. 영어약어가 언뜻 암호 같아 보이지만 어려운 내용은 아니다. 하나씩 알아보자.


삶이 선택의 연속이듯, 사업도 선택의 연속이다. 매일매일 갈림길 앞에 서게 된다. 이 갈림길을 누가 더 잘 선택하느냐가 사업의 성패를 가른다. 과거에는 카리스마 있는 대표가 예지력으로 갈림길에서 올바른 길을 선택하였고 회사는 성공에 이르렀다는 신화 같은 이야기가 가득했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갈림길 모두를 빠르게 가보고 옳은 길을 선택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이를 A/B 테스트라고 한다. PO와 BA는 A/B 테스트를 위한 두 다리라고 보면 된다.


PO는 Product Owner의 약어로 <다이브 딥>에 따르면 '미니 CEO'라고 불린다. 상품/서비스의 처음부터 끝까지를 마치 대표처럼 모두 책임지고 진행하기 때문이다. 이들이 CEO를 대체하는 이유는 '신속함'때문이다. 갈림길 중 어디가 나은지를 회사 차원에서 확인을 하려면 너무나도 많은 시간이 걸리기에, 이러한 미니 CEO인 PO가 빨리 확인해 보는 것이다. 마치 전쟁 중에 적의 동태를 살피기 위해 적진에 빠르게 들어갔다 나오는 특공대장처럼 말이다.


PO가 제대로 일을 하기 위해서는 데이터가 필요하다. A/B 테스트를 어떻게 실행할지 그리고 어느 길이 좋은지를 확인시켜 줄 데이터 말이다. 이러한 데이터를 발굴하고 정리하는 사람이 비즈니스 애널리스트(Business Analyst), 즉 BA다. 책에 나온 예를 들면 고객관리(CS) 부서의 BA는 전화 통화 수, 문의하는 카테고리나 상품별 숫자 등을 분류하고 수치화한다.


다시 말해 PO는 BA가 수집/정리한 데이터를 활용하여 신속하고 정확한 A/B 테스트를 진행하고 옳은 길을 갈 수 있는 터전을 마련하는 것이다. 손자병법에는 '이기고 나서 싸움을 해라'라는 의미의 '선승구전(先勝求戰)'이 언급된다. 쿠팡은 이러한 시스템으로 '선승구전'을 하고 있는 것이다.


4. 최고의 인재


최고의 시스템은 바보가 와서 일해도 제대로 굴러가는 시스템이다. 하지만 이 시스템을 만드는 것도 유지/발전시키는 것도 사람이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문제처럼 좋은 인재가 없어도 굴러가는 시스템은 좋은 인재가 만들어야만 한다.


짐 콜린스는 <Good to Great>이라는 책에서 위대한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적합한 인재(right people)'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를 극단적으로 실천한 회사가 바로 쿠팡이다. 김범석 의장을 비롯한 임원진은 좋은 인재를 뽑기 위해서라면 어디든 갔다. 심지어 한겨울 집 앞에서 몇 시간 동안 기다리다 허탕을 치기도 하고 제주도로 달려가기도 했다. 좋은 개발자는 모두 쿠팡에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쿠팡의 인재 욕심은 대단했다.


이병철 회장은 인재발탁의 원칙으로 "의심이 가는 사람은 뽑지 말고, 뽑았으면 의심하지 말라(疑人勿用 用人勿疑)"를 삼았다. <No Rules Rules>에 따르면 넷플릭스에 규칙이 없는 이유는 최고의 인재를 뽑고 믿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쿠팡도 성공하는 기업의 제1조건은 '좋은 인재'에 있음을 알았고 그것을 달성했다.


5. 마르지 않는 돈


동일한 사람이 동일한 행동을 해도 동일한 결과를 얻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운'이라는 변수가 작용하기 때문이다. 변수를 구체화하면 '시공간의 차이'라고도 볼 수 있다. 극단적으로 생각해 보자. BTS가 만약에 전쟁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아프리카의 한 나라에서 태어났다면 동일한 노력으로 현재의 결과를 얻을 수 있었을까? 아닐 것이다. 그리고 현재 잘 나가는 카페 브랜드가 코로나 팬데믹 기간, 특히나 카페 내에서 취식이 불가능한 시점에 영업을 시작하고 운영했다면 지금 같은 위치에 오를 수 있었을까? 가능은 하겠지만 매우 힘들었을 것이다.


다시 말해 끊임없이 변하는 시공간에 따라 인간이 어찌할 수 없는 불운이 닥쳐오는 것이다. 이럴 때 우리가 기댈 수 있는 몇 안 되는 것 중 하나가 '돈'이다. 사업을 함에 있어서 돈은 그 무엇보다 강력한 보험이다. 쿠팡은 이 보험이 그 어떤 회사보다 든든했다.


일단 투자금을 매우 넉넉하게 받았다. 1번에서 말한 창업자의 매력(?)과 인맥으로 시리즈 A부터 G까지 총 34억 달러(약 4조 2000억 원)의 현금을 확보할 수 있었다.


든든한 투자금에 더해 GMV라는 마법이 있어 현금이 마를 날이 없었다. GMV는 Gross Merchandise Volume의 약자로 말 그대로 '총 상품 판매액'이다. 고객이 쿠팡에서 물건을 구매하면 그 즉시 회사에 현금이 들어왔으나 쿠팡은 판매자에게 돈을 바로 주지 않아도 되었다. 다시 말해 쿠팡이 아무리 적자를 본다 한들 매출만 지속적으로 성장하면 현금이 없어서 망할 일이 없었던 것이다.


넉넉한 투자금과 GMV 매직으로 쿠팡은 그 어떤 회사보다 든든한 보험을 들 수 있었고, 성장에 집중할 수 있었다.



요약하면 뛰어난 창업자가 최고의 인재들과 함께 최고의 시스템을 만들어 고객중심으로 운영을 해나가면서 위기 때마다 든든한 돈으로 버텨나간 것이 쿠팡의 성공 법칙인 것이다.


물론 쿠팡의 성공 이면에는 상품가격을 낮추기 위해서 공급자를 압박하는 행위를 비롯해 이 책에는 자세히 나오지 않는 이유들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부분을 차치하고서라도 모든 것을 빠르게 그리고 완벽에 가깝게 수행할 수 있는 기업이라는 점은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다시 말해 쿠팡의 성공 법칙은 알고도 적용하기 어려운 법칙일 수도 있다. 결국엔 아는 것이 아닌 행하는 것이고 주저하는 것이 아닌 도전하는 것이고 이기는 것이 아닌 버티는 것이다. 쿠팡은 이 모든 것을 해냈고 지금의 쿠팡이 되었다. <다이브 딥>을 읽고 정리된 나의 생각이다.



<같이 보면 좋은 글>

https://brunch.co.kr/brunchbook/kaptop7



사진: UnsplashFab Lent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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