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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캡선생 Aug 09. 2023

AI가 인간을 이길 수 없는 분야


1997년,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이하 AI) 딥블루는 세계 체스 챔피언 게리 카스파로프를 상대로 승리한다.


2011년, AI 왓슨은 미국의 유명 TV 퀴즈쇼 제퍼디(Jeopardy)에서 역시 인간을 상대로 승리한다.


2016년, AI 알파고는 우리가 모두 알다시피 이세돌을 상대로 승리한다.


그리고 2023년 현재. 인간은 AI를 이길 수 없다는 패배감이 전 세계적으로 팽배해 있다. 인간만의 영역이라 여겼던 분야AI가 빠르게 정복해나가 있다. 미술, 음악, 문학 등 창의력이 그 무엇보다 중요한 분야에서 AI가 만들어낸 창작물이 연달아 수상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


그렇다면 이제 인간이 AI보다 잘할 수 있는 분야는 남아있지 않은가? 다행히도 아니다. AI가 인간을 이길 수 없는 분야가 아직 남아있다. 그중 하나가 토론대회다. 세계 토론대회 챔피언이었던 서보현은 <디베이터>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슬로님은 이 접근법의 한 버전을 이론적으로는 논쟁에 적용할 수 있다고 했다. 그의 팀은 이미 주장의 강점을 평가할 수 있는 '심판'을 만든 바 있었다. 스스로의 말을 반박하고 피드백에 맞춰 향상되는 시스템은 "(인간은) 생각지도 못했던 설득 패턴을 찾아냈다". 하지만 거기에는 중요한 문제가 숨어 있었다. 토론의 목표는 인간의 마음을 돌리는 것이기 때문에, 인간이 도무지 납득하기 힘든 수를 쓸 경우 기계가 이길 수 없다는 점이었다. 바둑이나 체스 선수는 상대를 초월하고자 하는 반면 토론자는 상대를 이끌고 가야 했다.

"토론에서는 본질적으로 인간이 핵심입니다." 슬로님은 말했다.

-서보현, <디베이터>, 문학동네, 2023 중 -


요약하면 이렇다. AI가 인간과 토론할 때 논리적으로 상대방을 이길 수는 있으나, 그것을 판단하는 인간 심판을 이해시킬 수도 없고 그들의 마음도 움직일 수도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AI가 인간을 이길 수 없다는 이야기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설득의 3요소를 이야기했다. 매우 간단하게 말하자면 논리적인 '로고스(logos)', 감성(열정)적인 '파토스(pathos)', 신뢰를 기반으로 하는 '에토스(ethos)'다. AI는 로고스에 있어서 인간을 이길 수는 있지만 파토스와 에토스에 있어서는 역부족이다.


감정은 언어적인 부분만으로 설명할 수 없다. 표정, 바디랭귀지와 같은 비언어적인 커뮤니케이션뿐만 아니라 분위기나 알 수 없는 기운까지 작용하기 때문이다. 언어를 기반으로 하는 AI가 '파토스'에 있어서 인간을 쉽게 따라오기 힘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에토스는 AI라는 존재자체가 패배할 수밖에 없는 게임이다. 에토스는 '무엇을 어떻게 말하느냐'가 아니라 '누가 말하느냐'에 관한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AI가 인간보다 정확성에서는  높은 신뢰 얻을 수 있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이 AI를 인간보다 사랑하고 AI의 말을 그대로 따른다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극단적인 예로 AI 판사가 인간에게 '사형'을 구형하는 모습을 우리 모두가 쉽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그것이 아무리 올바른 판단이라 할지라도 말이다. 다시 말해 AI 인간과 구별되지 않을 때에만 에토스에서 승리할 수 있는 태생적 한계가 있는 것이다.


물론 미래에 어떠한 기술의 발전으로 위에서 말한 바가 뒤바뀔지 모르겠다. 다만 현시점에서 AI가 인간을 이길 수 없는 분야는, '파토스'와 '에토스'가 강하게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분야라는 점은 참이지 않을까 싶다. 다른 말로 '감성적'이면서 '누가'가 더 중요한 분야 말이다.


아직 패배감에 젖어있기는 이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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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UnsplashPossessed Photograp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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