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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캡선생 Jun 12. 2023

'이것' 없이 일하다간 큰일 난다


한 멤버가 상품을 설명하는 글을 작성하고 있었다. 콘셉트는 친구한테 설명하듯이였다. 그러다 한 단어의 표기법을 두고 헷갈렸는지 사람들에게 맞춤법을 물어봤다. 나는 반사적으로 올바른 표기법을 알려주려 했다. 그러다 아차 싶었다. 그 직원이 왜 글을 쓰고 있는지를 생각하지 않은 것이다. 즉 '일의 목적'을 생각하지 않았던 것이다.


앞서 말한 대로 친구가 말해주듯 상품을 소개하는 게 글의 목적이었다. 그런데 아무 생각 없이 반사적으로 '맞춤법'을 따르는 것이 정답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지금은 '짜장면'도 표준로 인정받고 있지만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자장면'이 유일한 표준어였다. 하지만 '자장면'이라고 발음하는 사람은 아나운서와 같은 방송인뿐이었다. 이 상황에서 고객에게 친구처럼 다가가려는 사람이 '자장면'이라고 발음하는 게 맞을까, 아니면 '짜장면'이라고 발음하는 게 맞을까? 나는 단연 후자가 맞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목적에 부합하는 발음일 테니까 말이다. 이처럼 위 사례에서도 '맞춤법'보다는 친구라면 어떤 표기법을 따를까를 고민했어야 했다.


목적을 생각하지 않고 일을 하다 보면 하던 대로 하게 된다. 이러한 태도는 평상시에는 별 문제가 되지 않지만 때로는 참사로 이어진다. 빵공장에서 일하다 숨진 노동자의 장례식장에 빵을 보낸 모 기업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아마 악의적인 의도는 없었을 것이다. 그저 직원의 장례식에 자사의 주요 상품인 빵을 보내는 관례가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장례식에 지원품을 보내는 목적은 슬픈 상황에 놓인 유가족을 위로하기 위함이다. 이 상황에서 '빵'은 위로는커녕 슬픔을 배가시키는 일이다. 일의 목적을 한 번이라도 생각했다면 이러한 참사는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조선의 설계자라 불리는 정도전도 이와 비슷한 말을 했다. 특히나 말 한마디, 행동 하나가 국가 전체에 큰 영향을 미치는 임금에게 다음과 같이 충언을 했다.

"그러나 임금으로서 오직 부지런해야 하는 것만 알고 무엇에 부지런해야 하는지를 모르면 부지런하다는 것이 오히려 번거롭고 까다로움에 흘러 보잘것없는 것이 됩니다."

- 유홍준의 <국보순례>(눌와, 2011) 중 -


부지런해야만 하는 이유와 목적을 잊고 부지런함 그 자체에 매몰되면 안 된다는 말이다. '성실성'과 '능력'치로 리더를 구분할 때 사람들이 최악으로 꼽는 '멍청하면서 부지런한' 리더가 되지 말라는 말이다. 위에서 말한 일의 목적을 잊지 말고 일하라는 말과 같은 맥락일 것이다.


피터 드러커는 "리더는 올바른 일을 하는 사람이고(do the right thing), 실무자는 일을 올바르게 하는 사람이다(do things right)"라는 말을 했다. 일의 목적을 리더가 잘 세우면, 실무자는 그것을 목적에 맞게 잘 해내야 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하지만 세상이 달라졌다. 이제는 리더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이 이 둘을 잘 해내야만 한다. 세상은 너무나도 빠르게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빠르게 변하는 세상은 빠르게 달리는 자동차와 비슷하다. 가장 빠른 자동차는 가장 빨리 목적지에 도착하기도 하지만 가장 빨리 낭떠러지로 떨어지기도 한다. 방향에 따라서 말이다. 속력이 빨라질수록 방향의 중요성은 더더욱 커진다.


다시 말해 '일의 목적'에 따라 우리는 가장 빨리 목적지에 도착할 수도 있고 낭떠러지로 떨어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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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UnsplashTim Mosshold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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