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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캡선생 Jun 15. 2023

실수를 반복한다면 생각해야 할 두 가지


자본주의 사회는 다른 말로 신용주의 사회라고도 부를 수 있을 것 같다. 자본은 돌고 돌아 결국 신용이 높은 사람에게 향하기 때문이다. 니시노 아키히로가 "돈은 신용을 수치화한 것"라고 말것처럼.


그렇다면 신용은 어떻게 높일 수 있을까? 다양한 방법이 있겠지만 '말'과 '행동'이 얼마나 일치하느냐가 핵심이 아닐까 싶다. 네 글자로 말하면 '언행일치(言行一致)'다. 그중에서 '시간'과 '돈' 약속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이 두 가지 약속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지키려고 노력해 왔다. 약속장소에는 30분 전에 도착하는 것을 늘 목표로 해왔다. 돈은 웬만하면 빌리지 않고, 함께 무엇인가를 구매했을 때는 최대한 빠르게 구매자에게 돈을 보내주었다.


이렇게 약속을 지키려고 노력을 해도 가끔씩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지곤 한다. 며칠전이 그랬다.


시간을 넉넉히 잡고 미팅장소에 도착했다. 약속장소는 남태령역 근처 였는데 다른 역과는 다르게 케이블카 같은 것을 타고 출구까지 올라가는 구조였다. 케이블카는 내려오는 속도도 올라가는 속도도 매우 느렸다. 체감상 에스컬레이터 1/10의 속도로 움직이는 것 같았다. 그래도 시간여유가 있었기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오히려 재미있는 경험이라 생각하고 동영상 촬영까지 했다. 출구로 나와서 상대방에게 연락을 했는데 큰 실수를 했음을 뒤늦게 알게 되었다. 약속장소는 남태령역이 아닌 다음 역이었다는 것을 말이다.


남태령역의 느린 케이블카를 생각했을 때는 버스를 타는 게 나아 보였다. 급하게 타야 할 버스번호를 확인하고 달려서 버스를 잡았. 한숨을 돌리고 있었는데, 아뿔싸! 반대방향으로 가는 버스를 탄 것이다. 바로 다음 정거장에서 내려 택시를 잡으려 했으나 택시가 보이지 않았다. 카카오 T를 통해 부랴부랴 호출을 해서 택시를 타고 약속장소에 도착했다. 이미 몇 분을 늦은 상태였다.


다행히도 미팅은 별문제 없이 잘 끝났다.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전철을 탔다. 그런데 또 실수를 했다. 갈아타는 곳을 지나친 것이다. 평소에는 하지도 않는 실수를 하루 동안 몇 번이나 했는지 모른다.


이날의 실수를 곰곰이 돌이켜 보았다. 어떻게 하면 더 나았을까를 생각해 보았다. 그리고 두 가지를 떠올렸다.



1. 페스티나 렌테


예상치 않은 실수를 하면 대부분 당황해서 더 많은 실수를 하게 된다. 실수를 할수록 다급해지는 마음 혹은 만회하고자 하는 마음 때문일 것이다. 이럴 때일수록 오히려 느긋해질 필요가 있다. 가능하다면 멈추어야 한다. 컴퓨터가 잘 안 될 때 전원을 끄고 재시작하듯이, 실수도 끊고 갈 필요가 있는 것이다.


페스티나 렌테(Festina Lente)는 라틴어 있다. 직역하면 '천천히 서둘러라'라는 말이다. 소리 없는 아우성 같은 모순적인 말처럼 들리지만, 잘 생각해 보면 해결책과 결과를 모두 담은 말이다.


이제는 잘 안 쓰지만 유선 이어폰을 쓸 때 끈이 엉키는 경우가 자주 있었다. 이때 끈을 빠르게 풀려고 하면 오히려 잘 안 풀리고, 천천히 툭툭 털어내면 쉽게 풀리는 경우를 대부분 경험했을 것이다. 이처럼 결과적으로 빠르게 해결하고 싶으면 오히려 천천히 하는 것이 답 경우가 많다. 실수를 했을 때 만회하고 싶다면 이처럼 천천히 서두를 필요가 있다.


2. 포카요케


서두르지 않음 혹은 멈춤으로 실수를 멈추었다면, 이제 동일한 실수가 반복되지 않게 해야 한다. "앞으로 똑같은 실수를 하지 않을 거야"라는 다짐만으로는 부족하다. 실수를 할 수 없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이를 일본어로 '포카요케(ポカヨケ)'라고 한다. 대표적인 예가 기어를 주차(P) 상태로 두지 않으면 시동이 걸리지 않도록 만든 자동차다.


어떻게 하면 내릴 정류장을 지나치거나 미리 내리는 실수를 하지 못하도록 만들 수 있을까 고민했다. 답은 생각보다 간단했다. 카카오맵의 '알림'기능을 사용하면 되었다. 네이버 지도를 주로 사용하다 보니 몰랐는데, 카카오맵에서 출발지와 도착지를 설정하고 알림을 켜두면 내리기 한 정거장(역) 전에 친절하게 알려주었다. 일종의 나만의 포카요케를 만든 것이다.



실수 그 자체는 나쁜 것이 아니다. 실수를 한다는 것은 익숙하지 않은 무언가를 시도한다는 증거이고, 새로운 배움을 얻는 경험이니 말이다. 동일한 실수를 반복한다면 문제겠지만, 실수를 통해 더 나은 실수를 할 수만 있다면 더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사무엘 베게트는 이와 비슷한 말을 했다(첫 두 문장은 물음 형식이 자연스러워 그렇게 의역했다).


도전해 봤니?
실패해 봤니?
전혀 상관없어.
다시 도전해 봐.
그리고 다시 실패해 봐.
더 나은 실패를 해봐.

- 사무엘 베게트 -


'페스티나 렌테'와 '포카요케'를 믿고 더 나은 실수를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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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ttps://brunch.co.kr/brunchbook/kap11


사진: UnsplashSarah Kili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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