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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캡선생 Mar 30. 2022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

정(情)과 와비사비(わび・さび)

정(情)을 한 문장으로 설명한다면?


우리 대부분은 정이 무엇인지 알고 있으나 막상 그것을 말(혹은 글)로 설명해달라는 부탁을 받으면 힘들어한다. 그것은 '정'이라는 개념이 갖고 있는 특수성 때문이다. 이 특수성을 잘 표현하는 노래가 있다.


출처: 오리온 공식 홈페이지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
눈빛만 보아도 알아
그저 바라보면
마음속에 있다는 걸


그렇다. 정은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어야 하며, 눈빛만 보아도 알 수 있어야 한다. 왜냐하면 마음속에 있기 때문이다.


이는 흡사 불교의 선종이 말하는 방식과 비슷해 보인다.

不立文字, 문자로는 진리를 알 수 없다
敎外別傳, 진리는 마음으로 전해야 한다
直指人心, 바로 사람의 마음을 가리켜라
見性成佛, 본성을 깨쳐 부처가 되어라


정이라는 개념은 불교에서 말하는 진리와 마찬가지로 글 혹은 말로 전하기보다는 마음으로 전해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정을 설명하는 것 어려운 것은 어찌 보면 당연 일이기도 하다.


우리의 정과 비슷하게 마음에서 마음으로 전하는 개념이 일본에도 있다. 바로 '와비사비('わび・さび)


레너드 코렌은 <와비사비>라는 책에서 와비사비를 다음과 같이 정의했다.

불완전하고 비영속적이며 미완성된 것들의 아름다움
소박하고 수수하며 관습에 매이지 않는 것들의 아름다움


아마도 이해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정과 다르게 와비사비는 일본의 차(茶) 문화와 건축물에 영향을 주었기 때문에 우리가 이미지적으로 참고할만한 단서들이 있다. 아래의 와비사비적 이미지를 살펴보자.


티볼(Tea Bowl), 출처: 위키피디아
료안지, 사진 출처: 위키피디아
켄로쿠엔, 사진 출처: 위키피디아

이미지를 보니까 감이 오지 않는가? 무언가 만들다 만 것 같지만 그렇기 때문에 필이 충만한 느낌적 느낌. 여러분이 이미지들을 보면서 느낀 그 느낌이 바로 와비사비일 것이다.


말하지 않아도 아는 '정'과 '와비사비'에 대해 굳이 글로 쓰다보니 계속해서 꼬이는 느낌이 든다. 글의 주제를 잘못 정한 것 같다는 생각이 이 지점에 와서야 뒤늦게 들기 시작지만  와비사비의 미학 아니겠는가? 읽는 분들의 정을 믿으며 마무리 해보고자 한다. 가끔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것은 그대로 두어야 하 것 같다. 비트겐슈타인의 명언처럼.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침묵해야 한다.  




Photo by Jelleke Vanootegh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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