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모르는 분이 갑작스레 사무실에 찾아왔다. 나에 대해 이야기를 듣고 방문했다고 했다. 마치 용한 점집이라는 소문을 듣고 찾아왔다는 뉘앙스였다. 마케팅에 대해서 1이라도 알고 싶어서 찾아온 사람이라고 본인을 소개했다.
이런 식으로 업무를 하지는 않지만 소개해준 분의 입장도 있고, 찾아온 분의 간절함도 느껴져서 일단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그분은 꽤나 오랜 시간에 걸쳐 공들여서 서비스를 만들었는데, 막상 서비스를 완성하고 보니 어떻게 알려야 할지조차 모르겠어서 멘붕이 온 상태였다. 주위 사람들이 마케팅을 하라고 말은 하는데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지 전혀 모르겠어서 급한 마음에 찾아왔다고 했다. 서비스 말고는 아무것도 준비되지 않은 백지상태로 보였다.
하고 싶은 말도 해주어야 할 말도 많았으나 받아들이는 사람의 입장을 고려해야 했기에 아주 단순하게 접근해 보기로 했다. 마케팅의 수많은 요소 중에 단 하나만 꼽아야 한다면 단연 '고객'이다. 그래서 고객을 알아보는 것부터 시작해 보자고 말씀을 드렸다. 그러자 그분은 반사적으로 다음과 같이 말했다.
고객 설문조사를 해볼까요?
나의 답은 강력한 'NO'였다. 고객의 진심은 설문조사로는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고객의 진심은 '돈'이 개입되어야 비로소 드러난다. 즉 고객의 진심은 설문조사가 아닌 광고에 대한 반응에서 드러난다.
그분이 잘 이해하지 못하는 눈치여서 비유를 들어서 설명했다. 만약에 우리나라와 미국이 농구경기를 한다면 어느 쪽을 응원하겠냐고 묻자 당연하게도 우리나라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럼 누가 이길지 전재산을 베팅해야 한다면 어떻게 하겠냐고 묻자 미국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이것이 설문조사와 광고의 차이라고 이야기했다.
어떠한 상품의 장점을 열거하고 구매의사를 물어보면 상당수는 긍정적인 답변을 한다. 실제로 돈 나가는 일이 아니니까 생각만으로 제품을 소유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런데 실제로 10만 원을 지불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전혀 다른 판단을 하게 된다. 수중에 있는 피 같은 돈을 누군가한테 실제로 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설문조사와 광고에 반응하는 소비자의 차이다.
이야기를 묵묵히 듣던 그분은 이어서 질문을 했다.
그러면 광고를 어떻게 해야 고객의 마음을 알 수 있을까요? 무엇부터 해야 하죠?
이것도 매우 단순하게 세 가지 요소만 이야기했다. '누구에게(타깃)', '어떤 말로(메시지)', '어디서(채널)' 서비스를 알릴지 확인해보아야 한다고 말이다. 이른바 '타메채'다.
1. 누구에게(타깃)
일단 "10만 원에 이 서비스를 경험해 보세요"와 같이 구매 행동을 유도하는 CTA(Call to Action) 문구로 광고를 해보는 것이다. 적은 비용과 이미지만으로 광고할 수 있는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에서 광고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이때 중요한 것은 타깃을 최대한 세분화해서 광고를 진행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20~24세, 25~29세, 30~34세... 와 같이 연령, 남/여와 같이 성별 등 타깃을 쪼갤 수 있는 만큼 쪼개서 누가 광고를 가장 많이 클릭하는지 체크해 보는 것이다. 이를 통해 나의 상품과 서비스에 관심 있어하는 잠재고객, 타깃을 찾아본다.
2. 어떤 말로(메시지)
타깃을 찾았다면 이제 메시지를 찾아보면 된다. 나의 상품과 서비스의 특장점을 다양한 메시지유형으로 만들고 타깃의 광고 반응(클릭률)을 체크해 보는 것이다. "성장하고 싶지 않은 사람은 절대 클릭하지 마세요"와 같이 부정어구로 접근해 본다든지, "당신만 빼고 모든 사람들이 사용하는 서비스"와 같이 대세감을 유도하는 문구라든지, 생각할 수 있는 모든 유형의 메시지를 테스트해 보는 것이다. 아마도 당신의 생각과는 다른 메시지 유형에 소비자는 반응할 것이다. 이렇게 타깃이 반응해 보는 메시지를 찾아본다.
3. 어디서(채널)
타깃과 메시지를 확정했다면 이제 마지막으로 채널을 알아보아야 한다. 즉 어디에서 광고를 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지를 알아보는 것이다. 확정된 타깃과 메시지를 갖고 유튜브,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틱톡, 네이버, 카카오 등 다양한 매체에서 광고를 해본다. 이를 통해 우리의 잠재 고객은 주로 어디에서 시간을 보내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이 세 가지 과정을 거치면 개략적으로 나의 고객이 누구이고, 어떤 말에 반응하고, 주로 어디서 시간을 보내는지를 알 수 있다. 이를 기반으로 STP, 4P믹스등을 고려해 가며마케팅을 조금씩 정교해나가면 된다.
제목에서 밝힌 바와 같이 오늘의 글은 마케팅을 1도 모르는 사람을 위한 스케치다. 정확히는 마케팅이라기보다는 광고를 통한 고객 리서치다.
다시 한번 정리해 보겠다. 당신이 마케팅을 1도 모른다면 '고객'부터 공부하자. 그리고 그 공부는 타깃, 메시지, 채널을 달리해가며 광고를 해보면 어느 정도 알 수 있다. 나의 잠재 고객을 알아가는 수업료치고는 매우 저렴한 비용일 것이다.
그 어떤 마케터도 부정할 수 없는 것이 있다면 마케팅의 알파와 오메가는 고객이라는 것이다. 바로 여기서 시작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