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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캡선생 Jul 06. 2023

브랜드는 죽음의 경계에서 탄생한다


미래는 흐릿하지만 우리 모두가 죽는다는 미래만큼은 뚜렷하다. 죽음은 그 누구라도 예측할 수 있는 미래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죽음'을 외면하고 있다. 우리는 태어나는 순간부터 죽음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데 그 누구도 죽어가고 있다고 말하지 않는다. 서울이 출발지이고 부산이 도착지이면 '부산행'이라고 말하지 '서울발'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우리는 살아간다고 말한다. 참 이상한 일이다.


죽음이라는 당연한 사실을 강렬하게 체험한 사람은 삶에 큰 변화가 찾아온다. 더 정확히는 삶을 바라보는 태도가 180도 달라지게 된다.


성장소설이나 무협지를 보면 주인공은 대부분 죽음에 가까운 사건사고를 경험하고 나서야 깨달음을 얻게 된다. 우리가 아는 수많은 유명인들도 이러한 죽음에 가까운 체험 이후 삶이 바뀌었다고 말하곤 한다.


"죽는다는 사실을 기억하라"는 뜻의 메멘토 모리(memento mori)라는 너무나도 당연한 이야기가 수많은 시간을 견디며 계속 회자되는 이유 바로 여기에 있다. 이 생각으로부터 모든 것이 새롭게 출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브랜딩도 그렇다. 그리고 에밀리 헤이워드의 <Obsessed(미치게 만드는 브랜드)>에서도 이를 분명하게 밝히고 있다.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001840659


에밀리 헤이워드는 소비자 욕망의 근원을 따라가다 보면 결국 죽음에 대한 공포를 마주하게 된다고 말한다. 책에 나온 포드(Ford)의 예시를 들어보겠다. (원서 내용을 의역해보았다)


질문) 왜 더 빨리 달리는 말이 너에게 중요해?

답) 어디를 가는데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니까. 그렇게까지 멀리 여행을 할 수 없어.

질문) 그게 왜 중요한데?

답) (말이 느리게 달린다면) 삶을 즐기고 더 많은 것을 성취하는 것보다 이동하는데 더 많은 시간을 써야 하니까.

질문) 그게 왜 중요한데?

답) 나는 머지않아 죽을 텐데 그전에 성취하고 싶은 게 너무나도 많아. 나의 짧은 인생을 말 위에서 허비하고 싶지 않아.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욕망의 근원은 결국 삶의 유한함, 즉 죽음에 대한 공포에 있다. 포드는 그에 대한 해결책으로 말보다 훨씬 빠른 '자동차'를 만들었고 큰 성공을 거두었다. 다시 말해 포드라는 브랜드는 사람들의 죽음에 대한 공포에 대한 해결책이다.


소비자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뿐만이 아니라 생산자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도 브랜드는 죽음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브랜딩이라는 것은 사람들에게 좋게 기억되고자 하는 행동이고, 다시 말해 죽지 않으려는 발버둥이기도 하다. 만화 원피스의 명대사가 이를 잘 보여준다.


사람은 언제 죽는다고 생각하나?
심장을 총알이 꿰뚫었을 때?
아니다.
불치의 병에 걸렸을 때?
아니다.
사람들에게 잊힐 때다.

- 만화 <원피스> 중 -



즉 브랜드의 수명은 사람들에게 기억되는 기간이다. 그런 면에서 사람들에게 영원히 기억되고자 하는, 죽음으로부터 영원히 멀어지고자 하는 행위가 브랜딩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이 글을 읽는 분들에게 하나 묻고 싶어 진다. 여러분은 무엇으로 기억되고자 하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이 '퍼스널 브랜드'이지 않을까 싶다.


P.S. 에밀리 헤이워드에게 개인적으로 연락을 했다. 퍼스널 브랜딩에 대한 그녀의 관점이 궁금해서. 그녀는 친절하게도 다음과 같이 퍼스널 브랜딩과 브랜딩에 있어 공통적으로 중요한 4가지를 짚어주었다. 그것은 '진정성', '명확한 목적', '메시지', 그리고 '하나에 집중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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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brunch.co.kr/brunchbook/kaptop8


사진: UnsplashFey Mar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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