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 페이스북, 현 메타(구페현메)의 새로운 플랫폼 스레드(Threads)가 출시되었다. 초반에 우리나라 유저들 사이에서 '스레즈', '쓰레즈'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려서 쓰레기나 쓰레빠를 연상케 했지만 영어 기준으로는 직관적으로 잘 지은 이름이라 생각한다.
일단 '스레드'의 뜻부터 알아보자. 네이버 영어사전에 따르면 'Thread'는 아래와 같이 크게 여섯 가지 뜻이 있다.
1. 실
2. (이야기 등의) 가닥[맥락]
3. (실같이 가느다란) 줄기[가닥]
4. 스레드(하나의 주제에 대해 회원들이 게시란에 올린 일련의 의견)
5. 나삿니, 나사산
6. 옷
여기서 4번의 뜻을 기반으로 지은 이름으로 보인다. 트위터처럼 스레드에서는 누군가 게시물을 올리면 그것에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다양한 사람이 의견을 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1번의 뜻인 '실'처럼 유저들을 연결하겠다는 의미도 메타의 수장인 마크 저커버그의 '연결'에 대한 집착을 잘 나타내기도 한다. 플랫폼 전체로 보면 하나의 거대한 맥락이니 3번의 뜻도 포함할 수 있겠다. 여러모로 잘 지은 이름 같다. 직관적이면서도 내포한 뜻이 많으니 말이다. (물론 모두 나의 뇌피셜이다)
아무튼 출시 직후 얼리어답터를 위주로 빠르게 계정이 늘어났고, 7시간 만에 1000만 명이나 가입했다.
사진 출처: 마크 저커버거의 Threads 계정
나도 꽤나 빠르게 가입했다고 생각했는데 400만 번째를 훌쩍 넘겼다. 얼리어답터가 되는 일은 참 힘든 것 같다.
물론 작은 가게를 열더라도 오픈 빨(?)이라는 게 있다. 첫날에 가족과 친구들이 축하하러 오고 이러한 인파를 보고 호기심이 생긴 사람들 끼지 몰려오다 보니, 잘되는 집이 더 잘되는 일종의 마태효과(Matthew Effect)를 반짝 누리게 되는 것이다. 사람의 심리가 그렇지 않은가. 파리 날리는 가게는 들어가고 싶지 않은데, 가게 앞에 줄이 늘어선 곳은 괜히 관심이 가는 것처럼 말이다. 스레드도 분명 이러한 효과를 누리고 있을 것이다.
한때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클럽하우스와 본디를 생각해 보자. 오디오 채팅 앱이라는 획기적인 발상으로 코로나시대를 장악했던 클럽하우스는 초창기에 가입하기조차 힘들었다. 초대권을 얻어야지만 가입할 수 있어서 초대권이 당근마켓에서 유료로 거래되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클럽하우스를 한다는 것만으로 인싸가 된듯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는 마니아만 남은 플랫폼이 되었다.
사진 출처: https://www.44bits.io/ko/keyword/clubhouse
본디는 또 어떤가? 싸이월드 세대도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익숙한 인터페이스에 다양한 설정으로 인해 빠른 속도로 많은 사람이 가입을 하고 사용을 했다. 그리고 본디를 한다는 것을 인스타그램과 같은 곳에서 인증하는 게 유행처럼 번졌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그 누구도 본디를 사용한다는 인증을 하지 않았다.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대다수가 본디를 하지 않게 되었다. 본디 존재하지 않았던 플랫폼처럼.
사진 출처: 본디 공식 홈페이지
그렇다면 스레드는 어떻게 될까? 일단 대부분의 첫인상은 "트위터랑 비슷한데?"로 보인다. 이것은 장점이자 단점이다. 이미 성공한 트위터와 비슷하다는 말은 유저들이 쉽게 사용할 수 있다는 의미이자 쉽게 사라지지 않을 형태의 플랫폼이라는 것을 대변한다. 즉 장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반대로 트위터를 사용하는 유저 입장에서 보면 굳이 스레드도 사용할 필요가 없다는 단점이 되기도 한다. 즉 트위터와 비슷하다는 사실에서 비롯되는 장단점 중 어느 것이 더 클까 가 관건이 될 것 같다.
이 상황에서 스레드에게는 크게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 '트위터보다 나은 트위터'라는 '베터 트위터(Better Twitter)' 전략과 '우리는 트위터가 아니다'라는 '언트위터(UnTwitter)' 전략이다. 탄산음료 시장에서 펩시와 세븐업이 펼친 전략이기도 하다.
탄산음료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코카콜라'는 최초이자 최고다. 이 시장에 들어오는 후발주자는 어떤 전략을 펼치든 코카콜라와 비교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스스로도 콜라와 비교해야만 한다. 홍성태 교수가 <브랜드로 남는다는 것>에서도 말했듯이 새로운 브랜드는 기존에 소비자가 갖고 있는 인식인 POP(Point of Parity: 유사점)에 자신만의 차별점인 POD(Point of Difference)를 더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오래된 예시이긴 하지만 영화 <에일리언>을 소개할 때 기존에 흥행했던 영화 <죠스>에 빗대어서 "'죠스 영화이긴 한데(POP)' '우주에서 벌어지는 내용(POD)'이에요"라고 설명한 것처럼 말이다.
펩시와 세븐업은 각자 다른 길을 택했다. 펩시는 '코카콜라 보다 나은 코카콜라'라는 '베터 콜라(Better Cola)'전략을, 세븐업은 '코카콜라처럼 보이는 코카콜라가 아닌 음료'라는 '언콜라(UnCola)'전략으로. 그리고 이 두 브랜드는 각자의 입지를 단단히 다지게 되었다.
베터 콜라를 표방하는 펩시. 사진 출처: AdWeek
언콜라 캠페인을 펼친 세븐업. 사진 출처: John Alcorn, illustration for 7up – The Uncola, late 1960s.
비록 스레드가 출시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섣부르긴 하지만 내 생각에는 '베터 트위터' 전략을 펼치는 것으로 보인다. 메타에서 트위터와 확연히 차별화되는 무언가를 내세우지도 않고, 유저들도 자연스레 또 다른 트위터로 인식하고 있는 것을 보면 말이다. 그리고 이 전략은 성공적으로 보인다. 일론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 이후 실망한 트위터 유저들에게는 익숙하지만 새로운 보금자리로, 트위터를 사용하지 않고 인스타그램만 사용하던 유저들에게는 다소 신선한 별장으로 스레드가 인식될 것으로 보인다. 즉 트위터의 대체제이자, 인스타그램의 보완재로 스레드는 성장할 것 같다.
1년 뒤에 나의 예상이 얼마나 소름 돋을지 다시 보러 와야겠다. 맞든 틀리든.
P.S. 스레드에서 평소에 읽는 책과 자주 가는 공간에 대한 생각을 가볍게 올릴 예정입니다. 관심 있는 분은 아래 링크를 참고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