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캡선생 Aug 29. 2023

요즘 콘텐츠는 사람을 눕게 만들어야 한다


유튜브에서 검색을 하다 침착맨과 나영석 PD의 인터뷰 영상을 보게 되었다. 나영석 PD가 TV와는 다른 유튜브 매체만의 문법을 배우기 위해 인기 유튜버인 침착맨에게 조언을 구하는 내용이었다.


침착맨의 말 중 가장 인상적인 조언이 있었다. 시청자를 계속 집중하게 만들면 안 된다는 것이었다. 잉? 무슨 말이지 싶은 말이었다. 그의 말을 찬찬히 듣다 보니 곧 이해가 되었다.


정확히는 기억나지 않지만 영상 내내 집중해야 하는 콘텐츠는 시청자 입장에서 부담스럽다는 내용이었다. 이를테면 유튜브를 틀어놓은 채로 밥도 먹고 설거지도 하고 때때로 딴짓도 해야 하는데 고도의 집중력을 요하는 영상은 시청자에게 부담이 된다는 주장이었다. 시청자의 관심이 시들해지면 바로 채널이 돌아가는 TV와는 다른 유튜브만의 문법이었다.


유튜브 고수의 통찰력! 책으로만 배운 지식과는 다른 신체성이 느껴졌다. 오바라 가즈히로는 이를 린 포워드와 린 백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했다.


 달리 표현하면 컴퓨터는 린 포워드(lean forward) 툴이다. 컴퓨터를 사용할 때 사람의 몸은 앞으로 기우는 자세가 된다. 몸이 5도쯤 앞으로 기운다. 한편 텔레비전을 볼 때는 소파에 기대므로 몸이 뒤로 기운다. 린 백(lean back)이다. 스마트폰은 텔레비전처럼 린 백 툴이다.

린 포워드 툴은 분명한 목적을 가지고 사용한다. 목적 이외의 것은 방해가 되기 때문에 배제한다. 그러나 린 백 툴은 사용 목적성이 낮아 무심하게 볼 때도 적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는 크게 의미 없는 정보를 흘려보내도 그다지 신경 쓰이지 않는다. 수신하는 쪽이 신경 쓰지 않으므로 발신하는 쪽도 괜찮겠거니 한다. 결국 정보를 그저 흘려보낼 가능성이 높아진다.

- 오바라 가즈히로, <나는 왜 구글을 그만두고 라쿠텐으로 갔을까?>, 북노마드, 2015. 중 -



오바라 가즈히로에 따르면 TV 또한 고도의 집중력을 요하지 않는 린 백 툴이다. 소파에 누워 뒹굴거리며 TV를 보는 모습 쉽게 떠올릴 수 있으니 그렇게 볼 수 있다.


하지만 유튜브와 비교해 보면 어떨까? 상대적으로 린 포워드 툴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아니 같은 린 백 툴이라 덜 눕는 각도 아 싶다. 물론 요새 TV는 바뀌고 있다. 유튜브 문법을 따라 처음부터 끝까지 다 보지 않아도 혹은 중간부터 보더라도 이해할 수 있는 콘텐츠가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심지어 TV보다 더 많은 집중력을 요하는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린 포워드 툴인 책도 유튜브화 되고 있다.


부턴가 서점에서 유행하는 책의 공통점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것은 바로 제목만 봐도 내용을 짐작할 수 있는 책(혹은 제목이 전부인 '냉무'인 책). 책장 어디를 펴더라도 이해가 되는 책이다. 유튜브를 볼 때 썸네일에 혹해서 클릭을 하고 2배속으로 보거나 띄엄띄엄 보고 대충 이해하듯 책도 비슷하게 받아들이는 것처럼 보였다. 아니 그러한 문법의 책이 점점 더 인기를 끌고 있는 것 같았다.


그것이 영상매체이든 음성매체이든 텍스트매체이든 상관없이 눕게 만드는 콘텐츠가 대세를 이루고 있다. 물론 구체적인 통계나 설문조사를 통한 주장은 아니다. 그야말로 뇌피셜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이 말에 동의하지 않을까 싶다.


이러한 현상이 잘못된 것도 아니고, 그 누구를 비판해야 하는 것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점점 더 많은 것을 신경 쓰고 생각해야 할 것이 많은 현대인에게 추가적인 관심과 집중은 사치일 수도 있을 테니 말이다.


오늘은 그야말로 결론 없는 결론이다. 이 글도 누워서 읽으셨다면 좋겠다. 린 백형 글이니 말이다.



<같이 보면 좋은 글>


https://brunch.co.kr/brunchbook/kaptop7




사진: UnsplashUnseen Studio

매거진의 이전글 선과 악의 이분법을 택하지 않는 용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