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이에 이 정도는

by 카폐인


이 시리즈에 등장하는 인물과 상황은 지난 십여 년간의 카페 근무 경험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것입니다. 제가 살아오며 수없이 마주쳤던 ‘누군가’를 상징합니다.


인간관계에서 완벽한 삼각형을 본 적이 없다.

세 변이 고르게 맞닿아 있는 도형처럼, 사람 셋이 모이면 균형은 오래가지 않는다.


웃음의 속도에서, 정보가 오가는 순서에서, 친밀함의 각도에서. 의도하지 않아도 중심은 생기고, 가장자리는 밀려난다. 그게 싫으면 더 가까이 붙어야 한다. 공감의 주파수를 맞추고, 말의 온도를 조절하면서 말이다.

나는 그걸 그만두기로 했다. 무너질까 불안해하며 지탱하기보다, 혼자인 쪽을 택했다. 냉담한 사람이라는 말을 듣더라도 상관없었다. 딱딱한 근로자로 남는 편이, 감정적으로는 덜 소모적이었으니까.

어느 날, 아직 퇴근하지 않은 오픈과 B사장이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걸 보며 나는 앞치마를 맸다. 죽이 잘 맞는 두 사람의 대화를 들으며 문득, 몇 년 전 C사장 곁에 있던 내가 겹쳐 보였다.

C사장도 B사장만큼 자기 사람을 챙기는 데 거리낌이 없었다. 그만큼 경계도 쉽게 지웠다.

그녀가 자주 하던 말이 있었다.

“우리 사이에 이 정도는 해 줄 수 있는 거 아니니?”

C사장은 아직 잘 모르는 듯했다. 그 말이 경계를 허물기도, 신뢰를 무너뜨리기도 한다는 걸 말이다.

저, 매니저님. 월급은 언제 지급되나요?

문자를 받았을 때, 방 안에 누워있던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토요일이었다. 다른 의미로, 가게 통장에 돈이 들어오지 않는 날이었다. 하필 월급날이 주말이라니. 난처했다. 원래는 개인통장을 털어서라도 직원들의 월급을 맞춰야 하지만, 오랫동안 곁에서 지켜본 결과 C사장은 그런 일이 드물었다. 나는 적절한 대답을 찾지 못한 채 화면을 바라보다 단톡방을 확인했다. 조용했다. 누구도 월급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

내게 문자를 보낸 알바생은 이제 막 네 달째 근무 중이었고, 나뿐 아니라 다른 알바생들 역시 월급을 받지 못한 상태였다. 쓸 돈을 받지 못한 채 답답함을 삼키고 있을 그 심정을 너무 잘 알고 있었다. 같은 처지였지만, 그 알바생에게 나는 또 다른 상사였을 뿐이었다. 침묵 대신, 뭐라도 답을 보내야 했다. 그게 내 역할이었다.

-저도 그렇고, 다른 분들도 아직 지급을 못 받은 상황이에요. 주말 지나면 사장님이 바로 입금해 주실 거예요.

구차한 나의 변명. 결과는 뻔했다. 역시나 월요일에 월급은 지급됐고, 당연히 그 알바생은 그만뒀다. 이 카페에서 더 이상 일할 이유가 없어진 것이다.

C사장은 밀린 월급에도 아무 말 없는 직원들을 “너무 착해”라며 칭찬했고, 나는 그 말이 처음으로 불편하게 들렸다. 착하다는 평가는 침묵하는 이들에게 주어진다는 것을 말이다.


그리고 이 불편함이 다른 곳에서도 반복되리라는 것을 그때는 알지 못했다.




일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