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ETF 자산 10년 전 대비 5배 폭증한 이유
2024년 엔비디아, 테슬라 같은 개별 주식이 헤드라인을 장식하는 동안, 정작 진짜 대박은 ETF가 터뜨렸다. 미국 ETF 시장에 11월까지만 1조 달러(약 1,400조원)가 쏟아져 들어가면서 총 자산 규모가 10.6조 달러(약 14,840조원)라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건 작년 대비 30% 증가한 수치고, 10년 전과 비교하면 무려 5배 이상 뛴 셈이다. 2006년 0.4조 달러(약 560조원)에 불과했던 ETF 시장이 불과 18년 만에 26배 이상으로 커진 거다.
물론 주식시장 호황이 큰 역할을 했다. S&P 500이 25% 상승하며 57번이나 신기록을 갈아치웠고, 나스닥은 30%나 뛰었으니까. 하지만 ETF 급성장의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수십 년간 이어진 '액티브 vs 패시브' 전쟁에서 승부가 났다. "비싸고 똑똑한 펀드매니저가 알아서 투자해주는" 전통적 방식 대신, 저렴하고 단순한 패시브 투자를 선택하는 투자자들이 압도적으로 늘었다.
ETF의 매력은 명확하다. 거래소에서 주식처럼 사고팔 수 있고, 대부분 단순한 룰을 따른다. S&P 500 지수를 추적하거나, 특정 기준에 맞는 자산만 담는 식이다. 게다가 세금 혜택까지 있어서 투자자들이 몰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요즘엔 괴상한 ETF들도 많이 나오고 액티브 ETF도 급성장하고 있지만, 여전히 가장 인기 있는 건 가장 단순한 것들이다. 미국의 대표 지수인 S&P 500을 추적하는 ETF가 압도적 1위를 차지하고 있다.
11월 한 달 동안 주식형 ETF로 들어간 자금의 97%가 미국 주식으로 몰렸다. 다른 국가 시장들이 계속 부진한 가운데 미국 일극체제가 더욱 공고해지고 있는 셈이다.
2024년 가장 인기를 끈 ETF는 S&P 500 추적 대형주 ETF였고, 그 뒤를 비트코인 ETF와 나스닥 100을 추적하는 인베스코 QQQ가 따랐다. 암호화폐까지 ETF로 투자하는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린 거다.
이 데이터가 한국 투자자들에게 주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첫째, 국내 주식만 고집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전 세계 자금의 97%가 미국 ETF로 몰리는 상황에서 코스피만 바라보고 있으면 기회비용이 너무 크다.
둘째, 우리나라 투자 문화도 바뀔 때가 됐다. 아직도 많은 한국인들이 "전문가가 운용하는 액티브 펀드가 더 안전하다"고 생각하지만, 글로벌 트렌드는 정반대다. 수수료 싸고 투명한 패시브 ETF가 장기적으로 더 나은 성과를 내고 있다.
셋째, 암호화폐도 이제 제대로 된 투자 수단이 됐다는 점이다. 비트코인 ETF가 상위권에 오른 건 기관투자자들도 암호화폐를 인정했다는 뜻이다. 김치프리미엄에 휘둘리며 거래소에서 직접 코인을 사는 대신, ETF를 통해 안전하게 익스포저를 가져가는 방법도 고려해볼 만하다.
마지막으로, 복잡한 투자 전략보다는 단순하고 투명한 투자 방식을 선호하는 시대가 왔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 ETF가 있다. S&P 500 추적 ETF가 가장 인기 있는 이유는 복잡한 전략 없이도 미국 경제 성장에 그대로 편승할 수 있기 때문이다.
1,400조가 ETF로 몰려간 걸 보니, 결국 투자도 '단순한 게 최고'라는 진리가 증명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