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수익률 행진, 그런데 이 사람 신뢰해도 될까?
"짐 크레이머가 사라고 하면 팔아라." 미국 주식 투자자들 사이에서 가장 유명한 농담 중 하나이다. CNBC의 간판 프로그램 '매드 머니(Mad Money)' 진행자인 짐 크레이머(Jim Cramer)는 20년 넘게 TV에서 주식을 추천해왔지만, 정작 그의 예측은 틀리거나 타이밍을 놓치기로 악명 높다.
그런 그가 2024년 12월에 주목한 종목 10개는 어떨까?
연초 대비 수익률을 보면 결과는 놀라울 정도로 화려하다.
1위는 팔란티어(Palantir Technologies, PLTR)로 무려 328% 상승했다. 빅데이터 분석 기업인 팔란티어는 AI 열풍에 힘입어 테크놀로지 섹터의 대표 수혜주로 떠올랐다. 2위는 비스트라(Vistra Corp., VST)로 309% 급등했다. 에너지 섹터를 대표하는 이 기업은 전력 수요 증가와 함께 주가가 폭발했다.
3위 텍사스 퍼시픽 랜드(Texas Pacific Land, TPL)는 191% 상승했다. 4위 액손(Axon Enterprise, AXON)은 168% 올랐다. 5위 태피스트리(Tapestry Inc., TPR)는 소비재(Consumer Discretionary) 섹터에서 68% 수익률을 기록했다. 6위 테슬라(Tesla Inc., TSLA)는 41% 상승으로 상대적으로 평범한 성적을 냈다.
7위 맥케슨(McKesson Corporation, MCK)은 헬스케어 섹터에서 31% 올랐고, 8위 에퀴트랜스 미드스트림(Equitrans Midstream, EQT)은 15% 상승했다. 반면 9위 워너 브라더스 디스커버리(Warner Bros. Discovery, WBD)는 미디어 섹터에서 10% 하락했고, 10위 이팜 시스템즈(EPAM Systems, EPAM)는 17% 떨어졌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짐 크레이머는 틀린 예측이나 타이밍을 놓친 종목 추천으로 악명 높은 인물이다. 그의 실제 성적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밈(meme)의 주인공이 될 만큼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크레이머가 추천하면 반대로 해라"는 농담이 공공연하다.
이런 평판 때문에 터틀 캐피털 매니지먼트(Tuttle Capital Management)는 2023년 "역크레이머 추적 ETF(Inverse Cramer Tracker ETF, SJIM)"를 출시했다. 짐 크레이머가 추천하는 종목의 반대로 투자하는 상품이었다. 하지만 이 ETF는 최근 관심 부족으로 폐쇄됐다. 크레이머가 워낙 많은 종목을 추천해 관리가 힘들었고, 운용자산도 고작 200만 달러(약 28억 원)에 불과했다.
터틀 캐피털 측은 "우리는 TV에 나오는 주식 추천자들, 특히 짐 크레이머를 따르는 것의 위험성과 그들의 책임 결여를 지적하기 위해 이 ETF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2024년 12월 3일 기준으로 크레이머의 추천 종목 중 8개는 플러스 수익을 기록했고, 2개는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팔란티어 328%, 비스트라 309% 같은 폭발적 수익률을 보면 크레이머가 옳았던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여기서 핵심 질문이 남는다. 그가 이 종목들을 언제 추천했는가? 상승이 시작될 때였는가, 아니면 이미 오른 다음이었는가? 연초 대비 수익률만으로는 크레이머의 추천 시점과 그 이후 실제 수익률을 정확히 알 수 없다.
투자의 진실은 의외로 간단하다. 중요한 건 어떤 종목이냐가 아니라, 언제 사고 언제 파느냐다. 그리고 TV에 나오는 전문가의 말을 맹목적으로 믿는 순간, 당신의 계좌는 워너 브라더스처럼 -10%, 이팜처럼 -17%의 손실을 안는 건 한순간이다.
주식은 종목이 문제가 아니라 타이밍이 문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