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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가 '유럽의 병자' 이탈리아를 따라잡고 있다

GDP 대비 120% 향해 가는 부채, 정치는 마비되고 시장은 불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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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가 유럽 재정 악동의 새 주인공이 되고 있다

2000년 GDP의 60% 수준이던 프랑스 부채는 2026년이면 120%에 육박할 전망이다. 이탈리아의 135-140%를 바짝 추격 중이다. 아직 그리스처럼 패닉 상황은 아니지만, 수학은 점점 더 파리에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유럽통계청(Eurostat) 데이터에 따르면 2025년 1분기 기준 프랑스 부채는 GDP 대비 114.1%를 기록했다. 2024년 113%에서 1년 새 5%p 가까이 급증한 수치다. 유럽위원회(European Commission)는 2026년 프랑스 부채가 118.4%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한다. 같은 기간 이탈리아는 137.9%에서 소폭 개선될 것으로 예상되는 것과 대조적이다.


이자 폭탄이 터지기 시작했다

타이밍이 최악이다. 이자 비용이 폭발하는 시점에 마크롱(Macron)의 정치적 자본은 바닥을 쳤다. 프랑스의 이자 지출은 2024년 GDP의 2.0%에서 2025년 2.5%로 급증할 전망이다. 단 1년 만에 0.5%p 증가다. 금리 1%p 상승마다 수십억 유로(수조 원)의 추가 이자 부담이 생기고, 그 돈은 생산적 투자를 잠식한다.


프랑스의 30년물 국채 수익률은 2025년 9월 4.5%를 넘어섰다. 2008년 이후 최고 수치다. 시장은 이미 위험을 감지했다. 중요한 건 독일과 프랑스 국채 금리 스프레드다. 투자자들이 위험을 감지하고 더 높은 수익률을 요구하기 시작하면, 모든 것이 더 빠르게 악화된다.


재정적자는 좀처럼 줄지 않는다

2024년 프랑스 재정적자는 GDP의 5.8%를 기록했다. 2023년 5.4%에서 오히려 악화됐다. 2025년 5.6%로 소폭 개선될 것으로 전망되지만, 2026년엔 다시 5.7%로 오를 전망이다. 유럽연합(EU)의 재정 규칙은 재정적자를 GDP의 3% 이내로 제한하는데, 프랑스는 이를 두 배 가까이 초과하고 있다.


반면 이탈리아는 재정 건전화에서 진전을 보이고 있다. 노무라 증권(Nomura Securities)은 "현재 프랑스의 재정 전망이 이탈리아보다 나쁘다"고 명시했다. 한때 유럽의 재정 악동이던 이탈리아가 이제는 프랑스를 걱정하는 역설적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수출은 뒤처지고, 세금은 경쟁력을 짓누른다

프랑스의 경제 펀더멘털도 취약하다. 수출은 독일과 스페인에 뒤처지고, 높은 세금 부담은 노동과 생산을 압박하며 경쟁력을 약화시킨다. 2025년 프랑스 경제성장률은 0.6%에 그칠 전망이다. 낮은 성장률은 세수 증가를 제약하고, 부채 역학을 더욱 악화시킨다.


개혁은 매번 폭동으로 끝난다

프랑스는 여전히 빠져나갈 방법이 있다. 지출을 줄이고, 수출을 늘리고, 세제를 단순화하면 된다. 그러나 누가 프랑스의 정치적 용기에 베팅하겠는가? 모든 개혁 시도는 거리의 폭동으로 끝났다. 정부는 계속 무너지고, 2026년 예산안 통과 가능성도 불투명하다. 2025년 예산이 그대로 동결될 경우, 2026년 적자는 더 커질 것이다.


유라시아 그룹(Eurasia Group)의 무즈타바 라만(Mujtaba Rahman)은 이렇게 말했다. "금융시장으로부터 전례 없는 압박을 받고 있는 프랑스는 다음 주 참담하고 공개적인 광경을 연출할 것이다." 시장은 이미 알고 있다. 프랑스는 이탈리아의 재정 혼란을 향해 슬로 모션으로 미끄러지고 있다.


한줄평

개혁은 폭동으로, 예산안은 무산으로 끝나는데 누가 프랑스 국채를 믿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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