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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Money Talks

워렌 버핏을 이긴 '쓸모없는 금속, 금'의 역습

"805% vs 746%, 오마하의 현인이 틀렸던 2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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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이 드디어 세기의 투자가를 눌렀다

투자의 신 워렌 버핏(Warren Buffett)이 평생 "아무 쓸모없는 금속 덩어리"라며 조롱했던 금이, 정작 그의 버크셔 해서웨이(Berkshire Hathaway)를 20년 수익률에서 제쳤다. 2004년부터 2024년까지 금은 805% 상승하며 연평균 11.18%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버크셔 해서웨이는 746% 상승에 그쳤다. 생산적 자산에만 투자하라던 오마하의 현인(Oracle of Omaha)에게는 다소 민망한 결과다.


금은 지난 1년간만 62% 폭등하며 2025년 들어 45번째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10월 17일 온스당 4,379달러(약 613만원)로 정점을 찍은 뒤, 미중 무역 협상 기대감에 어제 3% 급락해 현재 3,930달러(약 550만원) 수준이다. 하지만 이 조정은 오히려 건강해 보인다. 투기 세력이 빠지고 진짜 수요만 남을 시간이기 때문이다.


중앙은행들이 달러를 버리고 있다

금 ETF는 올해만 670억 달러(약 93조 8,000억원)를 흡수했다. 더 흥미로운 건 신흥국 중앙은행들의 움직임이다. 이들은 외환보유고에서 달러 비중을 줄이고 금 비중을 늘리는 중이다. 미국이 재정 적자를 무한정 찍어내고, 정치적 목적으로 달러 결제망을 무기화하자, 각국이 "달러 의존도를 낮춰야겠다"는 결론에 도달한 것이다.


스테이트 스트리트(State Street) 연구에 따르면 금은 주식과 항상 역상관 관계를 보이지는 않지만, 불확실성이 커질 때마다 자본을 일관되게 보존해왔다. 인플레이션과 지정학적 불안이 겹치는 시기에 금은 가치 저장 수단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


60/40 포트폴리오는 끝났다, 이제는 60/20/20 시대

더 놀라운 건 모건 스탠리(Morgan Stanley)의 최고투자책임자(Chief Investment Officer)가 이제 전통적인 60/40 포트폴리오(주식 60%, 채권 40%)를 버리고 60/20/20 포트폴리오를 추천한다는 사실이다. 주식 60%, 채권 20%, 금 20%로 구성하라는 것이다.


왜? 2022년 이후 미국 국채가 더 이상 주식 헤지 수단으로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과거엔 주식이 폭락하면 채권 가격이 올라 손실을 상쇄했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주식과 채권이 동시에 떨어지는 일이 반복됐다. 주식에 대한 국채의 베타가 사실상 0이 돼버린 것이다.


반면 금은 주식 하락기에도 양의 수익을 냈다. 무생산 자산이라는 오명에도 불구하고, 금은 가장 믿을 만한 포트폴리오 방어자가 됐다.


일시적 광풍이 아니다

금 가격 상승은 최근 몇 년의 일이 아니다. 20년간 꾸준히 쌓여온 구조적 변화의 결과다. 각국 정부의 무제한 재정 지출, 중앙은행의 통화 실험, 지정학적 긴장의 고조. 이 모든 요인이 "종이 자산에 대한 신뢰"를 조금씩 갉아먹었고, 금은 그 틈새를 파고들었다.


미중 무역 긴장이 조금 완화됐다고 금의 시대가 끝나는 건 아니다. 신용 스프레드는 여전히 타이트하고, 주식 밸류에이션은 고공행진 중이며, 실질금리는 하방 압력에 직면해 있다. 금이 단순한 위기 헤지 수단을 넘어 전략적 닻 역할을 하는 환경은 하루아침에 사라지지 않는다.


문명이 시작된 이래 금에 대한 믿음은 한 번도 사라진 적이 없었다. 시장에서 금이 잠시 빛을 잃을 순 있어도, 그 신뢰는 여전히 견고하다.


한줄평

워렌 버핏이 금을 비웃는 사이, 금은 조용히 오마하의 현인을 추월했다. 시장은 거짓말을 안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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