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은 50대에 은퇴하는데, 버핏은 65세부터 본게임 시작했다.
워렌 버핏(Warren Buffett)이 65세가 되던 해, 그의 순자산은 30억 달러(약 4조 2,000억원)였다. 웬만한 부자치고는 충분한 돈이다. 대부분 사람들이라면 이쯤에서 은퇴해 골프나 치며 여생을 보냈을 것이다.
하지만 버핏은 달랐다. 그로부터 30년이 지난 지금, 95세의 버핏 순자산은 1,510억 달러(약 211조 4,000억원)다. 무려 50배가 늘었다. 더 놀라운 건 그의 전체 부의 98%가 65세 이후에 만들어졌다는 사실이다.
비밀은 간단하지만 깊다. 복리(compounding)이다. 버핋은 70년 넘게 투자를 해왔고, 수익이 수익을 낳고, 그 수익이 또 수익을 낳는 과정을 멈추지 않았다. 그의 성공은 매년 엄청난 수익률을 올린 게 아니라, 엄청난 인내심으로 시간이 일하게 만든 결과다.
30대에 번 돈이 40대에 두 배가 되고, 50대에 네 배가 되고, 60대에 여덟 배가 되는 식이다. 하지만 진짜 마법은 후반부에 일어난다. 70대, 80대, 90대에 이르면 이전 30년간 모은 돈이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복리 곡선은 초반엔 완만하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거의 수직으로 치솟는다.
문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지루한 초반 30년"을 견디지 못한다는 것이다. 10년 투자해도 기대만큼 안 불어나면 "투자는 역시 안 되는구나"라며 손을 턴다. 20년 해도 별 재미를 못 보면 "인생은 짧은데 이렇게 살 수는 없지"라며 현금화한다.
버핏의 교훈은 명확하다. 가장 큰 수익은 가장 늦게 온다. 일관성을 유지하며 충분히 오래 버틸 수 있는 사람에게만 시간이 무거운 짐을 대신 들어준다.
한국에서는 "빨리빨리" 문화 때문에 더 힘들다. 3년 안에 집값 두 배, 1년 만에 주식으로 10억, 코인으로 인생역전. 이런 이야기가 넘쳐난다. 하지만 버핏의 차트는 정반대를 말한다. 천천히, 꾸준히, 오래가 답이라고.
물론 버핏도 운이 좋았다. 95세까지 건강하게 살면서 투자를 계속할 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그가 70대에 포기했다면? 80대에 은퇴했다면? 지금의 1,510억 달러는 없었을 것이다.
복리의 마법은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늦게 일어난다. 그리고 당신이 포기하는 바로 그 순간, 곡선이 수직으로 꺾일 준비를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워렌 버핏이 65세에 은퇴했다면 그냥 '부자'로 끝났을 것이다. 95세까지 버틴 덕분에 '전설'이 됐다. 복리의 진짜 게임은 늙어서 시작된다.